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물만두 > 용은 잠들다 - 미야베 미유키
제4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 대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의 ≪용은 잠들다≫ 전격 출간!
≪이유≫, ≪인생을 훔친 여자(원제: 火車)≫ 등 한 개인의 범죄와 사회의 관계를 담담하면서도 밀도있게 그려내온 미야베 미유키의 또 다른 걸작 ≪용은 잠들다≫가 출간됐다.
≪용은 잠들다≫는 남다른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가 등장하는 초자연 미스터리(Supernatural Mystery)다. 국내 출간작만 접한 독자들에겐 의외의 선택으로 보이겠지만 미야베 미유키를 잘 아는 이에겐 놀랄 일만도 아니다. 시대극이면 시대극, SF 판타지면 SF 판타지, 게임 소설이면 게임 소설, 본격 미스터리면 본격 미스터리…. 폭넓은 장르를 아우르며, 그 어떤 장르에서도 결코 실패하지 않는 것이 미야베 미유키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점은 초능력을 다루고 있다고 하여 얼토당토 않는 허황된 설정으로 사건을 뚝딱 해결해버리거나, 뭔가 초자연적인 결말로 끝날 거라는 독자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뛰어넘는다는 사실이다. 영화 <엑스맨>에 등장할 것 같은 현란한 초능력 액션이나, ‘인류 수호’와 같은 어마어마한 미션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해결방법은 어쩌면 ‘초능력 미스터리’라고 부르기엔 어째 심심할 정도다. 고작해야-라는 표현이 용서된다면- 초등학생의 실족사와 한 여성의 유괴사건이 사건의 전부다. 그러나 80년대 ‘유리겔라’ 소동과 엮어, 초능력자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을 문제 삼는 지점을 보면 미야베 미유키의 필력은 역시나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찌 보면 신선할 것 없는,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다룬 이 작품이 제4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 대상작이며 199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4위로 랭크된 사실은 ‘역시 미야베 미유키!’라는 사실을 재삼 확인시켜준다.
남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30년 만의 폭풍우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소년 신지를 우연히 차에 태우게 된 잡지사 기자 고사카는 본의 아니게 한 초등학생의 실종사건에 연루된다. 불길하게 열려진 맨홀 뚜껑과 그 속으로 세차게 빨려 들어가는 물길, 그리고 어린이용 노란 우산…. 신지는 이것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가 맨홀 뚜껑을 열어둔 게 분명하니 ‘범인’들을 잡으러 가자고 고사카를 다그친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고사카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는 신지. 그는 사물이나 사람에 손만 대어도 그 사물 혹은 사람에 남아있는 기억이나 흔적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 이른바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신지의 주장대로 ‘빨간색 포르세’를 찾으러 가지만, ‘범인’인 게 확실한 그들의 강력한 부인 앞에 맥없이 돌아오고 만다. 그 후 나오야라는 20대 청년이 찾아와 신지는 사이킥(Psychic, 초능력자)이 아니며, 단지 특별한 능력이 있는 양 ‘초능력 놀이’에 빠져있는 십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두 소년의 출현에 혼란에 빠진 고사카를 선배 기자 이코마가 도와준다. 그리고 소설은 이내 고사카에게 전달된 일곱 통의 협박 편지와 고사카의 전 약혼녀의 유괴 게임으로 급반전한다.
초능력이란 현대의 과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현상을 나타내는 능력을 뜻하는 말이다. 초능력은 염력, 염동, 사이코메트리 등 다양하다. 영화 <사토라레>의 주인공은 가만히 있어도 그의 마음을, 본심을 주위 사람들이 알게 되는 특이한 능력의 소유자다. 반면 신지는 자신이 ‘오픈’ 되어 있는 상태에서 사람이나 사물에 접촉을 하게 되면 거기에 남아있는 기억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다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보자. 물품 계산대 앞에 줄을 서 있는 내 앞의 여자가 평온한 얼굴로 시어머니를 어떻게 괴롭힐까 고민하고 있다면, 내 앞에 서서 멀쩡하게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학부모와의 불륜에 고민하고 있다면, 나에게 다정하게 웃으며 말 건네는 친구가 속으로 ‘쟨 너무 싫어’라고 생각하는 진심이 들린다면? 그리고… 누군가 사람을 죽이려 하고 있다면? 신지는 이렇게 강변한다.
“나처럼 어리고 아직 세상물정도 잘 모르는데, 보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은 것을 알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다면 어떻게 할 거죠? 보이잖아요? 들리잖아요?”
미야베 미유키는 남과 다른 능력을 타고난 초능력자를 우상시하는 게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면 그 삶은 얼마나 힘들 것인지 걱정한다. 스파이더맨 의상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늘 외롭고 고통 받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피터를 생각해 보라. 한 초능력 소년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인간적 성숙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라 한 편의 성장소설로도 읽힌다.
한편, 미야베 미유키는 이 초능력은 아주 특별한 소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안에도 잠재되어 있다고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그 능력을 갖게 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저자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각자 몸 안에 용을 한 마리 키우고 있다. 어마어마한 힘을 숨긴, 불가사의한 모습의 잠자는 용을. 그리고 한 번 그 용이 깨어나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는 일밖에 없다.’
독자 여러분은 자신에게 그런 힘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의 잇속만을 챙길 것인가 아니면 정의를 의해 쓰겠는가? 그도 아니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은둔할 것인가.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라고 미야베 미유키는 말하는 듯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다 읽었다면 이젠 미야베 미유키다!
日 월간지 <다빈치> 선정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작가’ 7년 연속 1위!
미야베 미유키는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추리소설을 비롯해 게임, 만화 등 각종 매체에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나오키 상 수상작가’라는 한 마디의 수식어로는 부족할 정도로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데뷔작인 ≪우리들 이웃의 범죄≫로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일본추리서스펜스 대상, 추리작가협회 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야마모토슈고로 상, 나오키 상, 일본 SF 대상, 시바료타로 상, 마이니치출판대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본 월간지 <다빈치>가 선정하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작가’에 7년 연속 1위를 수상한 진기록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진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를 모두 제치고 말이다. 남자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부동의 1위였다. 그것이 우리가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를 주목하는 이유다.
한 개인의 범죄는 그가 속한 사회의 반영이자 결과라는 입장을 보여준 ≪이유≫, ≪인생을 훔친 여자(원제: 火車)≫ 같은 작품들만 보면 ‘사회파 추리소설’만 쓰는 작가라고 단정내리기 쉽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미야베 미유키는 시대소설부터 미스터리, 게임 소설 등 아주 다양한 장르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는 전방위 작가다.
‘초능력’에 대한 관심도 상당해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목록에는 꽤 여러 편의 초능력자 이야기가 등장한다. ‘최면’이라는 소재가 등장하는 ≪마술은 속삭인다≫와 염력을 쓰는 인물이 등장하는 ≪크로스 파이어≫, 그리고 이 작품 ≪용은 잠들다≫가 대표적이다. 노블하우스는 국내에 미야베 미유키의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미야베 미유키만의 매력을 담뿍 담은 작품들을 국내에 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