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kimji > 물, 빛



김태균 (1956 - )
If you go away II
lamba parint, 102x140cm, 2005


 

저 물 밀려오면 무얼 할까,
그 물 위 수 놓을까, 어쩔까
그 물 위 한 뭉텅이 짐승의 살 다질까, 말까,
그 물 위 뒤 모래밭에서 깨어난 새 마늘 찧을까, 말까,
그 물 위 햇고추 말릴까 말까, 무얼 잃을까

햇빛 다지듯,
달빛 으깨듯,
그날 읽었던 책장에 든 낡은 짐승들이 사라진 기억
다질까, 으깰까, 웃다가
이 생에 한 사람으로 태어나

먼 밤 잠 못 드는 저 물 밀려오는 소리, 듣는
그 물 위 당신이 뱉어낸 별들 안아 들일까, 말까,
그 물속 사라지는 저 빛 어쩔까, 나 말까

그러다가, 사라질까, 무엇이 될까,
잊어버릴까

허수경, '저 물 밀려오면',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문학과지성사, 2005

 

 



김태균, If you go away II, lamba parint, 102x140cm, 2005

 



김태균, If you go away II, lamba parint, 102x140cm, 2005

 

  

   빛인가, 당신, 저 손등 아래 지는 당신, 봄빛인가 당신, 그래 한 상징이었을지도 모를 당신, 뭉큰, 손에 잡히는 600그램 돼지고기 같은, 시간, 저 육빛인 당신, 혹, 당신은 빛 아닌, 물인가, 저 발 아래 일러이는 당신, 물 냄샌가 당신, 그래, 한 기호였는지도 모를 당신, 덜컹, 발에 잡히는 영상 25도 물 온도 같은, 시간, 저 온탕인 당신, 혹 당신은 물 아닌 흙인가, 저 땅 아래 실은 끓고 있는 바위 같은 당신, 아직 형태를 결정하지 못한, 망설이는, 바위인가, 사방 100킬로 용암의 얼굴 같은, 저 낯익은 당신

허수경, '낯익은 당신',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문학과지성사, 2005

 

 

김태균, If you go away II, lamba parint, 102x140cm, 2005

 

 

ㅡ 사진, 김태균의 작품은 현재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전시 중(2005.11.09~11.30)입니다.
ㅡ 작품 사진과 전시 정보는,
http://amkorea.com/ 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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