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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고양이 시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매혹하는가
세라 브라운 지음, 고현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2월
평점 :
‘더캣’이라는 제목의 SF 장르의 웹소설을 구상하고 있는데 그 소설 속 프롤로그에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을 넣으려다 보니 고양이의 생태가 궁금해졌다. 아직 그 웹소설은 구상 중이기만 한 터라 그사이 고양이의 생태를 그리고 있는 책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타 출판사의 책이 종전까지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유일한 책인 걸 알게 됐는데 때마침 본서가 출간되었다. 기회다 싶어 서평단에 응모했고 다행스레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본서를 읽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고양이 집사 출신이 아닌 터라 본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고양이의 특징이 적지 않았고 인간의 특징과 비교하는 대목들도 있어서 사이사이 인간의 생물로서의 입장도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본서는 표지부터 강렬한 고양이 사진인데 뿔이 난 고양이 사진 같은 이 사진이 본서를 읽고 나면 고양이가 사회적 교류를 허가하거나 허가받기 위한 표정이란 걸 알 수 있다. 본서는 정보 전달이 목적인 책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에세이풍의 필체이기도 한데 고양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고양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해 주는 듯한 분위기로 딱딱한 문체보다는 자상하고 자연스러운 대화와 같은 설명이라고 여겨지는 문체다.
‘우리는 고양이의 언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또한 고양이는 우리의 언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고양이는 우리를 어떻게 인식할까?’를 프롤로그에서 언급하는데 이게 본서의 색깔을 그대로 담고 있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원제도 ‘고양이들의 숨겨진 언어’라는 의미이기에 본서를 통해 고양이를 이해하고 고양이의 시각에서 세상은 어떠할지 말해주고자 하는 게 저자의 집필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고양이의 생태에 대한 것이 본론이지만 첫 장에서는 현재 집고양이들의 기원을 찾기도 하고 이집트에서 신적 존재의 하나로 여겨지며 고양이를 해치면 사형이 선고되기도 했던 과거와 유럽으로 온 고양이들이 마녀사냥 당시 악마적 존재로 여겨지며 마녀들과 함께 화형당하던 역사까지 고양이 이야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신기한 역사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고양잇과 야생동물들이 많이 가축화가 시도되기는 했으나 사냥을 위해 길들인 치타 역시도 번식을 시키는 게 난제가 되어 현재는 북아프리카 들고양이가 전 세계의 집고양이들의 선조가 되었을 뿐이라고 한다. 북아프라카에서 유럽으로 간 이 고양이들은 다시 유럽에서 배를 훔쳐 타고 선원들과 공생하며 미대륙까지 가게 된 거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 고양이들의 선조는 북아프리카 들고양이라는 말인데 인간에 대해서도 아프리카 흑인이 모든 인종의 기원이라는 진화론적 시각과 전혀 다르지 않은 해석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고양이의 생태가 그것도 일상에서의 습성이 궁금하던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알로그루밍과 알로러빙이었다. 서로의 털을 골라주는 다양한 동물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은 알로그루밍과 자신의 체취와 상대 체취를 섞는 듯 몸을 부비는 알로러빙은 인간에서는 쓰다듬은 행동과 악수나 어깨동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고양이는 혀에 돌기 같은 게 있어서 핥는 동작만으로 털을 고르게 할 수 있다. 또 몸의 곳곳과 뺨과 광대, 입술 주변에 분비선이 있어 왁스 물질 같은 게 나와서 타 대상에게 몸을 부비는 행동으로 자신의 체취를 전할 수 있다고 한다. 체취를 옮겨 자신과의 연결성을 갖게 하는 것이 알로러빙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날수록 알로러빙을 한다고 한다.)그리고 고양이는 선채로 꼬리를 들고 뒤로 소변을 뿜어 영역 표시를 하는데 이것은 자신의 영역을 나타내는 것이라 타 동물들의 침입을 막는 목적이기도 하지만, 수컷 고양이의 경우에는 소변에서 단백질 성분 중 일부가 진한 냄새를 띠게 하는데, 이것이 단백질로 이뤄지는 거라 해당 수컷 고양이가 사냥을 잘하는 고양이인지 어떤지의 정보도 전달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외부의 침입만을 막는 게 아니라 이성에게 어필하는 용도로 소변을 뿜는 것이기도 하다고 하니 동물의 세계에서 정보 전달법이 참 별나게도 보였다.
그리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흔하게 보는 경우이겠기에 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익숙하겠지만 고양이는 사회친화적인 태도 말하자면 상대에게 악의가 없다는 걸 표시하기 위해 꼬리를 치켜들고 다가가기도 한다고 하니 사람이 멀리서 친한 사람을 마주쳤을 때 손을 들어 자신을 어필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꼬리를 치켜들고 다가가서는 냥이 펀치를 날리는 경우도 있는가 본데 악수를 청하는 척하다가 공격하는 미국 프로레슬링 방송 속의 프로레슬러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가 싶었다.
또 눈을 천천히 깜빡이다가 반쯤 게슴츠레 뜨는 동작은 고양이에게 안부를 묻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 책의 표지 사진 속 고양이의 눈과 같은 것이 아닌가 싶은데 새끼 고양이에게도 이와 같은 행동을 사람이 하면 고양이가 따라하기도 한다고 한다. 대체로 고양이들 사이에 마주쳐서 서로가 이러한 눈짓을 번갈아 하면 이런 경우 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고양이가 나무나 벽지 등을 긁는 행위는 새로 발톱이 자라나며 그 발톱 위층의 다른 겹 헌 발톱을 분리해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발톱 사이의 분비선에서 나오는 냄새를 옮기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건 좀 새로운 정보가 아닌가 싶다. 또 새끼 고양이의 조난 발성을 듣고 그러니까 집 잃은 새끼 고양이의 울음을 듣고 다른 어른 고양이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고 하는 것도 이채로우면서 고양이가 얼마나 사회적인 동물인지 알게 해주는 에피소드 같았다.
이 책에서 가장 상식적인 정보는 고양이 울음소리와 아기 울음소리의 주파수 대역이 유사하다는 것일 거다. 아기 울음소리는 400~600Hz의 주파수이고 고양이 울음소리는 609Hz의 주파수라 이 둘의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도 상식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가장 이채로운 본서만의 기록이라면 중세 이후의 어느 시기 나폴리의 한 신부님이 고양이 언어를 분석했다는 것과 이후에도 고양이의 언어를 인간의 어휘인 발음을 빌려 표기하고 뜻을 전하는 책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인용된 발성과 뜻을 보고 그런가 싶지도 않았지만 혹하는 독자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근래까지도 동물에게서 성격(personality)이라는 분류를 하지 않으려 했다는데 그냥 행태의 차이로 보려고 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저자는 영어의 의미에서 찾는데 성격을 뜻하는 영어의 어원이 person이라는 말에서 나왔기에 동물에게서 성격을 논하는 자체가 서양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기질’이라고 하건 독자적 습성이라고 하건 ‘성격’이라고 하건 생물들은 모두 자기만의 독특함을 갖고 있다는 걸 사람들 누구나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모든 생물에게서 공유된다고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각각의 생물에게 독자적인 무엇이 있다고 분별하는 부분도 분명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고양이를 얼마나 특별하게 여기는지 ‘모든 동물 중에 가축화되었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면 야생화되는 유일한 동물이 고양이다’라고까지 선언하는데 버려져서 들개화 된 개떼들은 흔하고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도축장으로 데려가려다가 탈출해 나간 소가 야생에서 잘만 지내던 기록도 있다. 하다못해 인간이란 동물의 서너 살 아기를 숲에서 잃어버렸는데 한 달인가 그 이상의 기간 만에 찾았으나 아기가 영양실조도 안 걸리고 건강하게 구조된 사례가 해외토픽에 오르기도 했다. 아기는 엄마 아빠가 숲에서 야생 열매 등을 따 먹는 걸 보아두었다가 실종기간 동안 기억 속의 그 행동을 따라 하며 한 달 가까인가 그 이상을 야생 생활을 한 것이다. 고양이나 개 그리고 인간이란 동물만이 아니라 가축화한 어느 동물도 야생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야생화가 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다. 자연으로 돌아간 어느 세월 후에 자신보다 강력한 동물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지만 잡아먹힌다고 야생화가 되지 않아서라고 볼 수도 없다고 본다. 야생동물도 분명 천적에게 잡아먹히는 게 일상이지 않은가 말이다.
이 리뷰에서 언급한 사례는 몇 가지 안 되지만 본서의 성격을 논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과 고양이가 궁금한 많은 분이 호감 가질 만한 책이고 분명 독자적인 매력이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고양이의 언어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자신의 언어를 고양이가 알아듣게 번역해주고 싶다면 꼭 한 번은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권해 드릴 수 있을 만한 책이다.
메디치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