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놀자 > 무서운 그림책, 슬픈 그림책의 특별한 매력

얼마 전 TV에 《다섯 개의 풍선》이라는 책만 읽으면 ‘엉엉’ 대성통곡을 하며 우는 아이가 소개된 적이 있다. 그림책에는 다섯 가지 색깔의 풍선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다섯 아이가 등장한다. 풍선이 하나씩 터지는 바람에 상실감을 느끼지만 곧 이를 극복해나간다는 내용이다. 아이는 풍선이 터지는 대목을 읽어줄 때마다 울면서도 자꾸 읽어달라고 해 부모를 몹시 난감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공포, 두려움, 상실, 슬픔 등의 내용이 담긴 그림책을 아이에게 보여줘도 정말로 괜찮은 걸까? IQ보다 EQ에 관심이 높은 요즘, 아이의 정서에 따라 어떻게 그림책을 읽혀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다. 아동작가, 아동심리상담 전문가에게 의견을 들어보았다.


<<< 아동작가 고희경 선생님
“아이의 정서 발달에 꼭 필요합니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에게 밝은 내용, 밝은 그림의 그림책만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음식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듯이 무서운 그림책이나 슬픈 그림책 역시 아이의 정서 발달에 꼭 필요하다. 아이들의 세계에도 분명 어둡고 외로운 마음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표현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무서운 이야기나 슬픈 이야기는 밝고 즐거운 이야기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하고, 감정을 표출하게 도와준다. 단순하고 평면적인 느낌을 주는 책은 아이의 감성 발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서운 그림책과 슬픈 그림책은 두려움과 슬픔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즐거움과 흥미도 준다. 아이가 눈을 가리면서도 보려고 하는 것이나 눈물을 흘리면서도 읽고 싶어 하는 것은 이런 감정의 자극이 즐겁기 때문이다. 상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공포감은 상상력 속에서 더 커지고 상상력 역시 공포감과 함께 성장해간다. 아이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덜 무섭고 덜 두려워지는 걸 느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공포의 대상 또는 슬픔의 대상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 아동심리상담 전문가 문미희 선생님
“아이가 준비가 되었을 때 보여주세요”

만 2~3세 아이들은 동물이 나오는 그림책을 좋아하나, 차츰 이야기가 굽이굽이 흘러가는 전래동화를 좋아하게 되고 만 4~5세가 되면 무서운 이야기도 즐기게 된다. 무섭거나 슬픈 이야기는 아이의 감성을 풍부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무섭거나 슬픈 감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만 3세 이전에 읽히는 것은 그다지 권하지 않는다. 아이들 중에는 타고난 성격이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이들이 있다. 간혹 아이의 성격을 바꾼답시고 무서운 이야기 등 자극적인 그림책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역효과가 나기 쉽다. 마음의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작은 자극에도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시각적인 공포를 먼저 느끼기 때문에 무서운 그림을 보여주기보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책을 보여줬을 때 무서워하거나 슬퍼하면서도 계속 읽고 싶어 한다면 보여줘도 괜찮다. 하지만 아이가 다시는 그 책을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읽히지 않도록 한다. 잘못하면 아이가 책을 읽는 것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현재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무서운 책, 슬픈 책 제대로 읽어주는 요령

1 >>> 지나치게 잔인하고 두려운 이야기는 피한다
내용이 너무 잔인하거나 아이가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슬픈 내용은 좋지 않다. 특히 특정 부분이 소름 끼칠 정도로 섬뜩한 상황이거나 슬픈 책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림도 약간의 공포감 조성이나 괴물들이 등장하는 수준은 괜찮으나 어른이 보기에도 섬뜩하다면 아이에게 보여주기에 적당치 않다.

2 >>> 등장인물이 독특한 성격을 가진 것을 고른다
아이는 평범한 인물보다 독특한 주인공에게 이끌리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이 재미있게 생긴 괴물이라거나 쉽게 접하지 않았던 독특한 캐릭터라면 아이의 흥미와 상상력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3 >>> 끝부분은 행복한 결말인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주인공이 두려움이나 슬픔을 극복하고 행복해졌다는 내용을 고르는 게 좋다. 아이도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 후에 다시 평화로운 결말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서운 감정을 자극하기만 한 채 이야기가 끝나는 그림책은 아이 마음에 ‘두려움’만 남게 된다.

4 >>> 모습과 말투를 생동감 있게 읽어준다
무서운 이야기라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손전등을 켜고 읽으면 훨씬 실감난다. 슬픈 이야기라면 진짜 슬픈 감정을 넣어 읽어준다. 그러면 아이의 감정이입에 훨씬 효과적이다. 단, 아이도 이런 상황을 즐길 때만 사용한다.

5 >>> 너무 무서워하거나 울음을 터뜨리면 읽기를 중단한다
책을 읽는 도중에 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린다면 더 이상 읽지 말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자. “우리 곰돌이 친구에게 위로해줄까? 뭐라고 해주는 게 좋을까?”, “이 괴물을 무찌르려면 어떻게 할까? 어떤 걸 쓰면 괴물이 무서워할까?” 식으로 아이와 두려움,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함께 꾸며보는 것이 좋다.

6 >>> 잠들기 전에는 읽어주지 않는다
잠들기 전에 무섭고 슬픈 이야기를 읽어주면 아이가 악몽을 꿀 수도 있으므로 삼간다. 잠들기 전에는 따뜻하고 밝은 느낌의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앙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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