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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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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제국'을 읽고서 햄버거의 실체에 경악했었지. 한동안 조심하는듯 했지만, 워낙 입짧은 애들을 키우다보니, 가끔 롯데리아에서 열심히 먹인다. 지난해 `먹지마, 위험해'를 보고서는 한동안 엥겔지수가 높아졌었지. 유기농만 골라 먹다가...한알에 1000원 넘어가던 감자, 토마토에 눈 질끈 감았다. 최소한 쌀과 녹색 야채는 유기농을 쓰지만, 허벌나게 비싼 유기농 과일, 감자 같은건 포기했다. 뭐, `더 이상 먹을게 없다'를 보고서도 아이스크림 따위는 쳐다보지 않으리라 했지만, 사는게 어디 꼭 그렇냐구.

그래도 귀 얇은 이 엄마, 또 읽었다. 실상 새로운 내용보다 주워들은 내용이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끔찍한 이야기들. 보다 구체적인 내용도 많은 책이다.

일단, 유명 제과회사 간부이던 저자가 책을 쓴 동기가 남다르다. 그는 몸의 적신호를 느끼고, 세상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마치 배스킨로빈스 상속자이던 존 로빈스가 아이스크림의 폐해를 고발하며 음식혁명가로 나선 스토리를 연상시킨다. 이유는 몰라도 만년에 건강문제로 고통받는 과자 회사 공장장은 다들 꺼린다는 이야기나, 일본의 잘나가던 슈크림회사 사장이 돌연 회사를 닫고 암으로 숨진 사연, 아이스크림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Mr.배스킨과 Mr.로빈스의 뒷이야기 등. `오늘날 주부들은 무분별하게 가공식품을 소비해 식품산업을 번창시키고, 가족을 질병에 걸리게 함으로써 의료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시니컬한 지적에 가슴이 서늘해진다면 이미 이런 종류의 책에 발목이 잡힌거다. 일단 주요 내용을 확인해보자.

식품업계가 낳은 20세기 최대의 걸작 라면〓1인당 연간 소비량 80개. 종주국 일본 앞질렀다. 오늘날 일본의 `라멘'은 인스턴트도 아닌 것을, 우리 라면산업은 봄날, 아니 화창한 여름날이다. 인공조미료와 향료, 색소, 유화제, 안정제, 산화방지제, 점조제 등도 심난하지만 라면의 문제는 실상 면빨에 있단다. 100도의 증숙과정과 150도 전후의 유탕처리 과정, 또다시 삶아 먹으면서 세차례에 걸쳐 열처리된 탄수화물은 당지수가 높단다. (당지수는 혈당치 상승속도를 빨라지게 하는데, 열처리를 많이 한 즉석밥이 일반밥에 비해 당지수가 3배나 높다나) 영양가는 없으면서 적은 양으로 혈당치를 급상승시키고, 결국 혈당관리시스템을 망가뜨리는게 바로 열처리 공정이 많은 스낵의 특징. 저자는 3주 연속 라면을 먹으면 뇌와 정신에 이상이 생긴다는 주장도 전한다. 물론 날마다 라면 먹고 `세상에 이런 일이'에 멀쩡하게 등장하는 할아버지들이 있긴 하지만.

초코파이〓모 업체 경우, 단일 제품 누적 판매액 1조원. 85억개 팔았단다. 제과시장 성장의 견인차라는데, 겉의 초콜릿이나 중간부분 파이, 안쪽 머시멜로 크림까지 모두 정제당류가 너무 많단다. 30g 초코파이 하나는 10g의 정제당을 먹는거라나. 더구나 초콜릿은 초콜릿이 아니라 `모조 초콜릿'. 카카오 열매 핵심인 코코아버터 한방울도 안 들어있다. 코코아버터를 짜내고 난 코코아 파우더 소량에 화학처리한 유지(정제가공유지)가 들어간다고 한다. 정제가공유지는 다량의 트랜스지방산(요즘 언론에서 떠드는 주요 유해성분)을 뜻한다. 물론 부드러운 파이 촉감의 비밀은 쇼트닝. 역시 트랜스지방산 덩어리다. 팽창제도 듬뿍 넣었다.

참고로 당류〓설탕식품 탐닉하면 요즘엔 저혈당증 위험도 있다. 인간은 설탕을 만들면서 약 90%에 해당되는 자연소재를 버렸다고 한다. 사탕수수나 사탕무를 그대로 먹으면 문제가 없는데, 섬유질을 다 빼버렸다. 섬유질은 혈당치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준다고 한다. 예컨대 사과를 씹어먹으면 혈당치가 완만하게 상승했다가 서서히 하락하지만, 즙을 내서 먹으면 혈당치가 빠르게 상승했다가 떨어진다. 정과당과 정제포도당, 물엿, 갈색설탕과 흑설탕도 외관만 다를뿐 정제당이다. 당밀과 슈거시럽, 카라멜시럽도 아류. 아스파탐 등 대체감미료? 화학합성품일 뿐이다. 비만 등 신체건강 폐해만 생각하는데 정제당 많이 먹으면 정신건강 문제가 더 많다고 한다. 뇌가 에너지 기근에 시달려 정상기능을 못한단다. 뭐, 단것 좋아하는 특성이 비치매군 36%, 치매군에서는 83%로 오른다나?

혐오물질 범벅의 캔디〓설탕과 정제물엿을 넣고 가열, 농축한 것. 유화제와 경화유, 산미료, 조미료, 향료, 색소의 혼합체다. 혹자는 설탕 대신 물엿은 괜찮다고 하지만, 조청과 헷갈리지 말자. 시중 물엿은 정제당의 아류에 불과하다. 캔디 먹고 충치 걱정하는 건, 빙산의 일각만 본 것이란다.

〓정제당 70%, 첨가물 30%. 천연치클 대신 합상물질 베이스 추세. 향료, 색소, 유화제, 연화제, 가소제, 향 보조제가 추가된다. 껌 사용 향료 양은 보통 1%를 넘는데...이는 일반 식품 사용비율의 10배 웃도는 수준이다. 하루 세번 8g 껌 씹으면. 0.1g 향료를 섭취하는 거다. 물 한방울 수준이지만. 수백종의 화학물질이라는 점을 감안하자. 그중 환경호르몬이나 검증안된 발암물질 있을 수도 있다.

양의 탈을 쓴 이리, 아이스크림〓주원료는 당류와 지방, 물. 물과 기름을 어떻게 섞냐고? 어마어마한 양의 유화제가 비밀. 이 유화제는 각종 유해성분을 체액에 잘 섞이도록 돕는다. 또 정제당과 나쁜 지방을 동시에 섭취하는 `위해성의 상승효과'(sugar―fat connection)도 있단다.

햄버거 세트〓열량 권장량의 최대 53%, 지방 권장 섭취량의 82% . 고칼로리 식품이라는 불명예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이 트랜스 지방산.

가공치즈와 가공버터〓결국 첨가물로 식품소재 변형시키는게 가공식품. 자연치즈는 우유가 응고된 것 자체. 그러나 유화제, 조미료, 향, 색소, 보존료 등 넣어 `연성가공치즈'라고 한다. 가공버터? 유지방에 물리적 충격을 줘서 지방입자 키운게 천연버터. 각종 첨가물 섞은게 가공버터다. 종종 `축산물가공품'이란 말로 위장. 자연치즈, 천연버터 시중에 거의 없다. 

햄과 소시지의 아질산나트륨〓첨가물 가운데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지만 햄과 소지지, 베이컨 등 육가공품의 필수품. 선홍색으로을 발산시켜 먹음직스럽게, 또 맛을 부드럽게 하고, 식중독균 등 미생물 번식을 억제해 보관성 향상시킨다. FDA도 아질산나트륨 빼는 방안 강구하고 사용량 줄이라고 권고했으나 육가공업체는 강력 반발. 대체 물질이 아직 없다는 게다. 업계 로비력이 법률 절대성 능가하는 사례.
독일에서만 금지된 성분이지만 실상 0.18~2.5g이면 사망 가능하다는 보고서가 있단다. 0.18g? 청산가리 치사량이 0.15g 이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아질산나트륨은 육류식품의 아민 성분과 결합, 니트로사민 물질 만든다. 바로 암의 주범이다.

가공식품의 1등 효자 바나나우유〓액상과당, 백설탕, 치자황색소, 바나나향. 가공유가 성분. 치자황색소는 일본에서는 위험등급 3급이다. 향료? 보통 수백가지 화학물질 섞는데 그 속에 뇌 활동 왜곡물질, 호르몬 교란물질,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초코우유〓코코아분말 사용해 더 복잡한 문제가 있다. 즉 침전을 막기 위해 안정제 카라기난이라는 또다른 첨가물을 부른다. 이게 일본에서는 위험등급 4급...4급은 발암성 물질. 급성 또는 만성 독성물질 등이 해당된다.

가공식품의 백미 청량음료〓브랜드 가치 700억달러(70조원)이라는 콜라. 액상과당, 탄산가스, 캐러멜섹소, 인산, 향료가 주 성분이다. 뼈 같은 골조직 해치고 비만 주범이라는 지적은 좀 진부하고......새로운 문제점 속속 발표되고 있다. 콜라의 인산 성분이 정신건강 위협하는 행동독리학상 물질이라고 독일 마인츠대 연구진 발표했단다. 캐러멜색소는 유전자 손상 가능성이 있고.....그렇다면 사이다는 대안? 주원료는 역시 정제당과 향료다. 요즘 인기 있는, 탄산음료도 과즙음료도 아닌 야릇한 음료들. 과즙 5% 사용하는데 기존 음료 문제 고스란히 갖고 있다.

피로회복 드링크〓매년 8000톤 정제당이 박카스 한 제품을 통해 소비자 입으로. 카페인은 그렇다치고. 안식향산나트륨은 대표적 방부제다. 이 성분 5%나 함유했다. 이를 사료에 섞어 4주간 사육시킨 쥐는 신경과민, 요실금, 경련 등 증상으로 사망했다. 

정제유, 마가린, 쇼트닝〓불안정한 불포화지방산에 수소를 강제로 붙여 포화지방산으로 만든건 한때 기적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유해성이 확인됐어도 이미 생산 중단 힘들단다. 포화지방산을 먹은 쥐는 상대적으로 학습속도 느리고, 기억력 테스트에도 낮은 점수를 얻었다나. 포화지방이 실제로 뇌세포 파괴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마가린 덩어리 2년간 실온 방치해도 벌레 한마리 접근 않았고, 곰팡이 조차 슬지 않았단다. 미국인 경우 포화지방산 1%만 섭취 줄여도 3만명 이상 심장병 환자 줄이고 의료비 10억달러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포화지방산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트랜스지방산..이런 나쁜 지방 계속 섭취하면 필연적으로 필수지방산(오메가-3 지방산)이 부족해진다고. 아무리 지방을 많이 섭취해도 이게 결핍되면 몸은 여전히 지방 부족을 인식하고 고지방식품 탐닉의 악순환에 빠진다. 1인당 지방 섭취량 세계 최고인 에스키모인들에겐 암이나 심장병 거의 없단다. 이들은 트랜스지방산이 아니라 필수지방산 먹기 때문.

향료〓연간 15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 향료 원료 규명은 불가능. 한 향료 속의 수백가지 성분들을 그대로 공개할 향료회사도 없고, 기술적으로 확인도 안된다. 20세기 후반까지 인류는 약 300만종의 화학물질 합성. 3만종이 여러 산업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이중 발암성 시험을 제대로 거친 품목은 2000종 정도. 3만종중 식품에 직간접 쓰이는 건 3800종이다...

감기 시럽〓사소한 감기에도 당류와 인공향료, 안정제, 유화제, 보존제 투성이 물약에 의존. 비타민 A가 필요하면 베타카로틴을 만들어내고, 비타민C가 필요하면 아스코르브산을 만들어내는 과학. 하지만, 이런 물질들이 자연계 존재 상태로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인공적으로 만들어먹으면 꼭 탈 난다고...

짐작되겠지만, 이 정도 읽고나면...걱정부터 앞선다. 하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는 건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호들갑만 떨 일도 아니다. 

이 책의 장점은 평소 막연하게 알고 있던 '걱정꺼리'들을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분석하고 있다는 것. 이는 저자가 책 말미에 꼼꼼하게 밝힌 참고서적들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여기저기 짜집기를 한 부분이 적지않고, 좋게 이야기하면...정말 바지런하게 국내외 관련 서적과 논문을 꼼꼼하게 추렸다.

'먹거리'를 둘러싼 충격요법 식의 서술도 조금 가려서 들을 필요는 있다. 하지만, 저자의 포인트는 매우 중요한 핵심을 찌른다. 즉 '먹는 걸 바꾸라'가 아니라, '이런 음식을 만드는 식품회사를 바꾸도록 해보자'는 거다. (책 자체에 대해 다소 불만이 있어도 내가 별 다섯을 주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얘기는 더 많은 사람이 관심가져야 한다)

소시지나 햄, 잠시 구입않고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소비자의 뜻이 결국엔 전달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들은 이 무서운 첨가물을 빼고 만들 수 있는 기술력과 자본력이 있다고 한다. 집에서 국수 끓여먹으면, 라면 회사는 당장 천연조미료로 맛내는 연구 할 수 밖에 없고, 정제식용유 먹지 않으면, 압착해서 제대로 만든게 나올거란 얘기다.

결국엔 먹거리도 자본주의가 망친 거다. 보다 많은 이익을 위해 노력하다보니, 값싸게 화학성분에 의존, 대량생산에 나선거고, 이제 부메랑이 되어 몸과 정신을 위협하는 구조다. 럭셔리 웰빙용 특수층을 상대로 한 상품이면 모를까, 업 논리상, 절대로 돈 더 들여서 대중제품을 만들긴 어렵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먼저 움직여줘야 한다.

아참, 하루 아침에 어떻게 라면을 끊느냐구?. 친구 L의 남편은 하루 다이어트 코크를 4캔씩 마신다 하고, 내가 넘 아끼는 제부는 '늘씬 몸매'를 과신, 날마다 라면 밤참을 먹는단다. 적어도 식습관을 고치고, 어쩌다가 한번씩 먹는다는 수준에서 노력은 해야 한다. 지난해 인터뷰했던 분, 8개월만에 45kg을 뺐다는 그 청년은 식습관을 바꾸니, 이제는 먹으라해도 라면을 못먹겠다 한다. 조금씩 신경쓰다 보면....식품회사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자. 이제는 밥상에 신경 좀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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