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독도 규탄시위를 보면서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일본 대사의 망언이 나가고, 시마네현은 ‘다케시마의 날’인가를 제정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전국에서 규탄시위가 일어나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진다.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독도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전투기까지 왔다갔다 하는 걸 보면 이러다 전쟁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다. 참고로 난 올해가 예비군 5년차로, 전쟁이 나면 곧바로 차출된다. 차출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나같은 돌팔이한테 치료를 받을 군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거다.
주권을 가진 나라로서, 우리 영토에 대해 다른 나라, 그것도 오랜 기간 우리 땅을 강탈했던 나라가 왈가왈부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 비록 나는 참가하지 못하지만 규탄시위를 하는 것, 일장기를 태우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에는 심정적으로 동조한다. 한일간의 교류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일정 수준을 벗어나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독도 망언' 규탄 시위를 하던 도중 성남시 태평동에 사는 54살 허 모 씨가 몸에 불을 붙이고 분신을 시도했습니다]
[17일 오전 8시20분쯤 서울 반포대교 중간 지점에서 하모(63)씨가 한강으로 투신,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강수난구조대에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신고자 송모씨에 따르면 하씨는 반포대교 중간지점에서 ‘우리 땅 독도의 0.00001%도 절대로 일본에 내줄 수 없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던 중 갑자기 피켓을 강물에 던지고 곧바로 다리 난간을 넘어 한강에 투신했다]
이토오를 암살하고 형장의 이슬이 된 안중근 의사가 추앙받는 것처럼, 목숨을 던지는 경우는 그거 말고 다른 수단이 없는 경우에 국한되어야 한다.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하던 시절 자신의 주장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전태일처럼, 민주화를 외치며 숨져간 열사들이 존경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언론자유가 만개하고 인터넷도 발달한 지금, 얼마든지 자신의 의사를 알릴 기회가 있음에도 이렇게 목숨을 내던지는 이유가 뭘까? 그렇게 해서 일본이 순순히 말을 들으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잖은가.
국가가 없는 개인은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국가 역시 개인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며, 그 개인들 하나하나는 모두 국가만큼 소중하다. 과연 일본의 망언 하나에 그 소중한 생명을 버려도 되는 것일까? 군국주의 일본의 부활을 외치며 할복자살한 미시마 유키오의 죽음이 아름다움보다는 섬뜩함을 선사했듯이, 독도 때문에 분신한 허모씨는 존경심 대신 뜬금없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노무현이 탄핵을 당했을 때 분신을 했던 한 노사모 회원처럼, 쓸데없는 데 자신의 생명을 내거는 풍조는 없어져야 한다.
여기저기서 ‘일본인 출입금지’를 내거는 것도 우려스러운 일이다. 일본 지방정부의 결정 때문에 일본인을 탄압한다면,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 것을 빌미로 김선일 씨를 살해한 테러리스트들을 어떻게 욕할 수가 있는가? 9.11 테러 이후 아랍인을 탄압한 미국이 진정한 민주국가가 아닌 것처럼, 정부와 국민을 구별하지 못한 채 만만한 일본 국민들만 탄압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나라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협력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EU나 NAFTA, ASEAN처럼 경제블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불행한 역사를 공유한 우리 세대야 그러지 못했지만, 우리 후손들은 일본과 친하게 지내야지 않겠는가.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짜리들이 노트에 일장기를 그려 찢고 밟고 했다는 호랑녀님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심난하다. 내가 반일교육을 받았던 것처럼, 지금의 교육 역시 일본에 대해 적대감만을 주입하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