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 뇌를 재설계하는 자기연민 수행
샤우나 샤피로 지음, 박미경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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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의 한국어 제목은 [뇌를 재설계하는 자기 연민 수행 마음 챙김]이지만 영문 제목은 직관적이게도 [Good Morning, I Love You]이다. 본서의 대미에 등장하는 말이기도 한데 한국어 제목이 지성적으로 접근하는 수행 전문서 같은 느낌이라며 영문 제목은 대중 교양 에세이풍의 여운을 준다. 국내 출판사가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못 제안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아마도 영문 제목을 그대로 번역해서 [안녕, 사랑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면 국내에서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본서는 언제가부터 위빳사나를 마음챙김 명상이란 이름으로 대중화한 서양인들의 태도마따나 수행을 주제로 하지만 하나의 명상이자 묵상 테라피적인 여운을 준다. 저자의 일화들이 많이 담겨있는 책이기도 하고 전문 수행서로서 보다는 대중적인 명상 에세이 느낌을 안겨주는 책이다.

 

저자는 마음챙김이 의도만큼이나 호의와 태도가 중요하다며 호의의 중요성과 태도를 갖춰가는 이야기를 전체적인 맥락의 줄기로 삼고 있다. ‘행복하겠다고 마음 먹는 것만으로 뇌의 행복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근간의 뇌과학 연구를 들어 자신과 타인에 대한 호의와 삶에 대한 그리고 수행에 대한 태도의 중요성을 주목하게 한다. 저자의 말처럼 관건은 작은 습관이 자리 잡는 것이라는 데 공감하게도 된다. 과거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에서는 행복하겠다는 심정은 오히려 행복을 멀어지게 할 수도 있으니,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며 행복이 자연히 따라오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틀린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자는 일상이 행복에 가깝거나 무난할 때 진리일 주장이고 빅터 프랭클의 주장은 고통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일 때 절대적으로 진리일 말이다. 주변 모든 것이 불운과 불행과 부당함일 때도 살아가다 보면 마주치게 된다. 그것도 언제 헤어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막막함 속에서 말이다. 그런 순간에 무턱대고 행복하겠다는 선언은 오히려 그 선언이 좌절되며 끝없는 절망으로 떨어지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 이 시대의 일반적인 일상적인 삶의 고뇌들은 좌절의 시기가 길지 않다. 그런 무난한 역경의 시절에는 근간의 연구에 기반한 샤피로의 주장을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본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책의 제목에서는 자기연민이라고 언급된 자기 자비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저자는 여러 연구를 근거로 자존감은 좌절의 시기에 절망하고 낙담하게 만드는 작용을 더 크게 만든다고 하며, 오히려 자기 자비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 쉽게 다시 일어서고 회복하며 상황과 사태를 조율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존감은 자기 가치를 입증하는 데 어떤 성과가 있어야 하지만 자기 자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것이기에 그렇다고 한다. 성취하는 데서 그리고 남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자존감이고, 그 어느 순간에도 자신에 대한 사랑과 호의를 잊지 않는 것이 자기 자비이기 때문이다. 잘나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어느 때이건 사랑하는 것이 자기 자비라는 말이다. 잘하면 칭찬하고 낙담할 때는 힘을 북돋워 주고 자기 비판적인 상황일 때는 위로해 주는 것이 자비이다. 자비(慈悲)는 산스끄리뜨어 마이뜨리가 한자로 차용된 것으로 이건 타인이 기뻐하고 즐거워할 때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그 기쁨과 즐거움을 지켜주고자 하며 타인이 기쁘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을 때는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과 행동을 말한다. 카루나를 차용한 한자어로 타인이 슬퍼하고 괴로워할 때 그 슬픔과 괴로워함에 함께 안타까워하며 슬픔과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려는 마음과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행복지키미의 역할을 해주는 기능이 자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자비는 타인에게만 기능해야 할 것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비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좌절하고 절망하고 낙담하는 순간에 자신을 버려버리게 되고 타인에 대한 자비는 일어날 여지도 없게 된다. 이타적인 인간이라도 자기에 대한 자비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본서는 마음 챙김을 기반으로 묵상 같기도 한 다양한 수행체계들까지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고 의도와 호의와 태도를 조성하는 가벼운 수행체계들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 과정이 무겁지 않고 거부감이 들지도 않는 안정적인 수위이다. 무겁고 건조한 매일이라면 일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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