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panda78 >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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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워치 - 상 ㅣ 밀리언셀러 클럽 26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지음, 이수연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한마디로 재미있다. 뱀파이어나 특수능력자가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님에도,
-[블레이드]는 보다가 잤고,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도 한두 편 보고 말았으며, 언더 월드나 ... 같은 특수능력자들이 나오는 영화들도 대개 지루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십년쯤 회춘한 듯한 미모의 톰 크루즈와 앙칼진 소녀 뱀파이어역할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 낸 커스틴 던스트덕분에 즐겁게 봤다만. [나이트 워치]도 영화화되었다고 하던데 본 적이 없어 영화와 소설을 비교하긴 어렵겠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들었다.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시리즈나 바바라 헴블리의 [밤을 사냥하는 자들]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구태여 찾아 읽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책의 후속작인 데이 워치와 더스크 워치는 얼른 읽고 싶다. 영문판이 나와 있다면 영문판을 구해서라도 읽어보고 싶다. 3부작이 서로 맞물리면서 전편은 후편의 절묘한 복선이 된다는데 궁금해 죽겠다. 원래 한쪽 편 말만 듣고는 전체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잖는가. (더스크 워치에는 대심문관의 시각이 나올까?) 루키야넨코가 창조해 낸 세계의 전체적인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
재미만으로도 별 다섯 개 주겠지만, 사실 재미있기만 한 소설은 아니다. 은근히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더라. -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이 선과 악의 타협 문제인데, 이에 관해서는 운빈현님의 리뷰를 보시라. - 나이트 워치(야간 경비대) 두 권에는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그 중 첫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저주기둥이 그 중 하나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저주가 담긴 말을 하면 그 상대방 위에 저주기둥이 생기는데 그 기둥의 규모에 따라 각종 사건 사고 불운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인용 : p. 23-24모두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로 저주라기보다는 욕설로 인한 결과물이다. 예를 들어 "뒈져버려, 이 상놈아."같은 말을 누가 그 사람 뒤통수에 대고 내뱉었거나, 더 단순하고 약하게는 "빌어먹을 놈"과 같은 표현을 했거나, 그러면 어둠의 세력권으로부터 성공을 가로막고 정기를 빨아들이는 조그만 회오리가 퍼져 나오는 것이다.
저주기둥이란 말은 처음 듣지만, 왠지 모르게 낯익지 않은가? 일본 만화나 소설을 읽다보면 자주 볼 수 있는 "언령言靈" 도 비슷한 개념이고(언령(言靈) 신앙 : 말에는 영혼이 깃들어있어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는 믿음이다), '말이 씨 된다'는 우리나라 속담도 사실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사실 말의 힘에 관한 속담이 없는 나라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한다. 말의 힘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덕담이란 단순히 '그렇게 되십시오'라고 축원하는 데 끝나지 않고, '이미 그렇게 되셨으니 고맙습니다'라는 언령관념(言靈觀念)이 배어 있다고 일찍이 최남선(崔南善)은 풀이한 바 있다.(매일신문 이태수 칼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는 덕담만이 아니라 모든 말에 적용된다고 본다. 정말 말은 함부로 할 것이 아니다.
시인이나 가수, 예술가들 중 일부가 '다른 존재' 의 잠재적 능력이 있으나 빛의 편에 들기도 어둠의 편에 들기도 거부하고 자신의 능력을 더 발달시키지 않겠다 서약한 숨은 다른 존재라는 설정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인용된 노래 가사나 시들이 루키야넨코가 창조한 세계의 모습과 어찌나 잘 어우러지는지.
그 밖에도 온갖 흥미로운 설정과 이야기들이 700여 페이지를 가득 메우고 있으니, 읽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면 우선 지르고 보시라.
* 3부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 치프에 대한 호감도 급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