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역사 - 금융 위기 200년사에서 미래 경제의 해법을 찾다 CEO의 서재 40
토머스 바타니안 지음, 이은주 옮김 / 센시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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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의 경제학자들과 투자자들이 거듭 불황이자 대공황을 경고하고 있다. 워런 버핏도 대대적으로 투자를 철회하고 있으며(그 외에도 많은 유명 투자자들이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을 비롯해 미 연준과 IMF까지 나서서 경제 재난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전문가들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러-우 전쟁과 근미래의 미중 간의 충돌,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환율, 페트로 달러의 동요, 원자재(공급망) 문제, 미국 금융의 불안정성 등 세계적 경제 재난의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경제와 금융과는 거리가 먼 나 같은 사람도 이 시절의 불안이 경제라는 면에서도 깊다는 걸 알기에, 조금이라도 덜 동요하고 안정을 취하기 위해 한 사람으로서 노력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위안은 경제 지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랑거철이라고는 해도 사람이 시절 앞에 무력해질 때 위안 삼을 힘 같은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낱 소시민이 가질 최대한의 위안은 경제 지식이 아닐까 싶다.

 

그런 생각에 미국의 200년간의 불황사를 짚어주며 해설과 대안을 담론하는 본서가 눈에 띄었고, 이 시절 가장 빛을 발할 책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손을 내밀었다. 미국 각 행정부에서의 전적을 보여주는 저자의 약력이 더욱 그가 역대 불황에 대해 지적하는 것만이 아니라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 주리라 기대하게 했다.

 

다만 저자의 약력을 보며 그가 미국 각 정부마다 경제 관련 소임을 다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법조인이다 보니 경제에 대한 전망이라고 해도 다소 정부 역할과 법적 영향에 대해 편중될 우려도 있겠구나 우려를 하게 됐다. 독서를 하며 역시 공적 관점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도 개인의 관점은 자신의 맡은 바에 따라 편향이 있을 수 있다는 감상이 들었다.

 

우선 저작의 전체 성격은 위기 유발 요인과 전개 과정 그리고 이후의 해석과 대안을 담은 형식으로 전개된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저자는 각 시절의 불황사를 보여주는 장을 시작하기 이전에 위기 요인과 자신의 식견으로 보는 대안부터 먼저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마지막 장에서 위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식견과 주장의 핵심은 정부의 규제가 느슨하거나 과도한 경우 불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요지라고 보였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에서 좀 더 체계적이고 전반적이며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각 기업과 기관의 역할도 언급하고 개인의 경제 금융 인식의 개선을 말하기도 하지만 저자가 중시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에 전문성이 보다 더 요구된다는 것이다.

 

다만 그런 전제를 하고 들어서는 불황사들을 보며 역사적으로 불황에서 대통령들의 어리석음이나 부적절한 개입이 과연 그들의 개인 억지로 관철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깊이 들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연준이 마련되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과 금융의 역할이랄까 권한이 재정립되어 갔던 것은 아닌가 하는 감상이 일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은 기업 출신 장관들 연준 출신 장관들이 각 정부마다 이어지고 정권이 끝나면 다시 기업이나 연준으로 돌아가는 구조이다. 연준 또한 정부 산하가 아니라 주주들의 소유임은 상식이기도 하다. 과연 이들이 주주들의 이익과 시민의 이익이 충돌할 때 그리고 시민의 불안정으로 주주들의 이익이 보장될 때 시민이라는 대중을 위한 선택을 할 것인가 주주의 이익을 선택할 것인가 의문이 들 뿐이다. 미국 불황사는 한 국가의 화폐생산권리를 일부 주주들이 장악해 나가는 과정과 그들의 권력이랄까 이익이 확장되어가는 구조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이쯤에서 갖는다고 해도 무리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 제한이나 규제의 긴장과 이완에만 주목할 게 아니라 초기득권층 다시 말해 주주들의 권리를 확장하는 과정이 시민들의 불안정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는 것인가를 총체적으로 감찰하는 체제가 갖춰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작은 전체적으로 대중서라기에는 초반과 중반까지 상당히 건조한 문체를 유지한다. 대중서이지만 독해에 꽤 전문적 배경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를 전공하거나 해당 분야에 직무를 하는 분들은 평이한 문체라고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경제나 금융과 거리가 있는 분들에게는 난이도가 있는 저작이다. 도서 전반부에 전문용어랄까 영문약어에 대한 해설이 있기는 하지만 간간히 검색을 요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 도서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있는 독자에게도 독서 중 긴송이 반복되는 것은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 팬데믹 시기의 불황을 제외하고는 생소한 미국의 불황들이 다소 몰입하는 데 지장을 주기도 한다는 데 있다.

 

분명 필요하고 알고 싶은 정보인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체계적이고 세분화된 제시와 지적과 제안이 나열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독서가 상당히 지루한 구간이 반복되는 것은 배경지식이 없는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당연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대중서이지만 전문성이 갖춰진 책이기에 관련 지식이 충분하거나 경제 공부에 관심이 깊거나 열정이 있는 독자를 위한 책이지 않나 하는 감상이 들었다. 자신의 논리력이나 지능만을 믿고 뛰어들기에는 전문성의 벽이 다소 있다. 분명 대중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 시절에 대한 궁금증이나 경제 금융 지식에 대한 열정이 있는 독자에게는 일독이 절실할 책이지도 않나 싶다. 나로서도 좀 더 경제 지식을 갖추고 나서라면 이해도가 높아지리라 기대하고 꼭 소장할 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난이도는 있지만 도전해 볼 필요와 욕심이 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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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3-05-1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고 인사이트가 느껴지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하라 2023-05-15 08:09   좋아요 0 | URL
리뷰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젤소민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