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미네르바 > 세상의 모든 악으로부터 정의를 지킨다!!
플루토 비밀결사대 - 2005년 제11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37
한정기 지음, 유기훈 그림 / 비룡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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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플루토 비밀 결사대의 요원으로 정의와 이 세상의 약한 사람을 위해 내 목숨을 바칠 것을 약속한다.”
플루토 비밀 결사대원들의 선서문이다. ‘플루토 비밀 결사대’라는 제목만 듣고서는 왠지 은밀하면서도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더군다나 ‘플루토’라니... 왠지 외계에서나 쓰일법한, 신비스러운 이 이름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벌써 눈치 챘을 것이다. 바로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 소설 「검은 고양이」에 나오는 고양이 이름으로 ‘염라 대왕’이라는 뜻이다. 즉, 세상의 모든 악에겐 자신들이 염라대왕이 된다는 뜻이다. 이 발칙하고도 깜찍한 비밀 대원들은 바로 초등학교 5학년생들이다.

 뻬로와 칸쵸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우진이와 동영이는 단짝 친구이다. 여기에 새로 전학 온 강금숙이라는 여자 애가 끼면서 셋은 플루토 비밀 결사대를 조직한다. 그리고 후에 우진이 동생 서진이와 김한빛이라는 남자아이까지 합세하면서 5명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국제적인 도자기 도굴범 조직 검거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다는 통쾌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미덕은 여러 군데에서 발견된다. 일단 흡인력이다. 한번 책을 붙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다. 책과 그리 친하지 않은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이 책만큼은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으리라 장담한다. 전체적인 구성도 탄탄하다. 추리 소설이다 보니 논리적인 전개는 필수이리라. 등장 인물 모두는, 설령 애완용인 이구아나조차 모두 살인 사건과 도굴범 조직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불필요한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는 짜임새 있는 구조이다. 한빛의 취미인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하는 것이나, 서진이의 풀꽃취미조차 모두 사건의 해결을 위한 필요한 소품이다. 설령 우진이 엄마가 지나가듯 한 말조차 사건의 단서를 제시해 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내가 관심 있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은, 플루토 대원인 5명의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다. 연년생 형제인 우진이와 서진이만 빼면 나머지 세 명은 소위 말하는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거나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아이다. 사실, 난 결손 가정이라는 단어를 무지 싫어한다. 그 단어엔 어떤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 그 편견은 아이들의 생활이나 사고를 제한하고 위축시키고 있다. (그러나, 여기선 그냥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결손가정이라는 말을 써 본다.)

플루토 비밀 대원의 핵심 요원인 강금숙. 이름은 촌스럽지만, 그래서 촌스럽다고 하면 무지 싫어하는 5학년 여자아이다. 금숙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빠와 둘이 산다. 엄마와 함께 살면 새 아빠와 살아야 하기 때문에 금숙이는 아빠와 살기로 한다. 한동안은 마음의 상처를 입어서 방황도 하고 일부러 삐딱한 행동도 했지만, 어느 날 추리 소설의 매력에 빠져서 추리 소설 마니아가 되고 플루토 비밀 결사대를 조직한다. 여자라고 얕보지 마라. 네 명의 남자들 보다 더한 몫을 하고 있으니..^^ 논리적인 사고와 쿨한 성격은 매번 남자아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고 우진이와 동영이의 마음을 잠시 흔들어 놓는다.

동영이는 아빠가 돌아가셔서 엄마와 둘이서 살고 있고, 한빛이는 어릴 때 심하게 앓아서 거의 시력을 잃은 아이다. 그래서 빙글빙글 도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으며 안경이 없으면 거의 사물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여서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왕따 대상이다. 친구가 없어 늘 쓸쓸히 지내지만, 대신 망원경으로 하늘의 별을 관찰하거나, 멀리 부산 시내를 구경함으로 외로움을 달래는 아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런 아이들이 아주 위대한(?) 일을 하게 만든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결손 가정 아이들이고, 또 외모 때문에 왕따를 당하지만 이 아이들은 모두, 그냥 아이들뿐이다. 세상에 대해 호기심 많고, 그러면서도 상처도 받기 쉬운 아이들... 그 아이들이 모여서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한 것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책 읽기란 앞만 보고 사는 사람들에게 잠시 한눈파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지’ 라고 한다. 매일 학교와 학원 등으로 숨돌리기조차 벅찬 일상에서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잠시 한눈파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도 플루토 비밀 결사대원이라도 된 듯 우쭐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4학년 이상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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