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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멍청해지기 전에 - 150년 동안 인류 지성사를 이끈 68가지 지혜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박정민 옮김 / 필로틱 / 2025년 3월
평점 :
50인의 비밀 독서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의 출간 전 50인의 비밀독서단에 응모한 이유는 도발적인 제목 때문이 아니라 ‘인류 지성사를 바꾼 100권 중 하나’이고 ‘하버드, 예일 대학교 추천 도서’이고 ‘아인슈타인과 처칠이 극찬한 지적 생활 가이드’라는 소개 그리고 우리 시대의 ‘숱한 정보로 멍해지는 뇌를 150년 전에 예측한 문화 평론가의 저서’라는 책 소개 때문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이 책에 대한 소개들을 보며 넘쳐나는 데이터들과 주의력을 빼앗는 스마트폰 알림으로 인해 기억력은 희미해지고 독서 능률도 떨어질 때 기억력과 사고력과 판단력을 되찾고 싶다면 선택해야 할 책이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받아들고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본서에 대한 나의 판단을 재고하게 되었다. 이 책은 영문 제목처럼 ‘지적인 삶’은 어떠한 것이며 지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깊으면서도 폭넓게 담론하는 책으로 삶에 대한 시선과 사유가 남다른 잠언서 성격의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 분에게]라는 편역자분의 책 소개에서부터 그런 감상이 시작되는데 그의 소개를 남기자면 이렇다.
“이 책이 말하는 지적 생활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거나 지식을 축적하는 데 있지 않다. 마치 한 그루의 나무가 씨앗에서 시작해 깊은 뿌리를 내리고 무성한 가지를 뻗어가듯, 우리의 지적 성장 역시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 해머튼은 지성이 단순한 암기나 형식적 학습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깊어지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사고가 문법학자들이 정한 딱딱한 규칙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와 경험을 통해 유기적으로 발현된다고 보았다.”
“지적 생활이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모든 순간에서 배움을 발견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즐기며, 끊임없이 더 높은 관점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의 습관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스승이 될 수 있다. 지성이란 결국 일상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찾고,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지속적인 태도인 것이다.”
본서의 소개로 편역자의 이 글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 지적 성장과 지성에 대한 저자의 관점과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구어체로 번역되어있다. 그래서 작가로부터 조언을 받는 기분이기도 하고 때로는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기도 하다. 삶에서 지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들, 그리고 지적인 삶을 위한 양식과 태도들 왜 학습과 독서가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깊게 관통하기도 하고 세부적으로도 상세히 담론하고 있다.
서문에서 저자는 지적인 삶이란게 특정한 인물이나 특출난 인물들에게서만 나타나거나 필요한 것이 아니란 말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여러 계층과 처지의 사람들을 지켜본 결과 ‘진정한 열망만 있다면, 누구나 지혜로운 사고방식을 익힐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네.”
저자는 지적 생활에 대해 확고하게 정의하고 있기도 하다.
“지적 생활이란 ‘완수해야 할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네.”
지적 생활에 있어 물리적 변화처럼 상태의 변화를 가져오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들이 담긴 책이 본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큰 줄기라면 지적인 삶을 위한 태도와 지적인 생활을 위한 건강 관리, 감정 관리, 시간 관리, 부부와 친구와 지인을 비롯한 인간 관계, 도덕성, 생계 문제, 삶과 학문(학습)에서의 조화 문제, 작업에서의 태도, 독서와 학습에서 실용성 등 10개의 장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가지들이랄 수 있을 68개의 작은 장들은 저자로부터 받는 관심과 애정이 깃든 68개의 편지라고 볼 수도 있을 내용이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우리의 마음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네. 지식을 얼마나 배워야 하는가는 실로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지. 우리의 존재가 많이 아는 것과 적게 아는 것의 균형으로 결정되기도 하니 말일세. 하지만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최선은 아니네. 지식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기억하게 ‘너무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몸에 해롭다’는 것, 그리고 ‘모든 지적 활동은 결국 [육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말일세. 누구든 자기 몸을 무시한 채 ‘육체를 초월한 영적 존재’인 양 구는 것은 위험 하다네.”
철학처럼 다가오는 그의 말도 있지만 150년 전에 살아가셨던 분의 현실적인 조언들은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나름의 정의들은 아무리 오랜 세월로도 바뀌지 않는 것이구나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다.
“젊은이는 오래 사는 것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더군. 하지만 지적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에게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소중한 기회라네. ...중략... 훌륭한 사상가나 예술가들이 오래 살며 지식을 깊이 쌓고, 사고를 확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것만큼 경이로운 축복도 없다네.”
여기서는 도가의 장생구시 長生久視 관점이 떠올랐다. 오래 살며 보고 느끼고 배우며 성장하는 자체를 목표로 삼은 도교적 관점이 서양의 지성에게서도 엿보이니, 지역의 차이도 뛰어넘고 통시적으로도 아울러지는 대답이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사람들은 흔히 ‘미루는 습관은 시간을 훔치는 도둑’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일을 미루는 것이 오히려 시간을 아껴주는 경우도 있다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땐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말이 있네. 이는 초인적 속도의 나폴레옹이나 한 유명 화가가 남긴 교훈이기도 하지. 성급한 행동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게 할 수 있으니, 적절한 멈춤이 필요하네. 방향을 잘 가늠하며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라네.”
미루는 습관과 멈춤에 대한 작가의 말은 이 시대까지 강조되는 통론과도 완연한 차이가 있다. 깨어있는 이들은 기존에 주어지는 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숙고를 거친 후 수용할만한 것을 수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예이기도 했다.
조언 같기도 대화 같기도 한 저자의 이야기들은 많은 부분 반론이 일기보다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잠언집 같다는 감상이 가장 컸다. 실용적이기도 하고 통론적일 때도 있지만 어르신들의 말씀이 꼰대 같을 때가 있고 깊은 지혜가 느껴질 때가 각각 다르듯이 본서의 내용은 지혜가 느껴지고 지성의 길을 걸은 옛사람의 연륜이 묻어나기도 한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잠언집들에 갚은 감상이 들었다는 분들이라면 본서도 분명 깊은 여운과 교훈을 느낄 거라 장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본서는 매 장의 마무리마다 [현대인을 위한 지적 생활 가이드]라는 아마도 출판사에서 저자의 말씀과 같은 맥락의 현대적 부연 설명과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 부분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와닿는다. 잠언으로서 감상만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 효과를 남기는 조언이 될 수 있도록 완성도가 갖춰진 책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열띤 학구열의 시대인 이 시대에 학습과 교양을 위해 어떠한 조언을 주며 마음의 안정까지 가져오면서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제시가 있는 책이기도 한 이 책은 이 시절에 읽어봄직한 책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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