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
제임스 호즈 지음,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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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에서 큰 축을 이루고 있는 독일사이지만 대개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 않을까 싶다. 나로서도 축구와 자동차, 나치와 홀로코스트, 난민수용과 메르켈 총리 외에는 독일에 대한 키워드 조차 떠오르는 게 없어 더 그렇게 느끼는 듯하다. 이 책은 그런 파편적이고 짧디 짧은 독일에 대한 상식을 조금이나마 확장시켜 주지 않을까 해서 기대했던 책이다.

 

책의 분량을 볼 때 그다지 짧다고 여겨지지 않는데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라는 제목이기에 의아하기도 했다. 책을 읽고 보니 출판사에서 번역과 함께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추가한 [역사 속의 역사]라는 28개의 장이 더해져서 그렇지 본문만으로는 상당히 간소하게 정리한 책이라는 감상이 들었다. [역사 속의 역사][독일 여행자를 위한 핵심 가이드]가 추가되지 않았다면 역사서치고는 상당히 짧은 분량의 책이었을 것이다.

 

상당히 촉박하게 읽다 보니 제대로 이 역사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읽었다. 서술된 역사 내용을 요약하기보다 서술 방식에 대해 짚어야 할 것 같다. 본서는 [1부 게르마니의 탄생 기원전 58~526, 2부 게르만, 로마를 복원하다 526~983, 3부 게르만을 위한 전쟁 983~1525, 4부 두 갈래 길로 가는 독일 1525~1924, 5부 독일, 유럽의 미래 1924~현재] 구성되어 있는데 독일사를 영국인이 서술하다 보니 유럽 타국가에서 바라보는 독일에 대한 시각이 어떠한지가 정리되는 느낌도 다소 들게 했다.

 

카이사르가 야만족의 땅이라는 의미로 게르마니아로 이름 지은 이 지역에서 메로빙거와 카롤링거 왕조를 거치며 정체성을 찾게 된 과정부터 나치 독일의 출현까지 그리고 동서독의 분리와 통일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돌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득문득 외국인이 쓴 독일사구나 느껴지기도 하는 때가 있는 게 1차 세계대전을 기술하면서도 2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될 1차 세계대전 전쟁배상금 문제를 짧은 언급 하나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본서는 독일사 전반을 신속하게 약술하고 있어 역사적인 주제들에 주목하자면 국내 출판사가 추가한 [역사 속의 역사]라는 28개의 장을 통하지 않고는 그다지 재미를 찾을 수 없기도 하다. 그렇긴 하지만 유럽인이 아닌 이국의 시선에서 중요하다고 주목되는 대목이 다르고 유럽인이 애써 외면하거나 간과하는 대목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본서는 전체가 빠르게 지나가는 크로키와 같이 약술로 서술되어 지나가는 느낌이고 그걸 크로키가 아니라 스케치라고 본다면 [역사 속의 역사]라는 장들이 다소나마 스케치에 암영과 빛깔을 주는 느낌의 책이기도 하다. 세계대전 대목은 특히나 [역사 속의 역사]란 장이 없다면 독일인들이 나치당에 주목하게 된 대목만이 부각된 서술로만 기억하게 되었을 듯하다.

 

전체사를 짚으면서도 일화별로 주목할 서술에 주의했다면 다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따분하게 서술되어 있는 책은 아니고 제법 쉽게 읽히는 번역이다. 번역자의 노력과 주의가 담긴 번역이 책을 살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독일사에 대해 깊이 알고 싶지는 않지만 윤곽은 잡고 싶다는 분들께서 선택할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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