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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아딕투스 - 알고리즘을 설계한 신인류의 탄생
김병규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아마도 다른 제목으로 하자면 [중독 경제]가 될 수도 있을 저작이다. 대중을 중독시켜 매체에 중독되도록 만듦으로서 유지되고 성장하는 현 빅테크 기업들의 양상과,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과 대응안, 그리고 신생 기업들이 그 시장에 자리잡고 성장할 대안과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도우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장 창출 방안도 다루고 있다.
본서의 서술을 보자면 첫째로 빅테크 기업들이 대중을 중독시키도록 고안한 알고리즘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소셜 미디어, 콘텐츠, 쇼핑, 뉴스, 게임 대표적인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각 분야의 대중 중독 양상을 고발하고 있다. 이는 개인으로서는 자신의 중독을 돌아보고 중독에서 벗어날 방안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기업으로서는 자신들의 알고리즘이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되며 어떻게 더 유효할 수 있는지를 재평가 할 기회가 될 것이다. 신생 기업이라면 어떠한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하여 소비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제안이 되리라 생각된다. 아마 빠른 시일 내에 저자의 제안처럼 이러한 중독 양상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메커니즘을 제시하여 수익을 낳는 신생 회사도 나타날 것이다.
둘째로 소비자인 개인으로서 빅테크의 개별적인 시장 역할을 하는 중독자로 전락하지 않으며 자신의 일상을 되찾는 방안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저작이기도 하다. 빅테크 기업들의 중독자 양산 알고리즘을 깨닫고 저자가 제안하는 ‘마이크로 어딕션’(스스로 중독될 대상을 선별하여 선호대로만 중독되는 것)을 포함한 자신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안 등 중독에서 벗어날 조치들을 취함으로서 중독을 회피하거나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신경 경제학과 뇌 과학, 심리학 등을 이용해 [근시사회]에서 폴 로버츠가 이야기한 도마뱀의 뇌만이 자극되어 매체에 매달리고 소비에만 열중하는 인간의 유형과도 같은 인간 양상이 어떠한 원리로 양산되는지를 보여주며 빅테크 기업들이 이러한 과학들을 이용하여 대중을 중독시키는 알고리즘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서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탈중독이 요구되는 사안이겠으나 기업으로서는 보다 유용하고 저항의 여지가 적을 방안들을 앞으로도 탄탄히 구축하고 개선해 나가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기업에서도 활용되고 개인으로서도 대응할 방안들을 모두 다루고 있고 이러한 중독자 양산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까지를 논하기도 한다. 대부분이 중독자인 시대에 기업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중독에서 자유로울 ‘마인드 마스터’들을 선호하고 양산해내어 임용할 수밖에 없음도 사실적이다. 중독자인 이들은 업무에 집중할 수 없으니 기업이 나서서 중독에서 벗어나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인재를 양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빠른 시간 내에 인공지능의 대대적인 업무활용이 일반화 될 것이라 생각된다. 특이점에 이미 이른 마당에 사무직이든 임원이든 어느 위치의 역할이라도 AI가 대체 못 할 이유가 없으리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인간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 중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대목은 ‘큐레이팅’(선호 가능 대상을 권고하여 고객이 타자의 선호를 자신의 선호로 받아들이게 하는 체계. ex. 맞춤 광고 등)을 통해 대중이 통제될 가능성을 볼 때 요람에서 무덤까지 큐레이팅과 중독이 이어진다면 대중은 자신의 가치체계 전반과 학업 문제, 취업 문제, 연애와 결혼, 임신과 출산, 양육 더 나아가 정치 성향 등 거대요소에서 선호 가수, 선호 음식, 선호 패션, 선호 매체, 선호 예술 등 사소한 대목에 이르기까지 인생 전체를 통제당하며 살 수도 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안정적인 경제 양상과 사회가 지속되며 발전해 간다면 머지않아 저자가 지적하듯 사고와 선호와 의도까지 삶과 의식의 전 과정을 빅테크 기업에 의해 유도되고 통제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메타인지가 중요해졌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세계 대다수 국가의 정부기관에서 행동경제학 팀으로 구성된 정부기구들이 갖추어지고 있는 상황에 개인이 메타인지만으로 자유로운 선택만을 할 수 있기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긴다고 앞으로는 사용자 데이터 추적 기능을 찬양하고 빅 데이터를 통해 맞춤 권고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일상을 더 쉽고 편하게 만들어주었다며 환호하는 세대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중독 경제는 바야흐로 진정한 이디오크러시를 창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