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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평점 :
세계의 식량생산이 120억명을 먹이고도 남을 량이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73억인 세계인구로보자면 먹고 남아돌 지경의 식량생산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살될 소들을 먹여 살찌울지언정 어린이들은 5초에 한명 꼴로 굶어 죽어 가야 한다. 한해 수천만명이 기근에 희생되고 있으며 영양실조로 인해 해마다 700만명이 시력을 잃고 있다고 한다. 굶주림으로 인해 겪는 육체적 고통이 어떠한지 실감하며 보냈던 시절이 있었으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또 얼굴이 썩어들어가는 질병까지 감당하다 죽어가야 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참담하기 이를데 없었다.
본서에서는 자녀와 주고받는 대화체로 학자이자 활동가이며 전문가인 저자가 차분히 기아와 기아의 발생에 구조적인 측면들을 이야기해주고 대책이라기엔 그렇지만 해결해나가기 위해 무엇이 문제인가를 짚어 주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신자유주의를 문제의 축으로 지적하는데 그것이 결코 글로벌 공동체와 같은 구조의 단체로는 해결해 나가기 어려울 것만 같다. 그 단체들에 경제 계층에서 상위 10%의 모두가 기아와 환경변화, 국제 정치에 관심을 갖는다면 다르겠지만 현시대의 누구나가 참여하는 문제해결 집단으로는 답이 없을 것이다.
에이미 추아님의 『불타는 세계』를 읽을 때만 해도 세계의 불평등과 갈등은 체제와 제도의 문제라고 생각했었으나 이 시대를 살면서 폴 로버츠님의 『근시사회』를 대하고 보니 이건 끝간데 없는 세뇌와 자발적인 동조로 더욱 악화되는 본능의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세계를 대하는 시대를 대하는 사람들 모두의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고서는 기아든 전쟁이든 난민이든 테러든 해결안이 없을 것이다. 그 패러다임은 이 초광속 사회에서 욕망의 충족에 따른 속도와 비교하자면 무척이나 더디게 변화해 갈 것만 같다.
그 더딘 변화 속에서 가장 역할이 클 것은 한국이란 나라와 같은 시각을 가진 이들이 많은 나라들에서는 교육이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로 약육강식이나 자연 도태란 관점이 강화되었다면 이젠 헬퍼스하이가 무엇인지 나누며 사는 삶이 왜 필요한지 아프리카 어느 부족 언어 우분투(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란 말을 실감할 기회를 자라나는 아이들이 배워야만 할 것이다.
입시위주의 교육과 약육강식의 논리를 바탕으로 자라난 기성세대들이 만든 세계가 이런 지경인 것을 두고 보면서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제까지의 프레임이 옳았다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겠는가?
지금 당장에 기아에 대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장기적으로 공감하고 교감하며 아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사랑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나도록 이 시대의 아이들을 제도적 변화로 보살피는 것도 병행해야 할 과업이다.
본서는 이미 국내 누적판매율이 30만이라고 한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 분명하다. 널리 알려져서 더욱더 많은 이들이 읽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