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방언 버전 애린 왕자에 이어
전라도 방언 버전의 에린 왕자를 들으며
같은 텍스트도 언어에 따라
다른 각도의 감상을 불러올 수 있구나 느끼게 되었다.
물론 독자이자 청자인 내가 어리석어
이미 느끼며 해석케 된 바를 잊고
다시 새로이 느꼈다고 착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저 현재의 감상으로는
경상도 방언 버전에서는 애린왕자가
지구라는 별을 떠나는 대미에서의 애석한 서러움이
절절히 느껴졌다면
전라도 방언에서는
장미와 에린 왕자의 이별 장면이
더 두드러지게 다가왔다.
지리학자와 어린 왕자의 대화에서
장미의 한철이 무언지 깨달은 어린 왕자의
심정도 깊이 공감이 갔고 말이다.
장미 꽃들 사이에서
자신의 장미가 결코 흔한 장미일 수 없음을
우주 유일의 장미라는 것을 통감하는 대목도
더 깊이 다가왔다.
여우와 어린 왕자의 대화는
경상도 버전이 더 깊이 느껴졌지만
무엇보다 장미와 에린 왕자의 이별이
그리도 공감가는 연인의 이별 장면으로
다가온 것은 전라도 방언 대목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개인적 감상이지만
서울말씨의 활자 어린 왕자는
전 세대가 아울러 느껴졌다면
경상도 방언의 애린 왕자는
청년의 의식에서 다가왔고
전라도 방언의 에린 왕자에서는
중년에서 돌아보는 젊은 시절의 사랑 같았다.
낭독자분이 소리꾼이시라는데
그래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
각 인물들의 개성이 확연히 분별되는 낭독이었다.
간혹 낯선 어휘들이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었지만
이미 서울말씨 텍스트를 알고 있다보니
유추하기 어렵지 않았다.
본서는 꼭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실만한 의의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경상도 방언과 전라도 방언 버전
각각의 특징들이 명확히 느껴지고
각 방언에 따라 제각기의 감상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다채로운 감상을 느껴보시겠다는 분들은
꼭 둘 다 들어보시기를 추천 드리고 싶다.
읽은 게 아니고 들었지만
애린 왕자와 에린 왕자를 통해
같은 원전을 다양한 번역본으로
읽어보시는 분들의 이유를 알것만 같았고
같은 원전이라도 그래야 하는 까닭을 명확히 알게 된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