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용의자X의 헌신]을 각각 어제와 오늘 봤다.
둘 다 책으로 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영화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영화를 보는 동안
책으로 보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활자로 읽으면서 상상하는 독서만의 매력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소설로서의 맛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을 영화로 옮겨
영화로서의 매력으로는 이야기의 맛을 다 살리지 못한 느낌이었다.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경우엔 영화가 참 몰입감 높았다.
이야기가 주는 감성이 90년대 정서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는 친구가 없어"라는 이시가미의 말이 가슴에 꽂히는 듯도 했지만
그의 경우엔 유카와가 진상을 알게 된다면 자신의 계획에 차질을 주리라 생각하고
단호하게 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여겨졌다.
유카와는 이시가미... 그를 알고 알아주는 친구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모른 척 사건을 해결하려 말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실제가 아니라 소설이기에 치밀한 얽개를 보여주려면
이야기가 거기서 중단 될 수는 없었을 거다.
나는 이 원작 소설의 제목을 예전에 [용의자 X의 현신]으로 잘못 보고서
천재 범재자가 자기 과시적인 살인행각을 하다 검거되는 그런 내용일 줄 알았다.
[용의자X의 헌신]이 원제목이란 걸 알고도
남자가 여자를 도우려 범죄 행각을 벌이며 여자에게 집착하다가
여자가 남자의 집착에 환멸과 혐오를 느끼는 순간
남자가 진정으로 여자를 위해 희생하는
그런 신파적인 범죄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예상한 내용 보다는 잔잔하면서도 더 몰입감있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중딩 때는 추리소설과 범죄소설, 호러소설도... 영화도 그런 류를 좋아했는데
언젠가 부터 그런 소설들과 영화들이 조금 무서워져서 읽지도 보지도 않게 되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건지 모르겠지만
살인도 귀신도 다 좀 무섭다. 세상 아름다운 것만 보고싶다.
4색 문제의 아름다운 해법을 이시가미는 나름 찾았는지도 모르겠지만
너무한 해법이라고 생각된다. 너무 간 거다.
과정도 결과에도 아름다움은 없다.
그 풀이에 임하게 된 동인과 태도만은 아름다운지 모르겠지만...
야스코 같은 어둠 속에 비친 빛줄기 같은 누군가가 나타난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시가미의 해법과는 다른 풀이 과정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