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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도시.더니스 빌라 지음, 윤태경 옮김 / 서울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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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로서 밀레니얼 세대의 번아웃을 다룬 한 권을 읽고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걸 지적한다는 것도 의의는 있는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아무런 대책도 없이 우리 세대는 이렇다고 나열하고 있는 저자를 보며 다른 세대들에겐 무슨 불평과 신세한탄을 하는 세대로만 비치지 않을까 하는 난감함이 들기도 했다. 이미 번아웃은 X세대들 부터 겪고 있는 일이었던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책에선 이전 세대들의 안정적인 제도 등을 밀레니얼 세대는 박탈 당한 것으로 묘사했지만 권고해직 등의 불안정한 풍토로 피해를 본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권에서는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를 겪으며 안정적이던 생업이라고 믿던 것이 결코 언제까지나 우리를 지지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전 세대가 함께 목도하고 겪어내야만 했었다. 그리고 어린시절 부터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풍토 속에서 성적을 비관하며 자살하는 많은 학생들의 뉴스를 접해야 했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공부가 뭔지 끝없은 학습이 연속되는 부담으로 당시 청소년들의 정신은 피폐해졌고 다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었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다르지 않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어느 세대나 자기 시대의 번아웃이 있었을 것이다. 민주화 시대에는 가공할 공권력의 폭압이 번아웃을 불러왔겠지만 그들이 자신들 번아웃을 문제 삼으며 사회를 탓하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화 시대는 물론 사회를 탓할 자격이 있었지만 그들은 사회를 탓만하기 보다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앞장섰다. 그런데 요즘 세대를 이야기하는 그 책에서는 아무런 해결안이나 대책을 제시하지는 않고 그저 넋두리뿐이었다. 물론 그 책의 저자는 민주화 시대를 겪어보지 않았을 미국인이기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편협해 보였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대안도 대책도 아닌 우리 이렇게 힘들어라는 넋두리로 책 한 권을 두둑히 채우고 있는 그 필력이 말이다. 

 

하지만 Z세대와 그들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함께 걸어나갈 미래를 그리고 있는 본서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여겨졌다. 본서를 읽는 내내 저자들이 그리는 미래상이 Z세대와의 동행을 그리고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상세계를 그려주는 듯했기 때문이다. 정말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을 Z세대를 피고용인으로 둘 기업들이 펼친다면 유사 유토피아 정도는 되어 보였다. 이 당연한 걸 밀레니얼 세대는 겪지 못했고 X세대도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전 세대들이나 선조들을 말하면 뭐하겠나 싶다. 어느 시대에도 없던 시절을 그리고 있는 본서가 현실이 된다면 Z세대뿐만이 아니라 인류적 차원에서도 성숙으로 들어서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미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 일부 기업에서는 구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우리나라 신생 기업들에서도 실현하고 있는 중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이상적인 방식들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하는 우려도 크게 들었다. Z세대도 이미 자신의 일자리를 AI에게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하듯 혁신기술들이 과연 언제까지 인류의 번영에만 이바지하게 될까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이미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있고 확산되고 있는 중에 과연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취업자들에 대한 처우를 유지하고 더 확대할 수 있을까? 다수던 소수던 취업자들의 관점과 관념들 마저 충족시켜 주어야 하고 온보딩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투입될 비용과 AI로 영구 대체하는데 투입할 비용 중 기업이 더 무게를 두고 할 투자는 무엇일까 하는 의혹이 일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사 근로자의 세계관과 생계를 영구적으로 모두 책임져야 하는 과중한 부담을 안아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언제까지나 한정없이 근로자들의 하루하루의 감정과 일상에서의 의욕을 모두 채워줄 수 있을까? 기업이 그러라고 있는 거라는 기업정신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보다는 초기비용이 높게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다 더 높은 능률과 혁신을 가져올 AI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지 않을까? 

 

이상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는 책이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나도 이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AI와 양자컴퓨터가 하나되는 혁신이 일어나는 순간 이전까지라도 이 책의 저자들이 말하는 그런 세계에서 Z세대들이 잠시의 안락이라도 누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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