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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진화 - 그들은 어떻게 시대를 앞서갔는가
미하엘 슈미트잘로몬 지음, 이덕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12월
평점 :
#생각의진화 #니하엘슈미트잘로몬 #추수밭 #과학 #철학 #사상 @chungrim.official
#청림출판사 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에 소개글을 읽고 관심이 인 이유는, 기존의 통념을 깬 통찰과 사유가 무엇이었는지 또 그들의 사유와 관점이 이 시대를 가져오고 이 시대를 유지하게 한 면은 있는지 그래서 그들과 같은 남다른 통찰과 사유를 가지려면 그들의 어떤 면을 배워야만 할 것인지 깨우칠 기회가 되리라 믿어서이다.
바로 본서의 특징을 짚어보자.
첫째, 전기문 형식 구성
이 책에 오른 과학자, 철학자, 사상가들에 관한 서술은 비단 그들의 사상이나 과학 이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적 발견의 시점이 중심이 되긴 하지만 그들 생의 단면이 담겨있다.
둘째, 사상과 이론만이 아닌 그들의 생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전기문 형식이라고 정의한 이유가 바로 이점 때문이다. 다윈이 진화론에 대한 책인 [종의 기원]을 집필하고도 오랜 세월 출간을 미룬 그의 종교성과 사상가로서의 지성 사이의 갈등 그리고 진화론 외에도 지렁이의 생태가 농업에 혁신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실용성을 고려한 학문적 연구 등이 담겨있기도 했다. 마리 퀴리가 연구에서 자신을 혹사하다가 유산을 하였다거나 남편 피에르가 40대에 그녀와 잠시의 다툼 후 돌연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자 30대에 미망인이 된 마리 퀴리가 평생 웃음을 잃은 이야기도 그녀의 성취만이 아닌 인간 마리를 이해하게 한다. 또 현대의 쾌락과는 결이 다르나 쾌락주의자인 에피쿠로스가 신장결석으로 소변을 볼 때마다 극도의 고통을 느낀다며 친구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은 철학자도 피해갈 수 없는 인간으로서 겪는 생의 어려움이 그 자신의 사유나 신념에 대한 시험일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
셋째, 영향력
각 과학자와 철학자, 사상가의 생각들이 기존의 통념을 깨기만 한 게 아니라 이전부터 전승되던 철학적 사유를 어떻게 계승했는지 또 동시대의 사상가나 예술가와 어떠한 영향을 주거나 받았는지를 알 기회가 되며 다음 세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헤아리게 한다.
이를테면 칼 세이건의 장에서는 데모크리토스의 영향을 논하기도 하고, 아인슈타인의 장에서는 그의 발견이 양자역학을 발견한 과학자들과의 갈등을 빚은 이야기가 잠시 언급되기도 한다. 마리 퀴리의 장에서는 그녀의 사후 11년 후 핵무기가 실제 투하된 사실을 언급하기도 한다. 니체의 장에서는 니체가 에피쿠로스를 언급하며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하며 알베르 카뮈가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선언과 허무에 대한 관점에서 더 나아가 ‘부조리의 철학’을 완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칼 마르크스의 사상 역시 에피쿠로스와 니체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는 동시대의 하이네 같은 예술가들과 영향을 주고받았다. 니체가 그 이후 철학과 사상 그리고 예술에 미친 영향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를 설파하면서도 ‘사회계약’ 개념의 토대를 완성하였고 신에 의지하는 인간의 성향을 비판하며 ‘인본주의’로 나아갈 토대를 마련했다. 줄리언 헉슬리는 ‘우생학’과 ‘트랜스 휴머니즘’의 주창자였는데 그의 견해가 현재의 트랜스 휴먼과 유전공학으로 맞춤 아기를 생산하자는 등의 주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베게너의 ‘판 구조설’은 지각변동에 대해 논하며 기존의 ‘일관되고 고정된 것이 세계라는 상식을 깨’어 대중이 세계를 인식하는 관점에 영향을 미쳤다.
넷째, 이와 같은 감상에 이르게 한다.
본서는 대체로 기존의 통념을 깨는 과학적 발견과 사상적 개가가 어찌 일어났는지를 다룬 책으로 소개하고 있던데 그보다는 “현재의 세계를 만든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진화해 온 것인지” 알아가자는 게 이 책에 다가서는 더 나은 태도가 아닌가 싶다. 과학도 사상도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라 “이전의 철학이 계승되거나 그 철학에 반박하며 발전하였고 동시대의 학문들이 서로를 통해 성찰하며 이루어낸 것이 통섭되어 현재의 세계관과 세계 자체를 만들게 된” 것이다.
본서는 이 시대를 돌아보기에 꼭 필요한 사상을 전한 학자들을 꼽아 논하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했듯 “정보의 선택이 그 구성만큼이나 중요”하니 말이다. “그들의 사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본주의라는 인간 중심사고를 불러왔고 현대 사회의 정치구조나 국민적 상식을 구성”하게 했다. 또 가이아 이론과 트랜스 휴먼, BCI 기술 등 “새로운 이론과 사상과 관점을 인간이 받아들이는 태도, 인간의 자기 개선이나 영향력 확장 등에 대한 관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 시절의 상식은 그 시대가 오기까지 인간들의 사유가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것”이란 걸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다.
다만 이 시절은 인간이 기반해온 인본주의와 인간 중심사고를 너머 인간이 식물 중심사고 등 “타자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전환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는 인간이 이룩해온 기술과 제도가 되려 인간을 옭아매는 현재와 미래를 맞이하기도 했고 맞이할 시대”이기도 하다. 인간이 이룩해온 것들은 ‘논리와 이성’에 의해서이기도 했지만, ‘감성에 입각한 짐작’ 즉, “상상”이 역할을 한 부분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세계의 체제들은 대부분 미래 예측기구를 두고 있고 이들은 “데이터와 추론과 짐작”을 가지고 미래 예측을 한다. 대부분 이들의 예측은 정확했다. “정보와 논리와 상상”은 이렇게 인류를 지탱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모두가 인류에게 “고정된 건 없다. 인류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있다. “과거가 인간 중심사고인 인본주의로 인간을 부흥시킨 시절”이었다면, “인간이 이룩해온 제도와 기술과 가치관(개인주의, 자본주의, 능력주의, 승자독식,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이 다수의 인간에게 파멸을 불러오게 될 이 시절”에는 “인본주의 이상의 관점을 찾아 나아갈 필요가 절실”하다. “‘인간은 그저 자연의 일부’라는 것 ‘우주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이라는 걸 인간도 이제는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그런 시각의 [생각의 진화 2권]이 등장해 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