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에 한참 서 있었더니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며 기운이 없다…. 그러다 어지럽고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더위를 먹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어느때보다 일찍 다가온 무더위, 슬슬 걱정이 된다. 더위를 먹었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취재/이헌건(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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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혹시 내가 더위를 먹은 걸까?

1. `더위를 먹는다`는 것은?
습한 여름철에 몸이 무거워지면서 무기력해지기 쉬운 것은 체온조절이 어렵기 때문. 주위 환경이 더우면 우리 몸은 땀을 통해 체온을 내리려고 하는데, 주위가 너무 습하면 땀이 나와도 잘 날아가지 않기 때문에 체온조절이 어려운 것이다. 즉, 몸에서는 계속 땀을 내보내지만 몸 밖으로 나온 땀은 대기중으로 날아가지 않은 채 피부에 머물게 된다.
이는 곧 몸속의 염분과 수분은 계속 땀으로 소비되지만 실제 체온은 전혀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수분과 염분의 부족이 다시 열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이렇게 높아진 열이 마침내 뇌의 열 조절 중추를 마비시킴으로써 졸도를 하거나 더욱 심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이처럼 무더운 날씨로 인해 몸의 체온조절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더위를 먹는다`고 표현한다. 과로, 수면부족, 음주 등 몸이 쇠약해져 있을 때, 노인과 어린아이, 임산부의 경우에도 일어나기 쉽다. 특히 군인이나 학생과 같이 몸에 꽉 끼는 제복을 입거나 통기가 안 되는 복장을 하고 땡볕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는 경우에도 일어나기 쉽다.

서늘한 곳에서 편한 옷을 입고 쉬는 게 급선무. 다리 쪽을 약간 높여 주는 게 좋다

2. 더위 먹었을 때의 대표적인 증상
더위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땀을 많이 흘림으로써 몸속의 진액이 빠져나가 저항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더위를 먹게` 되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을 많이 흘리면서 두통이 나타난다. 여기다 갈증을 심하게 느끼면서 눈이 빡빡해지기도 한다.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졸음을 주체할 수 없고 입맛도 없다.
때로는 구토, 설사, 복통 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심하면 전신에 고열이 나기도 한다. 이런 자각증상과 함께 피부가 건조하고 뜨거워지면서 맥박과 호흡이 빠르고 약해진다. 또 혈압이 상승하면서 근육이 이완되고 힘줄반사가 떨어진다. 심하면 실신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심장이나 뇌, 간 등에서 출혈을 일으키거나 신부전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3. 더워서 생긴 병과 추워서 생긴 병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더위를 먹는다`고 하는 병에도 사실은 두 가지가 있다는 점. 한방에서는 이를 양서병(陽署病)과 음서병(陰署病)으로 나눈다. 예를 들어 강한 햇볕 아래서 운동을 하거나 몸을 과도하게 움직이는 등의 신체적 과로로 인해 어지럽고 매스껍거나 졸도까지 하는 것을 양서병(陽署病)이라고 하고, 덥다고 야외에서 서늘한 바람을 쏘이면서 자거나 찬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신 경우, 또는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을 지나치게 오래 쐬어서 나타나는 오한과 두통,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을 음서병(陰署病)이라고 한다.

part2

더위 먹었을 때는 이렇게!

1. 체온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
심하게 더위를 먹었을 때는 우선 서늘한 방을 찾아 옷을 편하게 풀고 누워서 다리 쪽을 높여 뇌 쪽으로 혈액이 모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신을 찬 타월 등으로 닦아 체온을 낮춰주되 심장 부위나 배꼽 주위는 따뜻하게 해주어야 한다. 이때 찬물을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로는 양치질만 하고 생강즙이나 보리차 등을 따뜻하게 해서 마신다. 족삼리혈(무릎 아래, 정강이뼈 바깥쪽의 움푹 들어간 곳에서 발목 방향으로 손가락 세 마디 정도 떨어진 곳)을 한번에 5초씩 2∼3분간 눌러주는 것도 좋다. 그리고 팔다리를 무릎과 팔굽에서 끝쪽으로 천천히 쓰다듬는다.

2.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미지근한 물로 체온을 낮춘다

`더위를 먹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땀을 통한 체온조절의 실패. 여름철 외출에서 돌아와 맥이 풀리거나 기운이 없을 때, 더위를 먹었다고 느껴질 때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찬물로 샤워를 하면 일시적으로 체온이 내려가는 효과는 있지만 갑자기 찬물을 끼얹거나 냉탕에 들어가면 땀구멍이 급하게 닫혀 몸 안으로 양기가 뭉치기 때문에 또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동의보감에 의하면 땀을 흘린 상태에서 찬물에 목욕을 하면 신경통과 관절염에 걸린다고도 한다.

3. 물을 많이 마신다
더위를 먹었을 때 체온조절의 어려움과 함께 나타나는 것이 심한 탈수현상. 하지만 탈수현상은 꼭 날씨가 더운 날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시원한 탄산음료나 커피, 알코올 등 이뇨작용이 강한 음료를 자주 마시면서 물을 마시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몸 안의 수분이 모자라게 된다. 심한 갈증을 느낄 때는 이미 더위를 먹은 몸의 탈수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 따라서 여름철에는 물을 자주, 많이 마셔서 몸 안의 수분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4. 소금물이나 스포츠음료를 마신다
물을 많이 마시면 수분은 보충이 되지만 땀과 함께 빠져나가는 전해질 성분은 보충할 수가 없다. 만약 심한 운동이나 노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후 물과 염분을 취하지 않으면 몸 안의 수분이 줄어들어 마치 대출혈을 했을 때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현상을 열피로라고 하는데, 일종의 쇼크 증상이다. 햇살 아래 심한 활동을 해서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더위를 먹어서 현기증이 나거나 다리에 쥐가 날 때는 움직임을 멈추고 빨리 수분을 섭취하되 되도록 스포츠 이온음료를 마시거나 옅은 소금물을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5. 더위 먹었을 때 즉효, 제철 채소와 과일
옥수수 일사병의 특효약. 껍질째 달여 마시면 좋다.
수박 이뇨제 성분이 들어 있어 아이들이 더위를 먹었을 때 그냥 잘라서 먹여도 좋고, 수박을 조려서 만든 수박당을 하루에 2∼3회, 1큰술씩 먹거나 수박 셔벗을 만들어 먹여도 좋다.
오이 달인 즙 체내의 열을 가라앉힌다. 오이는 체내에 쌓인 열이나 습기를 없애주는 작용이 있으므로 더위를 먹어 지칠 때 안성맞춤. 특히 오이 달인 즙이 좋다.
녹두죽 강한 이뇨 작용과 체내의 열을 없애는 작용이 있으므로 여름에 더위를 먹었거나 입맛이 없을 때 좋다. 녹두로 죽을 쑤면 먹기도 쉽고 입맛도 돋우어준다.
방아풀 달인 즙 더위를 먹어 설사를 할 때 효과가 있다. 위장의 상태를 좋아지게 해서 입맛을 돋워주기도 한다.
솔잎차 솔잎의 타닌 성분은 진액의 생성을 촉진시켜 갈증을 풀어준다. 또 피닌 캄펜 등 방향성 정유 성분이 있어 흥분된 신경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황기차 땀샘을 조절하고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는 대표적인 약재. 황기를 썰어 꿀물에 담갔다가 하루 10g씩 물 2∼3컵을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인 다음 마신다.

알아두면 좋아요 - 이열치열! 뜨거운 음식으로 더위 이기기
이열치열은 우리 선조들의 여름나기 지혜. 차가운 음료보다는 추어탕이나 보신탕, 삼계탕, 육개장 등의 뜨거운 보양식으로 몸을 보하는 것이 좋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소화기관의 온도가 일시적으로 오르게 되는데, 그러면 뇌에서는 우리 몸의 온도를 37℃로 유지하기 위해 땀을 내라는 명령을 내린다. 땀이 나면서 살갗이 시원해지고 체온이 내려가는 것. 이것이 바로 `이열치열`의 원리다.
여름이면 남자들이 특히 즐겨 찾는 보신탕도 효과 있는 보양식. 개고기에는 소화를 잘 되게 하는 아미노산 성분과 비타민 A, B,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고, 몸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다. 여기다 주 양념인 마늘과 깨, 깻잎 등의 영양가도 상당하다.
그러나 개고기 자체에 열이 많은 데다, 양념으로 들어가는 마늘, 파 등도 열을 돋우는 성질이 있어 양기가 왕성하고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가급적 자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여름철에 삼계탕 등 뜨겁고 기름진 보양음식을 먹은 뒤에는 반드시 따뜻한 물이나 음료를 먹도록 한다. 이때 덥다고 찬물이나 찬 음료를 마시면 음식의 기름기가 뱃속에서 엉겨 지방간이나 동맥경화, 각종 순환장애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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