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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 아이 블루?
마리온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 조응주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간만에 아주 특별하고 아름다운 책을 읽었다.
오늘 오후 도착한 푸른빛의 예쁘고 작은 책을 점심시간과 집으로 오는 귀가시간을 투자해서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다. 덕분에 지하철에서 눈물 가득 머금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이걸 흘려야 하나, 마를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냥 닦아야 하나 고민해야 하긴 했지만서도.

표제작이기도한 '앰 아이 블루'는 내가 이 책 받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우울한' blue 가 아니였다. 그러기는 커녕 경쾌하기 짝이 없다. 호모로 불리며 반친구들에게 얻어맞고 진흙탕에 엎어져 있는 빈센트 앞에 '요정(fairy : 속어로 남성 동성애자를 뜻하기도 함) 대부' 멜빈이 나타난다. 맞다. 신데렐라에 나오는 요정대모 아니고 요.정.( fairy) 대부. 즉. 게이수호천사가 나타난다. 빈센트는 본인이 호모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지만, 이야기조차 꺼내기 힘든 현실이다. 그런 그에게 요정대부는 하루동안 '게이더(gaydar : 게이 레이더 : 동성애자가 다른 동성애자를 식별하는 능력) ' 를 쓰게해주고 3가지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이 단편은 무지하게 경쾌하고 절로 웃음 삐져나오게 하면서 동시에 유익하다.

'어쩌면 우리는'  은 커밍아웃하는 앨리슨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앨리슨 할머니가 옛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크리스마스때 스위스에 있는 학교를 다닐때 독일의 친구 집에 놀러갔다. 마을 어귀에 '유대인 사절' 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지만, 친구는 다 정치적인거라며 새총리 히틀러 때문에 그러는거니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잘 차려진 저녁을 먹고 있는데 비쩍 마른 하녀하나가 " 저 시중 못 들겠어요. 남자든 여자든 어린애든...' 그러더니 날 쳐다보더니 이러는 거야. ' 유대인 피가 조금이라도 섞인 것들한테는 두 번 다시 시중 못 들어요.'  .... 그러니까 아웃사이더가 된 기분이 어떤 건지 말하지 않아도 안단다. 편견이 어떤 건지도 말이야. 앨리슨, 네 자신에 대해서 이 할미한테 말해줘서 고맙다. 나한테 맨 먼저 얘기해줘서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구나'  이 단편의 제목인 '어쩌면 우리는' 이란 제목은 어쩌면 이 뒤에 나오는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해와 몰이해.  '모든 커밍아웃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남남이 서로를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특히 그 남남이 가족이라면. '

다른 장르의 다른 색깔의 다른 시대의 이야기들이 '동성애' 란 주제 아래 묶여있다.
몇가지 공통되는 것들이 있다면, 첫째 청소년 소설들이니만큼, 성정체성에 고민하고 죄의식을 느끼는 청소년들에게 '그것은 죄가 아니고, 선택도 아니며,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라고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소외받는 자' 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성애자일수도 있고, 동양인이나 흑인 혹은 혼혈일 수도 있다. 유대인이기도 하고, 가족 중에 동성애자가 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족' 이다. 가장 가까운 남남인 가족. 가족의 이해와 사랑은 어느 경우에도 가장 중요하고 힘이 된다. 마지막 이유로 나의 눈물을 쏙 빼놓은 작품이 ' 학부모의 밤' 이다.

이 단편집의 소재는 동성애일지라도 위의 것들이 주제일 것이다.
성정체성에 고민하거나 혹은 주위의 그런 이들을 색안경 쓰고 보지 않기 위해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사랑' 과 '이해' 그리고 '평등' 의 의미에서 이 책은 참으로 아름답고 또 유익하다.

책을 읽음으로써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면, 이 책 추천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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