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았다. 남편은 아들을 원했겠지만 아빠는 무조건 기뻐해 주었다. 세 자매가 멋있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소설이나 드라마 같다는 뜻이겠지.
어쩌면…… 아빠는 남자를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네 살 때 세상을 떠난 오빠에 대해 엄마는 그리운 얼굴로 말하곤 하지만, 아빠는 아직 슬픔을 극복하지 못한 듯하다. 남자들은 그런 법일까?
아카네에게는 오빠에 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얼굴은 사진으로 보았지만, 그것도 대부분 정리해 버렸는지 겨우 몇 장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녀 안에 있는 하루야라는 소년은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오빠라기보다 어렸을 때 우연히 만난천사 같은 존재였다.
그렇다. 아카네가 철이 들기 전에 하늘로 돌아간 천사. 그런 이미지밖에 남지 않도록 부모님은 결코 슬픔을 말하지 않았다.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야. 네 할머니니까."
아카네는 아직 만나지 못한 딸을 다시 한 번 쓰다듬었다.
남편은 자기 엄마를 게이코 씨‘라고 불렀다. 또는 오치아이‘라는 사는 곳으로 부르는 일도 있었다. 남편에게 어머니는 장모인아카네의 엄마다. 그렇게까지 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순간,
남편의 낯빛이 바뀌었다.
"이건 배려가 아니야. 난 그 사람을 어머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 - P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