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삶 - 애도의 힘과 폭력
주디스 버틀러 지음, 윤조원 옮김 / 필로소픽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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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인종, 계급은 (우리에겐 특별히 국민국가까지) 섞여서 나타나고… 동일시의 환상… 정체성의 환상은 그것이 피해자의 것일 때 가장 위험하다. (타인을 억압해도 되는 자기 정당화로 작용하니까.)

나의 피해, 우리의 피해와 억압을 직시하는 것이 타자의 배제의 논리로 수월하게 작용하는 현상을 매일매일 발견해서 가끔은 괴롭다. 어제는 야구를 이겨서 (그렇다 나는 의도적임을 섞어서 무의식적으로 이겼다고 표현했다) 이기니까 봤다.

엘리트의 대중 혐오가 대중들의 자기혐오로 돌아왔다는 문장을 읽었다. 신자유주의는 정체성의 정치로 작동한다. 나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 (어쩌면 언어를 습득하는 일) 나에게는 억압을 발견하는 일이었고, 찾았다 안심하기도 전에 해체에의 요구를 받아서 심통이 나고 분통이 터졌었다. 똑똑한 지식인들, 처음부터 자기만의 방이 있었던… 너희들이 하는 그 잘난 말들. 그걸 누가 이해하냐고. 나는 애국가 틀어주면 만세 부르고 미투 하면 같이 미투 하고 싶고 그런 사람이라고. 나는 돈 좀 더 벌어서 내 식구들한테 잘하고 싶다고… 난 그냥 그런 사람인데… 좀 편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아니었다고… 그 평범한 욕망이, 이런 미디어의 시절에는 가장 홀리기 쉬운 뭐시 중헌디의 말이 된다고…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제 누군가가 부르는 대로 불리지 않기로 결단한 나는… 24시간 중 오롯이 쓸 수 있는, 내 시간에 글씨들을 읽어나가고… 내가 느끼는 그 감정들을 만든 말의 최초를 더듬다가 점점 심각한 구조주의자가 되어가고, 삶을 촘촘히 포화하는 그 말들을 다른 말로 써야 함을 계속해서 느끼지만, 저녁에는 일하고 피곤해서 모바일로 쇼핑을 하고 인터넷 뉴스를 본다. 어디를 가라고 무얼 사라고 저것들을 비웃고 메타인지를 문제 삼는 품행 평론자들의 방송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나는 저렇게는 안 살아야지… 나는…

다들 그만해.

그런 게 가끔 너무 슬프니까.
다.
내가다.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다.

,

삶의 통제권을 잃은 (혹은 가져본 적 없는) 사람들이 수월하게 취하는 자율성(혹은 자아 정체성)이라는 잔인한 낙관에 대해… 무력한 내가 전능해지고 싶었던 환상들에 대해. 나의 동일시의 소스라치게 폭력적임에 대해. 우리가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통치 방식. 그러니까, 자기착취 각자도생 = #신자유주의


"(58)무엇이 나를 사로잡는 지를 항상 알지‘는’ 못한다면, 그리고 다른 사람의 ‘안’에 있는 무엇을 잃은 것 인지를 내가 항상 알지는 못한다면, 바로 이 박탈의 영역이 나의 모름unknowingness을, ‘의식하지 않은 사이에 각인된’ 원초적 사회성의 자국을 노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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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0-30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는 제가 대중임에 많이 슬프지 않고요. 금방 혹!하는 성격인것에 상심하지 않습니다.
저는 쟝쟝님이 말하는 게 뭔지 조금 알것 같고요. 이제 막 찾았는데 잃어버리는, 해체를 요구받는 그 심정에 대해서도 쪼금 이해합니다. 아주 조금이요. 그걸 알아채는 당신의 지성을 원망하시기를..... 충분히 원망 바랍니다. 사자성어로 갑니다. 식자우환.

다만.... 그 무엇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주시기를 바래봅니다. 성조기 흔들면서 광화문을 뒤덮는, 어디엔가 속하고 싶은, 정체성의 정치에라도 발을 담그고 싶은 그 마음에 대해서요. 그 분들도 다 진심입니다.

공쟝쟝 2024-10-31 11:16   좋아요 1 | URL
저는 한강이 상받아서 울고(곰곰 생각해봤으나 그와 아무런 접점이 없음... 있다면... 518에 받은 영향?), 기아 37년 만에 홈에서 우승에 환호하는 그런 어디엔가 소속되고 싶고, 진심으로 온 맘과 성의를 다해 미혹되고. 뭐시중헌디 뭐시..(나홍진의 곡성에 ㅋㅋㅋ 명대사 입니다.. 계속 홀리죠. 나를 부르는 알 수 없는 목소리들) 하게 되는... 그런 그런 사람입니다. 내가 가졌던 소속, 개인, 정체성... 그 안에서의 따뜻함, 동일시와의 청산적 긴박한 단절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나 잘났다 빠져나오는 걸 버거워하는 늘 미련이 너무 많아 계속 더디고 한 발 늦는 사람이고요...

그 미련 때문에.. 책 읽기를 시작해서.. 이런 시절에서는 그저 살아는 것만으로는 안돼고~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 개인이.. 주체가.. 자아가(탈여성...ㅋㅋ 이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합니다) 되어야 한다는 걸 푸코 좀 데리고 오면 내면을 발명해야한다는 걸...읽어버려서... 힘이 듭닏...... 정말로 거기서 성조기를 흔들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나는 이젠 스스로 생각하고 싶으니깐요....)

그들은 또한 나이기에 그분들의 ‘진심‘을...... 비웃은적이 없다고....... 써왔고요 ㅜㅅㅜ 만약에 그냥 비웃고 나는 아닌데? 지나치는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안 읽었을 거 같아요. 그 지점 알아주세요. 저는. 애써 획득한 제 지성ㅋㅋㅋ에 이제 죄책감은 갖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헤어져야 한다........

매번의 이별을 자주 틈틈 울면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