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나의 허를 찌르고 들어오는 것은 슬픔이란 놈이다. 슬픔은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나를 사로잡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눈치챈다면, 그것을 처리하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조종하거나 숨길 수는 있다. 그러나 슬픔은 술 속에 숨어 있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난데없이 튀어나와 나를 놀라게 하고, 비웃고, 정상인 척 가장하고 있는 것을 가차없이 벗겨 내길 좋아한다. 슬픔은 나를 달래 잠들게 하고, 그럼으로써 그런 기습 공격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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