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인두투스 : 입는 인간 - 고대 가죽옷부터 조선의 갓까지, 트렌드로 읽는 인문학 이야기
이다소미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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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맘님과 하하맘 서평단 모집>을 통해 #도서협찬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패션디자이너이자 사업가라고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짧은 소개로 볼 때 아마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와 같이 패션과 역사, 인류 문명생활사가 통섭된 교육을 하는 듯하다.

 

본서는 주로 유럽의 패션과 역사를 기술하면서 간혹 중국과 한국, 유목민족 등의 패션과 역사가 살짝 등장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이랄까 서술이 흥미로운 부분은 인류 최초의 디자이너를 언급하고 있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선악과를 먹고 부끄러움을 알게 된 아담과 하와가 무화과 나뭇잎을 엮은 치마로 몸을 가린 것을 인류 최초의 패션디자인으로 서술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에덴에서 내보내시며 가죽옷을 지어 입히신 것을 논하기도 한다. 이를 튼튼하고 추위를 막을 수 있는 기능성이 있다고 최초의 옷다운 옷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금 기독교적 해석을 덧붙일까 했는데 지면 관계상 이 리뷰에서는 생략한다.)

 

스키타이인과 로마군의 전투복을 논하기도 하는데 투구의 깃털과 복식을 언급하며 제작과 염료 등을 언급하기도 한다. 최초의 바지는 스키타이인이 기마바지를 만들어 페르시아를 거치며 중국에 전해지기도 했고 이후 중세 유럽에 바지가 전해져 유럽 특유의 타이즈 복식인 호즈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이집트 노동자들의 로인클로스로부터 다음 챕터로 넘어가 그리스의 드레이핑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로인클로스나 고대 그리스의 키톤과 같은 의상의 단순성은 인도의 사리라는 의복과도 통하지 않나 싶었다. 이러한 투박한 구조의 의상이 주는 단순미는 여러 다양한 의상의 정교하고 장식적인 디자인과는 다른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중국 북제의 관리 서현수의 묘 벽화에 그려진 복식들로 당시 북제의 복식 양식이 한족 양식과 호(중국이 북방 오랑캐라고 칭하던)의 양식 그리고 페르시아 사산왕조의 양식이 어우러져 있었다는 것도 논한다. 본서에 기록되지 않은 내용을 더하자면 북제의 1대 황제 고양은 동위의 마지막 황제 효정제 원선견으로부터 선양을 받아 나라 이름을 북제로 바꾸며 황제를 칭했던 인물이다. 이 당시 북제와 마주하고 있던 서위도 선비의 말을 배우는 등 당시 중국 대다수 국가에서는 북방민족들의 영향력이 막대하던 시절이었다. 북제의 복식이 북방과 중앙아시아 복식의 영향까지 받은 것도 의외의 상황만은 아닌 것이다.

 

또 모피에 대한 설명은 7, 8, 9장에 걸쳐 등장하는데 최초의 기록을 언급하며 이집트 파라오의 모피와 로마 시대 퍼플이라 불리던 자색 토가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로부터 중세 유럽과 영국의 모피 일화를 거쳐 한민족의 모피를 논하기도 하는데, 조선에는 초피라 불리던 검은 담비 가죽과 부녀자들이 입던 초구라는 담비 모피 의상도 있었다고 한다. 2장의 20세기 초에 라쿤 코트와 모피 코트의 시대를 연 밍크 코트이야기에서 루이비통 컬렉션에 이르는 과정이 인류사에서 의상이 차지하는 부분이 그를 통해 역사를 논해도 될 정도인 게 당연한데도 주목되기도 했다.

 

역사에서 의상 이야기를 뽑아도 화려할 수밖에 없는 게, 보이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을 과시하는 것도 하나의 인간 본성을 차지하는 부분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본서는 패션과 인문학이 더해진 책으로 이런 책에서 브랜드가 등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로서는 명품을 모르다 보니 에르메스가 모두 수제로 제작하는 브랜드란 것도 신선했다.

 

디올은 여성성을 강조하지만, 샤넬은 고전적인 여성상에 제한되기보다 실용성으로 새로운 여성상을 건축하려 했으며, 이 둘은 상반된 생각으로 여성상과 패션을 바라봤다는 것도 새로운 정보였다.

 

미니스커트를 말하는 장에서는 한국 최초의 미니스커트 착장자인 윤복희 님 일화를 그리기도 했는데, 그녀가 최초 미니스커트를 입었을 때 여성들로부터 계란 세례와 토마토 세례 등을 받은 일화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아쉬움이 남았다. 이는 전통과 새로운 트렌드의 갈등만이 아닌 과거와 미래의 만남이 낳은 갈등과 충돌의 현장이기도 했고 또 고전적 여성상과 새로운 여성상의 격돌이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다루지 않은 게 아쉽기도 했다.

 

그리고 한민족을 백의민족이라고 칭하는 상식과 앙드레 김의 이야기를 이어 전하기도 하는데 여기에 개인적인 견해를 더하자면 사실 상고시대 우리 민족은 청의 민족푸른 옷의 민족으로 칭해졌었다. (한단고기 등에 기록되어있다) 이어서 개인적인 감상을 이어간다면 고구려 시대의 물방울무늬 염색은 모두 알 것이듯 상고와 고대에는 염색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옷을 염색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패션 혁명이었을 것이다. 이런 패션 혁명 시대에 우리 민족은 월등한 기술력으로 상고시대에는 옷을 푸르게 염색해 입었고 고대 고구려에서는 당시 기술력으로 너무도 혁신적이고 까다로웠을 물방울무늬 옷을 염색해 입은 것이다. 오히려 염색이 너무 일반적이라 개나 소도 염색해 입을 때는 오히려 백의를 입고 다닌 것이다.

 

이 책의 마무리는 브라를 거쳐 조선의 갓으로 끝맺는다. 그런데 해외 사람들에게 갓이 인상에 남은 이유로 [킹덤]이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BTS] 이야기는 등장할지언정, 나폴레옹이 조선 갓에 반해 조선을 방문하고 싶어했었다는 일화는 등장하지 않아 아쉽기도 했다.

 

갓은 고구려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챙이 넓은 모자’, 고려가 몽골의 유행에 영향을 받아 만든 발립이라는 모자를 거쳐 조선 시대 흑립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된 것이다. 이는 글림자 작가의 [한복 이야기] 시리즈에도 등장하는 이야기다. 본서의 저자는 우리 민족은 가히 모자의 나라 사람들이었다고 정의하기도 한다.

 

본서는 다채로운 역사 속 패션이 간결한 역사와 인류 문명생활사와 함께 흐르며 패션에 대한 상식과 열정을 갖게 하는 책이다. 인문학적 교양과 현대 패션의 눈으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패션사를 돌아보는 신선한 경험을 안겨준다. 인문학이 아닌 패션에 대한 관심만으로도 충분히 열정 넘치는 시간을 안겨줄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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