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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1000만 대 0', 방학은 신분대물림의 적기

[기획] 방학과 빈곤에 얽힌 함수

 

김선영 기자 bono1523@hotmail.com

 

빵 1개, 단무지 2점, 게맛살 4조각, 메추리알 5개. 튀김 2개...
캐비어, 게살 스프, 연어 구이, 등심 스테이크, 시저 샐러드, 생과일 주스, 케이크...

방학 중 사교육비가 채 5만원이 안 되는 아이와 1000만원을 호가하는 '풀 코스 교육'을 받는 아이의 교육의 양과 질의 차이는, 두 아이가 먹는 이 한 끼 점심 메뉴가 그대로 말해 준다. 사교육비 비율 '1000 : 5', 때로는 '1000 : 0' 인 대한민국의 방학.
이 처참한 비율이 양산하고 있는 것은 빈곤에 빠진 아이들이 헤어 나오기 너무나 힘든 깊디깊은 '함정'이었다.


   
가난, 가난에 의한 교육 소외, 사회적 참여 배제 그리고 또 가난... 이렇게, 한 번 빈곤에 빠진 계층이 가난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계속해서 절대 빈곤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현상을 '빈곤의 함정'이라 한다.

이 함정이 사회에 존재하는 한, 그 사회에 유토피아적인 미래는 없다. 때문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미래를 위한 정부의 '세 가지' 주요 역점 사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교육, 교육, 교육." '교육'이야말로 빈곤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중요한 절단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난 해 8월 서울대학교 김대일 교수가 쓴 '빈곤의 정의와 규모'라는 논문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빈곤한 이들이 끔찍한 가난의 늪에서 벗어날 확률이 고작 6% 에 지나지 않는 '빈곤의 함정'에 깊이 빠진 나라다. 김 교수는 이 글을 통해 "한국의 저소득층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은 빈곤의 세습성 때문인데, 빈곤의 세습은 고소득층과 빈곤층의 사교육비 지출 차이가 7배정도 혹은 그 이상 나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2005년 1월, 우리 아이들의 겨울방학 풍경 속에서 김 교수가 '빈곤의 늪'의 원인이라 주장했던 '사교육비 지출 차이 7배'라는 말은 참 우스운 모양새가 돼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7배... 7배? 700배라면 모를까. 상상을 초월하는 교육비 지출 차이로 인해 지금 대한민국은, '빈곤의 늪'에서 익사 직전이다.

1000의 아이들

분당에 사는 11살 원준이(가명)는 지금 한국에 없다. 미국에서 열리는 영어 교육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겨울 방학이 시작되기 무섭게 출국했기 때문이다. 원준이 어머니는 원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엔 연간 6개월 정도는 미국에서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는데, 초등학생이 되니 방학 두 어 달밖에 외국에 나갈 시간이 없다는 게 불만스럽다.

"원준 아빠 직장 때문에 한국을 완전히 떠날 수는 없는 상황이에요. 또 어린 아이만 외국에 두는 것도 맘이 편치 않아 조기 유학 보내는 것도 마음이 안 놓이고요. 그래서 방학 때 짧은 시간만이라도 아이를 현지에 보내 언어를 배우게 하는 거예요. 근데 여름 겨울 합해도 몇 개월이 안 되요, 너무 짧잖아. 아쉬워요, 아쉬워."

원준이가 간 영어 캠프는 3주 코스다. 미국 보스턴의 -원준이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면- '명문 학원'에서 3주 동안 '고급 영어'를 기본으로 문법, 회화, 프리젠테이션 연습 등을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학원 수업이 끝나는 5시 이후에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하버드의 도시 보스턴에서 프레피(미국 명문 대학에 입학 할, 미 동부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프레피 문화를 익힐 수 있다는 것도 그 학원의 장점 중 하나라고 한다.

겨우 11살인 원준이가 방과 후 혼자 보스턴의 문화를 익혀봤자 얼마나 익힐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즈음, 원준이 어머니는 다시 한 번 원준이가 받고 있는 '수준 높은' 학원 교육을 자랑한다.

"한국 학생들 많은 그런 학원하고는 차원이 좀 달라요. 거긴 일본 상류층 학생들이나 유럽 쪽 아이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한국 학생들이 많은 타 학원과는 달리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슬랭 같은 저급한 영어도 아이들이 안 쓰고 또 한국말을 전혀 쓸 수 없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하버드나 MIT가 학원 앞의 강만 건너면 되는 거리에 있으니까,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게 다를 수밖에 없고요."

이렇게 남다른 '시청각 교육'을 시키는데 드는 비용은 학원 수강료 270만원, 기숙사비 100만원, 항공료 130만원, 기타 용돈 50만원으로 총 550만원 선. "비용이 부담되시겠어요"라는 말을 건네자, 원준이 어머니는 이내 기자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보스턴 3주 코스는 미국 동부의 혹독한 영어 교육을 받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거든요. 그래서 방학 후반기 땐 스트레스도 해소해 줄 겸 다시 3주정도 스포츠를 겸한 영어 캠프에 보낼 예정이에요. 저는 공부만 강조하는 가혹한 부모들을 혐오하거든요. 애들이 좀 놀 줄도 알아야지."

미국에서 돌아올 원준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동남아의 고급 리조트에서 승마와 골프, 스킨스쿠버 등의 레포츠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는 -다시 한 번 원준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이들에게 너무나 유익한 최고급 스포츠 교육 코스'였던 것이다.

"남자아이니까 운동도 잘 해야죠. 거기다 식사시간엔 풀코스 요리로 식사 매너까지 가르쳐 주니 금상첨화에요. 거기 오는 아이들과 두루두루 친분도 맺을 수 있으니까, 부모로서 아이의 사교 영역을 넓혀 준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고요."

   
  ▲  해외연수를 떠나는 아이들
이렇게 3주 동안 원준이가 또래 친구들과 '말도 타고, 공도 때리고, 물장구 치는데' 드는 비용은 숙식, 교육 및 항공료를 모두 포함해 총 400만원 선. 그러니까, 겨울방학 동안 11살 원준이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는 대략 보스턴 3주 코스 550만원에 동남아 3주 코스 400만원을 합해 950만원 정도인 것이다. 운동 장비 준비 같은 여행 준비 비용을 합하면, 1000만원도 쉬이 넘어간다.

여전히 비용에 큰 관심이 없는, 원준이 어머니는 "방학 중 웬만한 아이들은 다 이렇게 해외 캠프에 가요. 그래도 나는 학교 수업을 많이 빠지는 행동은 안 해. 방학이 되기 전에 아이들이 하나 둘씩 빠지면 다른 아이들한테 얼마나 피해가 되겠어요?"한다. 꼭 필요한 교육 일정만 마치면, 학교 교육은 뒤로 한 채 바로 외국에 나가버리는 부모들이 많다는 비꼼이었다.

실제로 원준이네 반만 해도 방학이 시작되기 1주일 전부터 해외 연수를 가기 위해 학교를 빠지는 아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고 한다. 학부모와 담임 선생님의 동의서만 있으면 1주일 정도는 '합법적'으로 결석을 할 수 있는 '체험 학습'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

"체험학습이라는 게 꼭 1주일로만 한정 돼 있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게 '교장 재량껏'이라는 단서가 있어서 학교에 말만 잘 하면, 방학 전 2주 방학 후 2주정도 결석을 해도 출석으로 인정을 해 준대요."

원준이 어머니는 원준이 친구, 아름이(가명)가 지난 여름 한 달 가량 학교에 나오지 않고 해외 연수를 갔던 것을 예로 들며, 학교에 '잘만 부탁하면' 한달 정도 학교에 빠지는 것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교육 일정도 마음대로 주무르며, 외국어 공부, 사교 매너 교육, 스포츠 활동에 열을 올리는 '사교육비 1000만원'대의 사람들.

"방학 중 교육 프로그램이요? 대부분이 사적으로 교육받으니까, 특별히 학교에서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방학 중 학생 참여 프로그램이라면 가끔 있는 스키 대회 같은 게 있긴 하지만, 그것도 아이들이 바빠서 참여율이 높지 않아요. 학교에서 공부시킨다고 해도 학부모들이 싫어해요. 각자 알아서 시키겠다는 분위기죠, 뭐."

서울의 한 사립학교 선생님의 말은 이렇게 '사교육비 1000만원 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자녀들을 교육하는지를 , 그들이 우리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를 잘 웅변해주고 있었다.

5의 아이들

문정동에 사는 예림이(가명) 엄마는 얼마 전 초등학생인 딸, 예림이와 심하게 다퉜다. 아니 어린 딸을 심하게 혼냈다.

"아이가 수학교습소에서 개최하는 스키 캠프에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비용이 25만원이나 하는 거예요. 스키복은 어디서 빌린다지만, 당장 25만원을 어디서 구하겠어요. 친정에서 돈을 빌린다 하더라도, 아이 취미 활동 2박 3일에 25만원은 지금 경제 사정으로는 너무 사치였고요. 아이 아빠 밀린 월급이 나온다는 희망이라도 있었다면, 어떻게 해 봤을텐데, 그것도 기약이 없고... 다른 친구들은 다 가는데 왜 자기만 못 가냐고 떼쓰는 아이를 보면서 제가 너무 무능하고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를 탓한다는 게 괜히 우리 불쌍한 예림이한테 소리를 쳤죠. 아이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엄마가 자기를 혼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눈치 챈 예림이는 쑥스러운지 엄마 뒤에 숨었고, 예림이 엄마는 아이 몰래 눈시울을 붉혔다.
초등학교 2학년인 예림이는 방학 중 수학 교습소 한 군데를 다닌다.

교습료는 5만원. 사실, 요즘 소위 잘 나가는 학원은 초등학생 수학 단과 학원비만 해도 10만원이 넘는데, 예림이 엄마는 비교적 저렴한 수학 교습소를 선택했다. 아이 아버지가 다니는 화장품 수입 회사가 최근의 경제 한파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지 5개월 째. 많은 월급도 아니었는데, 그 조차도 5개월 째 밀려 있어 가정의 자금 사정이 극도로 안 좋아진 것이다.

예림이 아버지는 현재, 자신의 회사에서 간간이 화장품을 빼와 거리에서 몰래 판매를 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불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이의 스키캠프는커녕, 지금 다니는 산수 교습소마저도 끊어야 하는 형편. 사실 9살짜리 꼬맹이의 '산수 교실'이 부모의 도덕성과 바꿀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것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는데, 아이 아버지는 이렇게 선수를 친다.

   
"제가 어렸을 때, 공부를 많이 하질 못했어요. 부모님이 많이 못 배운 분들이셨고, 워낙 시골 분들이라 제가 학교를 왔다갔다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시더라고요. 그러니 남들 다 다니는 주산학원 한 번 다니질 못했죠. 꼭 핑계 같지만, 어쨌든 부모님의 그런 태도 때문에 제가 공부를 잘 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산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그래서 저는 제가 밥을 한 끼 굶는 한이 있어도 우리 예림이 산수 교실은 보내려고 합니다. 저처럼은 안 만들 거예요."

아이가 학원 가방을 들고 "열띠미 하고 오게뜸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매서운 겨울 바람도 잊은 채 신이 나서 장사를 하는 예림이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에게 5만원짜리 산수 교습소는 그들을 미래로 이끌어 주는 희망의 끈이었다. 설령 밥을 굶는 상황이 와도 절대 놓고 싶지 않은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

예림이는 이렇게 자신의 손에 희망의 끈을 꼬옥 쥐어주는 부모님이 계시는 행복한 아이이다. 공부하고 싶어도, 가족들이 훼방을 놓는 연주(가명)에 비한다면 더더욱.

0의 아이들

청주에 사는 연주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장래 꿈이 비행기 승무원이라는 연주는 세계를 누비는 멋진 승무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학원? 해외연수? 연주는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 무료로 학생들을 가르쳐 주는 교회 공부방으로 간다.

"학교에서 컴퓨터나 영어 같은 것 가르치기도 하는데요, 그것도 돈을 내야 되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선생님이 이것저것 물어 보면 다 공짜로 가르쳐 주시니까 진짜 좋아요. 아빠랑 오빠가 집에 있으면, 공부해 봐야 뭐가 달라지냐고 미용 기술이라도 배워서 빨리 돈을 벌라고 소리만 지르는데, 여기에 와서 선생님한테 비행기 승무원 이야기도 듣고 하면 제가 진짜 승무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진짜 진짜 좋아요."

학교에서 제공하는 2, 3만원짜리 방학 교육도 너무 큰 부담이었던 연주. 아버지와 오빠의 성화에 맘 편히 집에서 책 한번 펴지 못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아버지 몰래, 오빠 몰래 집안 살림을 다 해 놓고 공부방으로 달려오는 아이. 14살의 나이로 집안의 어머니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연주는 '가난'이라는 버거운 삶의 무게 때문에 일찌감치 어른이 되어 있었다.

연주네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이고, 어머니는 연주가 5살 때 돌아가셨다. 연주 아버지는 벽돌 쌓는 일을 너무 오래 하신 탓에 오른 쪽 어깨 골절이 다 마모 돼 큰 힘을 쓰는 일을 하지 못하신다. 건설 현장에서 오른쪽 팔을 제대로 못 쓰는 사람이 큰 소용이 없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 일.

연주의 아버지는 지난 가을까지, 깜깜한 새벽부터 인력 시장에 바지런히 나가보았지만, 그를 데려가 주는 고용주는 거의 없었다. 추운 겨울이라 더욱 더 일거리가 없는 요즘 연주 아버지는, 폐차 직전 누군가가 거저 준 차에 성인용 비디오 테이프를 잔뜩 싣고 도로에서 장사를 한다.

그런데 돈을 벌기는커녕 그 애물단지 자동차 때문에 연주는 이번 방학 때, 시에서 주는 무료 급식도 못 먹을 뻔했다. 방학 중 무료급식 대상자엔 '자가용이 있는 집은 제외'라는 항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급식까지는 담임 선생님의 배려로 먹을 수 있었는데, 학교에서 하는 방학 중 컴퓨터 교육이나 영어 교육까지는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 고물차 때문에...

담임선생님께 사정을 말해 볼 수는 없었는지 연주에게 물었다.
"저희 담임 선생님이 참 좋은 분이셔서, 우리 차 때문에 무료 급식도 안 되는 건데 되게 만들어 주셨거든요. 그런데 방학 때 수업까지 공짜로 듣게 해 달라기도 죄송하고, 또 애들은 다 학원 다니느라고 방학 때 학교 안 나오는데 나만 학교 가는 것도 싫었어요.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연주의 대답 속엔, '왜 저의 가난함을 드러내며 누군가에게 무료 수업을 '사정'을 하지 않았느냐고요? 너무 잔인하지 않으신가요?'라는 물음이 숨어있었다. 이제 곧 사춘기에 접어들 14살 연주, 그리고 학교를 일찌감치 그만 둔 연주보다 두 살 많은 오빠 연철이(가명). 한 명은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고, 다른 한 명은 그 늪 속에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빈곤의 함정에 빠진 사교육비 '0' 계층의 모습이다.

오만을 거둬내자! '교육'을 시작하자!

2005년, 한국의 교육 복지는 이와 같다. 한국교육개발원 이혜영 연구원이 '도시 저소득 지역의 교육소외 실태와 분석조사'라는 연구에서 "고소득 지역의 아이들과는 너무나 다른 문화 속에서 자라는 저소득 지역의 아이들은 (바람직한 역할 모델들의 부재 등으로 인해) 장래에 대한 희망의 부재, 성취 동기의 부재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듯이, 방학 중 사교육비 1000만원인 아이들과 5만원 정도인 아이들 그리고 0원인 아이들은 성장 환경 속의 문화적 자본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방학이 되면 교육 환경의 차이는 더욱 심화된다. 그리고 가난한 우리 아이들은 급식표를 들고 저소득층 무료 급식을 광고하는 무료 급식소에서 밥을 먹거나 웬만한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은 외면하는 방학 중 교내 수업에 쑥스럽게 끌려가 앉아있어야만 한다.

이는 교육의 '질'적 측면은 도외시한 채, '내용이야 어떻든 우리가 공급하지 않느냐'는 식의 오만하기 그지없는 일방적인 행정 편의주의에서 비롯된다. 교육 복지의 초기 단계에서 흔히 지적되는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인 복지의 폐해'가 현재 한국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 해 12월 교육인적자원부는‘도시 저소득지역 교육복지종합대책을 발표해 실질적 교육평등을 실현하겠다고 선포했다. 또한 50여개의 시민단체들도 빈곤의 대물림을 끊자는 취지에서 '위 스타트(we start)'운동을 시작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러한 운동들은 그동안 존재해 왔던 방과후 아이들 무료 교육, 무료 급식, 저소득층 소질 개발 교육 등을 중심으로 하고있어 그 형식에 있어서 기존의 교육 복지와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기존의 저소득층 인적 자본 형성을 통한 경제적 경쟁력 확보라는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기든스가 강조하는 폭넓은‘사회적 포용’의 단계로 바짝 다가서고 있다는 것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본다. 지역사회의 촘촘한 네트워크를 통해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되지 않게 이끌어 주고, 교육 환경의 평등, 적극적인 복지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전 사회로 퍼지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도 친구들도 저소득층 무료 급식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 동등한 입장에서 교육을 받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지역 사회에서 저소득층을 제대로 파악하고 국가에서 미리 적극적인 경제적 지원을 함으로써, 그 누구 앞에서도 가난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정'할 필요가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힘 때문이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1000: 0은 너무 가혹하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빈곤의 함정에서 나오려 안간힘을 쓰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Please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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