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대해서 한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인스타그램은 정말 요즘에 나를 웃기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솔직히 웃기기로 따지면 나도 엄청난 개그 욕심을 지닌 자매님들 사이에서 훈련이 되어있지만. 왜일까. 요즘 나의 개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성미가 줄줄 철철 넘쳐흘러서.......
돼지 국밥을 먹으면서 아구아 비바를 읽는 나의 활기찬 개그에 아무도 웃거나 댓글을 달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인친이 많지는 않습니다만....그렇다하더라도) 웃기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내 인친 중엔 클라리시를 읽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래도 이 농담... 여기서는 통하지 않을까? 기대 중)
그런데 진짜 나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너무 좋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아구아 비바가 정말 너무 좋았던 건데 왜 좋은지 쓰고 싶은데 왜 좋은지 쓸 수가 없다는 것이 클라리시 언니에 대한 평가의 중론이라는 걸 압니다. 쓰는 것에 욕심이 제법 있는 사람으로서 샘이 났습니다. 나는 절대 저렇게 못쓴다. 저건 아무나 쓸 수 있는 문장이 아니다. 감정에 몸과 언어가 열려있는 천재 여자 사람이 써서 이국의 언어로 번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을 건드는 문장. 문장. 문장. 어쨌든 이런 걸 쓰는 리스펙토르여사가 너무 궁금해진 공쟝쟝은 역시 뭐랄까 모든 덕질의 시작은 사생활을 아는 것으로부터. 일기장을 훔쳐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결국엔 오늘 오만 원어치 클라리시를 질렀는데 책탑 사진은 애껴뒀다 나중에.
그런데 내가 이거 산 줄 어떻게 알고 오늘 오전 인스타는 내게 클라리시를 보여주었다.
.......... 나만 좋아하고 싶은데 광고 이렇게 떠버리면.... 내 좋아함이 진부해지잖아.
그렇다고 안 좋아할 내가 아니다. 그런데. 사실 클라리시에 대한 사랑 고백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본론입니다. 문제의.... 문제의... 문제의 페이지를.... 가져오도록 해보겠습니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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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셸 푸코 티셔츠 미친 거 아닌가.......
하... 근데 내가 푸코 좋아하는 거 인스타는 어떻게 안 건가...........
처음에는 웃어넘겼는 데.....
다음 날엔.. 니체가...... 그다음 날엔 마르크스가 .......... 여러분 마르크스 바지 보실래요? 제법..핏이... 이걸............... 누가 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광고란 욕망을 촉발하고 현대의 자본주의 작동 원리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데다가...
그래도 살 만한 게 있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사이트에 방문해서
스피노자와 파이어스톤을 발견했다...
그리고 왠지 입고 있으면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도끼옹까지.................
철학 독서로 터져오르는 공쟝쟝의 지적 허영심이 패션이라는 형태로 현실 OOO(본명)의 내 컨셉 마저... 잡아먹을 위기에 처했다 삐뽀삐보.....🚨🚨
(자꾸 이렇게 인 스타 알고리즘에서 나를 사달라고 꼬시는 이상한 독서인을 위해 만들어진 옷 쇼핑몰....)
......
늦은 밤, 어쩐지 올 여름엔 파이어스톤 반팔 셔츠를 입고 읽다만 성의 변증법을 완독을 굳세게 해내는 나 자신을 이미 상상하고 있고. 그 상상 속의 언니 머리 스타일 내 머리 스타일 언니 쓴 안경 비슷한 거 찾아서.. (응?) 이런 물욕 따위.... 아니 대체 이게 물욕이 생기는 종류의 옷입니까?라고 내 마음 속 깊은 나 자신에게 물어봤는데. 솔직히 만약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는 입어보고도 싶은 것이다.
아우씨. 입어서 그렇게 쓸 수 있다면 좋쟈냥.
근데..... 푸코 셔츠를 정말 사는 사람 있을까? ... 나는.. 그를 좋아하지만 옷까지 해 입기엔 자신이 없다......
근데... 자꾸 보다 보니까 끌려서...... 이렇게 이러다 패션테러리스트너드익명의독서중독자가되는건가...심지어티셔츠에파이어스톤을걸치고 바지로 마르크스를 입고있으면......한국에서가장위험한페미빨갱읍읍...... (쿨럭!)
오늘의 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모로 이딴 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쇼핑몰 광고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