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플레져전

  

“에잇---”

“으윽---”

플레져의 장풍에 연보라빛우주가 힘없이 무너졌다.

“어떠냐! 내 마트권법이!”

 

플레져는 쓰러져있는 우주에게 다가갔다.

“자, 이래도 꿀떡을 안먹을테냐!”

플레져는 먹다남은 꿀떡을 우주의 입에 우겨넣었다. 꿀떡을 문 채로 우주가 말했다.

“니 마트권법이 대단하긴 하다. 하지만 서재계에는 너보다 뛰어난 고수가 많다”

“이것이!”

플레져는 우주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머리털이 쑥 빠졌다.

“이런! 가발이잖아!”

 

자리에 돌아온 플레져는 로렌초의 시종에게 물었다.

“나는 호밀밭에서 무공을 연마하고 이곳에 온 뒤 박찬미, 유아블루 등 숱한 고수들을 물리치고 수니나라를 창업했소. 그게 벌써 6년 전 일이구료. 그간 대적할 적수가 없어서 오히려 심심하던 터인데, 서재계에는 나보다 뛰어난 숨은아이가 많다니 그게 사실이오?”

로렌초는 심난한 표정을 지었다.

“저같은 것이 무얼 알겠습니까. 서재계 일이라면 고승 발마스/달마스 형제께 묻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로렌초는 득달같이 달려가 호랑녀에게 고기를 먹이던 발마스 형제를 불러왔다. 발마스가 보니 플레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둘은 황망히 엎드려 절하고, 플레져는 그들을 일으켜 세운 뒤 말을 청한다. 발마스가 대답한다.

“...서재계에는 4대천황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습니다. 갈대숲에 사는 바람구두, 가을산에 사는 마냐, 책나무 둥지에 사는 물만두, 그리고 드팀전에 사는 딸기를 가리키는 말이죠. 이들의 내공은 그야말로 대단해, 서재인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내빼기 바쁘다고 합니다”

플레져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나와 붙으면 어떻겠소? 내가 곧 서재계를 평정하러 길을 떠나려 하는데...”

“그들이 강하긴 하나,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방책을 써드릴테니 그때그때 꺼내보시면 될 것입니다”

달마스가 먹을 갈고, 발마스가 글씨를 써서 비단 주머니에 넣었다. 플레져는 크게 기뻐했다.

“마트권법에 이런 비책까지 있으니 내가 무엇을 걱정하겠소! 서재를 평정하고 돌아오는 날, 그대들에게 후한 상을 내리겠소”

발마스 형제는 절하고 물러갔다. 플레져가 묻는다.

“먼 길을 떠나려는데 누굴 데려가면 좋겠소?”

로렌초: 진우맘은 어떻습니까?

플레져: 그 사람은 지금 우리나라에 없소. 다이어트약인 아프락사스를 찾아오라고 LAYLA라는 곳에 보냈지요.

로렌초: 무예도 뛰어나고 판단력도 좋은 울보를 데려가시지요.

플레져: 다 좋은데, 눈물이 너무 많아서 말이오. 지난번에도 세시간 동안 울기만 하는데 대책이 없더이다.

로렌초: 그럼 폭스바겐...

플레져: 아, 그렇지. 폭스바겐이 좋겠소. 당장 데려오시오!

한시간 뒤. 폭스바겐은 짐을 꾸려 플레져 앞에 나타났다.

“서재계 놈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구요! 갑시다, 플레져님!”


이틀을 날다시피 한 끝에 플레져는 서재계에 도착했다. 이른 시각이어서 새벽별이 반짝였고, 반딧불이 짝짓기를 하는 게 보였다. 플레져가 입을 열었다.

“서재계는 지극히 평화로워 보이는구나. 이곳에도 이제 곧 피바람이 불겠지?”

폭스바겐이 말을 하려는데, 어디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껄껄껄”

플레져가 보니 배가 볼록 나온 남자가 웃고 있는데, 옆에 하얀 개 한 마리가 안겨져 있다.

“너는 누구냐?”

남자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부리고 이 개는 내 애견 마태우스다. 이곳을 지나가려면 통행세를 내라”

플레져가 코웃음을 치자 남자의 안색이 변했다.

“좋게 보내주려니 안되겠구나. 부리권법의 맛을 봐라!”

남자는 팔을 꼬아 새의 부리처럼 만든 뒤, 플레져를 향해 달려들었다.

“퍽!”

플레져의 일격에 부리가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부리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에잇, 길어져라! 허이짜! 허이짜!”

부리는 팔을 더 심하게 꼰 뒤 달려들었지만, 플레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고통스러워하는 부리를 남겨둔 채 플레져는 길을 떠났다.

“서재계의 고수가 다 저 정도라면 괜히 온거야, 그렇지?”

폭스바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져가 고수들을 무찌르기 위해 서재계에 왔다는 소문은 가을산에 둥지를 튼 마냐에게도 전해졌다. 마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깍두기야, 이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깍두기는 의아했다. “마냐님의 무공이면 충분히 그를 물리칠 수 있을텐데, 왜 걱정을 하십니까?”

마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이 배를 좀 봐. 내가 요즘 음주가무에 빠져 무예 연마를 소홀히 했다”

깍두기가 마냐를 안심시켰다. “그렇다 해도, 가을산은 다른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천혜의 요새입니다. 플레져가 감히 접근하지 못할테니, 마음 놓으십시오”

그래도 안심이 안된 마냐는 깍두기를 시켜 높은 성벽을 쌓게 했다.



<서림각>이라는 중국집에서 둘은 아침을 들었다. 짜장면 곱빼기를 먹는 폭스에게 플레져가 핀잔을 줬다.

“그렇게 많이 먹으니 니가 무공이 안느는 거야. 그래서야 어떻게 멀리 날 수가 있겠냐?”

폭스가 딴청을 부렸다.

“단무지 더달라고 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줘? 단무지가 없으면 kimji라도 주던가. 주인장은 모해지금?”

조선인이 단무지를 들고 달려왔다.

“안그래도 드리려고 했는데, 왜 반말이세요? 매너를 좀 지켜요!”

열이 받은 폭스가 무공을 펼치려 하는데 플레져가 말렸다.

“아서라, 큰일을 해야 하는데 이런 일로 무공을 펴서야 되겠느냐!”

폭스는 할수없이 자리에 앉아 짜장면을 먹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쉬는데, 밖을 보니 양이 모과를 먹고 있다. 군침이 돈 폭스는 양에게 다가가 모과를 빼앗었다. 양이 구슬프게 울었다.

“켈-----------------”

플레져가 눈살을 찌푸렸다.

“약한 자의 것을 빼앗다니, 안될 일이야”

폭스가 빼앗은 모과를 반을 갈라 주자 플레져는 만족해했다. 폭스바겐은 앞에 펼쳐진 갈대숲을 가리켰다.

“저게 그 갈대숲인가 봅니다”

“그래? 바람구두가 저기 살고 있단 말이지”

플레져는 전대에서 첫 번째 비단주머니를 꺼냈다.

[바람구두: 긴 팔을 이용한 압박이 강점. 하지만 미인계를 이용해 구두를 뺐는다면 승산이 있음]

“흐음, 미인계라”

플레져는 폭스를 바라보았다.
“니가 한번 해보겠나”

폭스는 펄쩍 뛰었다. “제가 좀 이쁘긴 해도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골라 보시죠”

플레져는 중국집 앞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했다. 한시간쯤 기다리자 마음에 드는 여인이 보였다.

“저는 수니나라에서 온 플레져라 하옵니다. 댁은...”

여인은 수줍은 듯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저는 네무코라고 해요. 코가 네모낳게 생겼다고 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답니다”

“네모코라, 호오”

플레져는 그녀에게 여차저차 설명을 했고, 네무코는 쉽게 승낙했다.

“제 미모를 높이 평가해주었으니 응당 최선을 다해야지요”


십분도 안되서 네무코는 낡은 구두 한컬레를 들고왔다. 플레져는 크게 기뻐했다.

“아니 이렇게 빨리? 어떻게 했소?”

“구두가 보이기에 그냥 집어왔습니다”

네무코가 수줍게 웃었다.

“오오, 대단하오. 싸움에서 이긴 뒤 후하게 사례하겠소”

플레져는 갈대숲으로 들어갔다. 플레져가 왔다는 말에 부하들은 황급히 바람구두를 깨웠다.

“흥, 플레져든 풀빵이든 오기만 해봐. 내 구두타법 맛을 보여주겠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구두가 보이지 않았다.

“여봐라! 내 구두 못봤느냐?”

구두를 찾는 사이 플레져는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할 수 없이 슬리퍼를 신고 나섰지만 플레져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으윽---”

바닥에 쓰러진 바람구두가 구슬픈 비명 소리를 냈다.


바람구두가 무참히 졌다는 얘기를 듣고 겁이 난 마냐는 아예 몸져누웠다.

로드무비가 문병을 왔다.

“마냐님, 그간 무예 연마에 소홀했다 하더라도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예전의 내공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왜 싸우지도 않고 걱정을 하십니까?”

마냐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몸져누운 것은 플레져가 무서워서가 아닐세. 다만 겁이 날 뿐이야”

로드무비는 궁을 나오며 탄식했다. “이 나라가 곧 망하겠구나!”

로드무비는 그 길로 보따리를 쌌고, 야밤을 틈타 새로 나라를 세운 오즈마에게 도망가 버렸다.

 

 


플레져가 길을 가다보니 판다 한 마리가 여자 호랑이를 쥴로 묶고 있다.

“판다야, 지금 뭐하는 거냐? 약한 동물을 괴롭히면 못쓴다”

판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어요, 호랑이가 묶어 달랬어요”

플레져는 호랑녀에게 다가갔다.

“니가 정말 그랬어?”

호랑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자꾸 묶이고 싶네?”

플레져는 혀를 끌끌 차며 판다에게 말했다. “계속 묶어!”

폭스가 플레져 뒤를 쫓으며 입을 열었다. “요즘 애들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깐요”


천문을 보던 fyra가 딸기에게 말했다.

“스타리스카이에 스텔라가 유난히 밝은 걸 보니 뭔가 위험이 닥친 듯합니다”

딸기는 껄껄 웃었다.

“이웃 수니나라의 애숭이 플레져가 나를 치러 온다는구나. 내 충분히 대비하고 있으니 걱정 말거라. 플레져 따우에게 이 딸기가 지겠느냐”

한편 플레져는 드디어 드팀전에 도착해 두 번째 비단주머니를 열었다.

[딸기; 앞에서 보면 고양이, 뒤에서는 사자. 뒤로 돌지 못하게 하면 승산이 있음]

“아니 뒤로 도는 걸 어떻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이것도 방책이라고 내놓았담?”

폭스가 볼멘소리를 하자 플레져가 제지했다.

“아니다. 이 정도 정보만으로도 충분한 법이다.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한다”

한참을 생각한 플레져는 폭스에게 커다란 집을 하나 짓게 한 뒤 싸우나에 가서 때를 밀었다. 폭스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싸우나실까지 들렸다.

“젠장, 나도 여기저기 가려워 죽겠구만....어서 무예를 익혀서 출세해야지 원...”


다음날 아침, 플레져는 드팀전 앞에 가서 싸움을 돋운다.

“야, 이 더벅머리 딸기놈아! 나랑 한번 붙어보자!”

딸기가 분을 참지 못해 달려나온다.

“그래 이 고수머리 플레져야. 오늘 한번 사자밥이 되어 보아라!”

딸기가 뒤로 돌아 공격하니 플레져가 혼비백산 도망친다.

“어딜 도망가느냐!”

딸기가 쫓았지만 플레져는 건물 안으로 뛰어든다. 딸기도 그 안으로 들어갔다.

‘엥? 이게 뭐야?“

그 건물은 거울로 된 방이었다. 어디가 어딘지 종잡을 수가 없다.

“퍽!”

플레져의 주먹이 딸기의 안면에 작렬했다. 씨 하나가 튀어나갔다.

“아이구 내 씨!”

딸기는 난감했다. 플레져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뒤로 돌던지 하는데... 어정쩡하게 서 있는 딸기에게 플레져의 파상공격이 이어졌다.

“퍽퍽퍽퍽”

“꽥꽥꽥꽥”

바닥에 쓰러지면서 딸기는 탄식했다.

“I am too foolish! why enter here!"


딸기가 당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마냐는 화장실에 가서 오버이트까지 했다.

“크, 큰일이다. 이를 어찌할꼬? 여봐라, 로드무비 있느냐?”

치카가 달려왔다. “로드무비는 지난번에 오즈마로 튀었습니다”

마냐의 얼굴에 분노가 서렸다. “치사한 인간, 혼자 살겠다고. 그럼 깍두기라도 불러라”

치카가 말했다. “깍두기는 그보다 훨씬 전에 디섹스(dsx)란 나라로 튀었습니다”

마냐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의리없는 인간들을 믿고 살았다니!”

마냐는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마냐님! 마냐님!”

마냐를 흔들어 깨우던 치카는 갑자기 보따리를 싸더니 오즈마로 도망갔다.


플레져와 폭스는 계곡에 앉아 발을 담갔다.

“쉽진 않았지만 무난히 두명을 제압했구나. 이제 두명만 더 이기면 내 이름이 청사에 빛나리라”

폭스가 갑자기 인상을 썼다.

“물이 왜 이렇게 더렵지요?”

위를 보니 한 여인이 발을 씻고 있는데, 발이 겁나게 크다.

“아니 그렇게 큰 발을 여기서 씻으면 어떡해요?”

여인이 예를 갖춰 인사를 올렸다.

“소승은 비발이라 하옵니다. 안그래도 발이 커서 구박을 받고 있는데, 댁들까지 뭐라고 하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인이 삐진 것 같아 플레져가 나섰다.

“미안하오. 제 제자가 워낙 매너가 없어서...”

비발은 화를 풀지 않았다.

“참나, 누군 매너가 좋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아세요? 정말 별꼴이야!”

플레져는 갈색빵을 건네주며 화를 풀라고 간청했다. 비발은 한입에 갈색빵을 집어넣었다.

“저 그런데, 책나무 둥지는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

비말은 손가락으로 나무가 울창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가 바로 책나무 둥지예요. 물만두라는 고수가 산다고 하지요. 앉은 자리에서 소 한 마리를 먹고, 마립간에서 잠을 잡니다. 겨드랑이에는 날개 가 달려 있어 2미터 정도는 충분히 날 수 있습니다”

비발이 발을 씻고 간 뒤 플레져는 세 번째 비단주머니를 꺼냈다.

[물만두: 입에서 물을 뿜어 상대를 기절시키는 캐릭터. 하지만 물이 없으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막에서 싸우면 승산이 있다. 부록으로 사막 만드는 법을 첨부파일로 담는다]

플레져는 첨부파일을 열고 주문을 외웠다.

“하날레이레이레이레이..사아일합운빈현....스텔라댓글...쥴쥴쥴쥴... 소요소요소요”

두시간 쯤 외자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둘의 눈앞에 사막이 펼쳐졌다. 폭스는 흥분했다.

“정말 대단해요! 저기 봐요! 선인장도 있어요!”

사막 가운데에 어리둥절한 표정의 물만두가 서 있었다.

“난 네놈을 잡으러 온 플레져다! 덤벼라!”

당황한 물만두가 입으로 물을 뿜었지만 물의 양이 워낙 적었는지라, 물줄기는 플레져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플레져의 마트권법이 빛을 발했다.

“퍽퍽퍽퍽”

“오오----”


물만두마저 무너졌다는 사실에 마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봐라, 누구 없느냐?”

하이드가 달려왔다.

“다 도망가고 저밖에 없습니다”

“아영엄마도 갔단 말인가? 그런데 자네, 어깨에 맨 짐은 뭔가?”

하이드는 수줍게 웃었다. “저도 가려구요. 살길을 찾아야지요”

말을 마치자마자 하이드는 바람같이 내뺐다. 마냐가 길게 탄식했다.

“내가 저것을 잘못 키웠어.....”


“이제 하나 남았군요”

폭스바겐의 말에 플레져가 정색을 했다.

“사람들 말로는 마냐의 무공이 가장 강하다고 하더구나. 셋을 이겼다고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

그때, 플레져는 여우 한 마리가 책을 읽는 것을 보았다. 온몸의 털이 파란 것이 뭔가 있어 보였다.
“댁은 뉘신데 여기서 책을 읽고 있습니까?‘

여우가 대답했다. “저는 파란여우라고 합니다. 그저 밭이나 갈고 포도나 따며 소일하는 신세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오오오--” 하고 우는데, 그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플레져는 더더욱 존경하는 마음이 들어, 여우에게 큰 절을 올렸다.

“아니 왜 이러십니까? 한낱 촌부에게”

“여우님, 진리를 찾아나선 플레져라고 합니다. 제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여우는 할말이 없다고 들어가 버렸다. 플레져는 여우를 따라가 같이 포도를 땄다. 폭스바겐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플레져님은 왜 저런 사람을 우대하고 그럽니까? 한낱 여우일 뿐인데”

플레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저 여우는 보통 여우가 아니야. <시아일합운빈현>이라는 비서에 따르면 사람의 내공이 경지에 도달하면 여우가 되고, 여우로서 또 내공이 극한에 달하면 파란여우가 된다고 했다. 내가 오늘 파란여우를 만났으니 큰 행운인 게야”

플레져는 그렇게 일주일을 여우 뒤만 따라다녔다. 그래도 여우는 단 한마디의 말도 해주지 않았다. 다시금 한달이 지났다.

“여우님, 제가 그렇게 진리를 갈구하는데 한마디 말씀도 해주지 않으시니 정말 너무하십니다. 왜 저를 그렇게 미워하세요? 지난번 제 이벤트 때 여우님이 떨어져서 그런 거예요?”

파란여우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진리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며, 굳이 제 주둥이로 발설하지 않아도 구할 수 있습니다. 플레져님이 진리를 찾지 못한 것은 아직 님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플레져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사이, 여우의 말이 계속되었다.

“플레져님은 서재계를 평정하러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마냐 한분만 무찌르면 4대천황은 다 물리치는 것이지요. 그런다고 과연 서재를 평정한 것일까요? 플레져님, 무예에 우열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님의 마트권법이나 바람구두님의 구두권법, 딸기님의 뒤로돌기 권법, 물만두님의 물뿜기 권법, 모두 나름의 장점을 가진 훌륭한 권법입니다. 마트권법과 구두권법은 다를 뿐이지, 어느 것이 더 훌륭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들 말고도 숱한 권법들이 있습니다. 말하긴 무엇하지만 마태우스의 막가파 권법, 우주님의 우아한 권법, 스윗매직님의 새터데이 권법.... 왜 그것들을 무찔러 님의 우위를 증명하려 하십니까? 부질없는 짓이지요. 서재계에 오셨으면 그간 못뵜던 분들과 만나 즐겁게 담소하고 가면 안되는 것일까요? 왜 꼭 피바람을 일으켜야 할까요?”

여우의 말은 여섯시간이나 계속되었다. 여우가 간 뒤에도 플레져는 목석같이 굳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난 후, 플레져는 짐을 싸서 수니나라로 가는 배에 올랐다.


한편, 마냐는 혼자서 초조하게 플레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서워는데 안오니까 짜증이 났다.

“올때가 지났는데 플레져란 놈, 왜 안오는 거야? 내가 혼자 있다고 짧게 보는거야, 뭐야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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