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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우리 아이 안목 키워요

보고 느끼고 직접 만들고 겨울방학 프로그램 풍성

미술관은 미술작품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다. 때론 학교가 되기도 한다. 특히 방학 중엔 어린이를 위한 미술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자원봉사자 권혁송씨(오른쪽)가 학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에게 조각작품을 설명해주고 있다. 신인섭 기자

겨울방학, 시간은 많은데 바깥엔 동장군이 버티고 있다. 아이와 뭘 해야 이 겨울에 볼거리.놀거리.움직일거리.생각거리.추억거리를 줄 수 있을까? 걱정할 것 없다. 쾌적한 공부방이자 놀이방인 미술관으로 가보자. 미술관은 그림 전시회만 하는 곳이란 생각은 구식.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오른손 들어보세요, 그리고…."

토요일 오후, '근대조각 3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로댕갤러리.

'생각하는 사람' 앞에 둘러앉은 아이들이 자원봉사자 권혁송(53.인천 봉수초교) 교사의 말대로 따라한다. "이 자세가 보는 것처럼 편한 게 아녜요. 로댕은 사람의 몸 자세를 조금씩 긴장되게 변형시켰어요."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끄덕. 뒤에 서서 지켜보던 부모들도 끄덕끄덕.

무리는 이어 '칼레의 시민' 방으로 이동해 권씨가 풀어놓는 역사적 배경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아들 성삼이(초등3)와 함께 온 양숙희(38.서울 문래동)씨는 "아이와 둘이서만 다닐 때와는 달리 선생님이 알기 쉽게 설명해 주니 많이 얻어가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전시를 다 보고 난 25명의 어린이는 5개 책상에 나눠 앉았다. 철사로 사람의 뼈대를 만들고, 거기에 고무찰흙을 붙여 전시장에서 본 조각상 중 인상 깊은 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책상별로 미술대학에 다니고 있는 보조교사가 한 사람씩 배치돼 아이들을 돌봐줬다.

<그래픽 크게보기>

30년 이상 미술관에서 어린이를 위한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권씨가 부모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점은 아이들의 독창적인 감상능력을 키워주라는 것.

"지금까지 우리의 미술교육은 표현 위주로 이뤄진 반면 감상이 약했습니다. 부모님이 좋은 전시회에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다니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아이에게 제발 작품설명을 베껴쓰지 말고 눈으로 보고 직접 생각하고 느끼도록 하세요."

전시기간 중 토요일마다 열리는 로댕갤러리의 이 프로그램 참가비용은 4000원. 주위를 잘 살펴보면 이런 쏠쏠한 미술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국립현대미술관.예술의전당 등 주요 미술관은 미술아카데미를 개설하기도 한다. 학부모 윤수진(38.서울 방배동)씨는 "아이와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시야가 트이는 것 같아 내가 더 즐기게 된다"고 말한다.

권근영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 아이와 미술관 즐기는 요령

▶미술관 홈페이지나 기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아이에게 차비 및 입장료를 직접 지불하게 한다. 돈을 규모있게 쓰는 것도 공부다.

▶4B연필과 연습장을 챙겨 가게 한다. 작품 설명 베껴 적는 건 피하자. 대신 작품의 이미지를 간략하게 스케치하고 돌아와 인상이 식기 전에 파스텔 등으로 채색을 해보는 것이 좋다. 입장권, 받아온 리플렛과 함께 스크랩해 두면 훌륭한 자료가 된다.

▶전시장 안에선 그림.유물은 훼손해선 안되므로 아이 손을 꼭 잡고 다닌다.

▶전시 설명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먼저 전시장을 돌고난 뒤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다시 새겨보는 것이 좋다.

▶작품에 무조건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말자. 멀리서부터 작품을 한눈에 보는 게 우선이다. 작품 설명부터 읽으려 하는 것도 상상력을 제한한다.

▶추상화처럼 대상이 모호한 작품을 대할 때 "이건 뭘 그린 거 같아?"같은 질문은 피하자. "너라면 이런 걸 나타낼 때 이것 말고 다른 어떤 재료를 썼겠니?"처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질문이 낫다.

▶아이가 전시회를 다녀와 모든 작품을 기억할 수는 없다. 전시회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한 작품만 집중 공략하게 하는 것도 좋다.

▶아트숍에서 아이 수준에 맞는 그림엽서나 책 등을 구입해 추억을 남기는 것도 방법.

▶전시를 보는 것은 체력을 요한다. 쉬면서 아이와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좋은 추억이다.

▶미술관을 한 군데 정해 자주 가도 좋다. 전시는 일정 기간 바뀌니 새로운 전시를 할 때마다 정기적으로 미술관을 찾을 수도 있고 나중에 아이 혼자 보낼 수도 있다.



*도움말='발로 그리는 미술교실' 정향숙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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