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교육은 이렇게.. | 유아교육추천싸이트 2004/10/22 21:52
http://blog.naver.com/star1353/100006914318
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한글을 쉽게 배울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으레 '잘 보고 잘 들으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이건 절대 웃자고 한 말이 아니다.
읽기 능력이라고 하면 글을 읽고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넓은 의미에서 언어적 이해력이다.
이 언어 이해력은 말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과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모두를 포함한다. 이러한 능력은 아이가 글을 깨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능력은 오랜 시간동안 어휘 지식을 습득하고 사물의 연관과 인과 관계에 대한 지식을 얻는 과정을 통해 발달한다.

"ㅎ"이 두갠데 어떻게 읽어요?"
하지만 이 언어적 이해력의 기초에는 말을 듣는 능력과 글자를 보는 능력이 있다. 아이들이 말과 글을 배우는 것은 그야말로 듣고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보이면 보는 거고 들리면 듣는 거지 듣고 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인가?
평생을 발달 심리학을 연구하시다 정년을 맞이한 은사님의 퇴임 연설에서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보였던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는 언어 능력이나 인지 능력에서 특별한 결함을 보이지 않았으며 글을 읽지 못하는 정확한 이유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다 '홍'자를 가리키며 읽어보라고 했을 때, 아이는 "'ㅎ'이 두갠데 어떻게 읽어요?"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은 말을 듣고 글을 보는 연습을 수십 년 동안 해온 사람들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말소리가 어떻게 들리고 글자가 어떻게 보일 지를 상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를 생각해보자. AFKN을 보면서 뜻은 고사하고 무슨 소리인지도 알 수 없어 애를 태우거나 이슬람 문자를 보면서 '저게 지렁이 기어가는 거지 무슨 글씨야?'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모두 우리가 그 나라 말과 글을 듣고 보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세상은 온갖 빛깔과 소리가 한데 뒤섞이고 엉겨있는 혼돈과도 같다.
아이들은 이 혼돈 속에서 엄마의 얼굴과 엄마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연습을 하면서 세상에 질서와 의미를 부여해 나간다.
아이들이 엄마의 말을 알아듣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고 해서 듣고 말하는 연습이 끝난 것이 아니다. 또 디지몬 캐릭터들을 분간한다고 해서 보는 연습이 끝난 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귀에 말소리가 어떻게 들리고 아이들의 눈에 글자가 어떻게 보일지도 알지 못하고 그저 엄마에게 들리는 대로 아이에게 들리겠거니 엄마에게 보이는 대로 아이에게 보이겠거니 하면 그 엄마는 아이를 도와줄 수 없다.
 
만 2, 3 살의 아이들은 아직 '공'-'콩', '감'-'강'과 같은 말소리의 미세한 차이도 잘 변별하지 못하며 '이불'의 '이'와 '달팽이'의 '이'가 같은 소리라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또 '강물'이라는 단어를 통째로 하나의 그림으로 보아야 할지, 'ㄱ', '???ㅁ', '???'로 보아야 하는지, '강'과 '물'로 나누어서 보아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의 귀에 말소리가 어떻게 들리고 아이들의 눈에 글자가 어떻게 보일지도 알지 못하고 그저 엄마에게 들리는 대로 아이에게 들리겠거니 엄마에게 보이는 대로 아이에게 보이겠거니 하면 그 엄마는 아이를 도와줄 수 없다.   
 
한글을 배우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자를 말소리에 대응시키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강아지'라는 말이 3개의 말소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3개의 글자로 나타낼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소방차'의 '방'과 '방울'의 '방'이 같은 소리라는 것도 알아야 하며 같은 글자로 나타낸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또 '공'과 '강'이 서로 다른 공간적 배열 을 가지며 '강'의 'ㄱ'과 '공'의 'ㄱ'이 같은 낱자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글자를 배우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하는 일상적인 놀이와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능력들을 터득해나간다. 아이가 글자 카드를 가지고 놀아야만 한글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는 데서 가장 좋은 교재는 바로 엄마의 말과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다. 아이에게 또박또박 동화책을 읽어 주는 엄마의 목소리에서, 엄마와 함께 하는 여러 가지 말놀이에서, 블록 쌓기를 하며 도형의 모양과 공간적 배치를 알아 가는 속에서 아이들은 한글을 배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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