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참, 저도 음식추리물 (Culinary Mystery)를 좋아하는 편인데요.

이 기사에 나온 정보 정말 알차군요.

아악! 읽다보니 기사에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1999.3.18 00:00

글 : 박광규 (미스터리 평론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말해 보시오.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소.`

마치 고전적인 추리소설 속에 나올 법한 이 말을 한 사람은 위대한 명탐정 뒤팽이나 홈스,포와로가 아니라 19세기의 미식가(美食家)로 알려진 브리어 사바랭 이다. 사바랭이 범죄를 해결했다는 기록은 없지만,사람이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듯 미스터리와 요리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음식에 독을 넣은 사건에 대해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또 로우얼 다알 (-->로알드 달을 이렇게 표기하시나?) 의 단편 `맛있는 흉기`에서는 여자가 양의 다리로 남편을 때려 죽인 후 그것으로 요리를 만들어 살인 흉기를 찾는 경찰관들에게 대접하는 장면이 나온다.

 

 

 

 



초기의 추리소설들은 주로 사건에만 중점을 둔 나머지,탐정들의 일상생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사 장면은 시간과 장소를 묘사하기 위해 쓰였을 뿐 요리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묘사가 없었다. 전설적인 명탐정 홈스 시리즈에서도 `식사를 하고 나가보세` 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러나 20세기로 접어들며 작가들이 수수께끼 풀이뿐만 아니라 탐정의 인간적인 면을 묘사하는데도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차츰 변화가 생겨났고,요리 묘사에 신경을 쓴 작품들이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 작가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Nero Wolf)`이다. 네로 울프는 지금까지 등장한 탐정 중에서 요리(만드는 쪽과 즐기는 쪽 모두)의 이른바 지존(至尊)이라고 할 만하다.

오래 전에 번역됐던 `요리장이 너무 많다`에서는 `15인의 명(名) 요리장` 행사에 참석해 `고급 요리에 끼친 미국의 공헌`에 대해 연설하기로 한 울프가 살인 혐의를 쓴 요리장 벨린의 누명을 벗겨 준다. 벨린이 무엇으로든 신세를 갚겠다고 하자 울프는 사례비 대신 벨린 특유의 소시지 요리법(소시스 미뉴이 Saucisse minuit)을 요구할 정도로 맛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잘 알려진 로버트 파커의 소설 속 탐정 스펜서 역시 요리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네로 울프만큼 먹는 데 신경쓰는 것은 아니지만,그는 권투와 요리(모두 직접 하는 것이다)라는 다소 상반된 취미를 지녔다.

많이 먹는 것으로 따지자면 무능하기로 악명 높은 도버 경감이 있다. (하하하)

 

 

 

 

 

조이스 포터가 창조한 이 형사는 웬만큼 배가 불러도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여전히 손을 뻗치는 습성 때문인지 240파운드(약 108kg)라는 거구를 유지한다.

그런데 일본에 이를 능가하는 인물이 있는데,중견 작가 야마무라 마사오의 작품에 등장하는 다키 렌타로라는 아마추어 탐정이다. 학생 시절 럭비선수였던 그는 키가 2m에 달하는 장신으로 앉은 자리에서 초밥 50개를 먹어치우는가 하면 한 끼 식사에 보통 사람의 3인분을 먹는 왕성한 식욕 때문에 `걸어 다니는 위장`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또한 많이 먹을수록 머리회전이 더 좋아진다니 정말 별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식가이면서 가장 끔찍한 식성을 지녔던 인물은 토머스 해리스의 `레드 드래건`과 `양들의 침묵` 연작에 등장했던 한니발 렉터 박사. 카니발(식인종) 한니발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손님에게 대접해야 할 요리 재료가 떨어지자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인간의 장기(臟器)로 음식을 만들어 대접했다.

 

 

 

 

 

 

 

 

 

 

 

 



워낙 요리 장면이 많다보니 따로 책이 발간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네로 울프 못지않은 미식가였던 작가 렉스 스타우트가 직접 집필한 `네로 울프 요리책(The Nero Wolf Cookbook.1973)`에는 아침과 점심식사,더운 날과 추운 날의 저녁식사,후식,손님접대요리에 이르기까지 200여종 이상의 요리법이 나와 있다(물론 `소시스 미뉴이 요리법`도 포함되어 있다).

이거 used book으로밖에 안되요.



한편 미국추리작가협회(MWA)는 작가들 특유의 요리법을 모아 `플롯과 팬(Plots and Pans.1989)`을 발간했다.

(이것두...193달러에 육박하는군요)

전채요리에서 후식까지 요리 풀코스가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는데,완벽한 조리법에서 아무렇게나 만드는 듯한 조리법도 포함되어 있다. 전혀 요리 실력이 없는 독자라도 그레고리 맥도널드(Gregory Mcdonald.`플레치`의 작가)의 달걀 샌드위치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요리 방법은 `빵 사이에 달걀 프라이를 넣는 것`인데,작가는 빵을 절반 혹은 4분의1로 자르지 않고 그대로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어쨌든 이 책을 보면 의외로 미스터리 작가들이 요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우얼 다알의 새우 요리,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빵 만드는 법,개빈 라이얼(Gavin Lyall.`심야 플러스1`의 작가)의 피자,메리 히긴스 클라크(Mary Higgins Clark)의 아보카도 샌드위치 등등.

 

 

 

 



묘하게도 여류 작가들의 여탐정 시리즈에는 요리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 물론 여탐정들이라고 해서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집에서 만들어 먹는 장면은 별로 없고 식당을 찾아 다니는 편이 오히려 많다. 이것은 여탐정들이 너무 여성스럽게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성작가 본인들마저 요리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음을 증명하듯 미국 여류추리작가협회(Sisters in Crime)는 `디저티사이드(Desserticide.1995)`라는 요리책을 펴냈다. 사전에 없는 단어인 `디저티사이드`란 `후식(Dessert)`와 `죽임(cide)`의 합성어인데,제목뿐만 아니라 책내용에도 단어로 장난을 친 듯한 말이 종종 나와 재미있다.

Desserticide II: Aka Just Desserts and Deathly Advice 이건 '2'입니다. 이것도 used만...

아시아 미스터리의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일본도 이런 면에서 빠지지 않는다. 10여년 전 일본의 평론가들이 `스펜서 요리법`을 펴냈는가 하면,올해 1월부터는 도쿄의 `라 리비엘`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미스터리의 식탁`이라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1월은 로버트 파커 코스,2월은 애거시 크리스티 코스,3월 이후에는 딕 프랜시스 코스,레이먼드 챈들러 코스 등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니 그런 여유가 부러울 따름이다. 가격은 4,500엔 수준이라니 만만치 않은 액수다.

(와...정말 재미있겠다.)



노곤한 봄이 찾아왔는데,책을 읽다가 싫증이 난다면 기분 전환을 위해 직접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떠할지?

 

 

p.s: 이분 '캐드파엘'이나 '데이빗 스셰' 등 맞는 발음 표기를 하셨는데 이 페이퍼에선...의문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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