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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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프기 전과 후의 내가 다르다고 말한다. 나는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조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 써서말하고 싶은 주제가 달라진 것만큼은 사실이다. 나는 언제재발할지 모르고, 재발하면 치료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 항암은 한 번으로 족하다. 그래서 아직 쓸 수 있을 때 옳은 이야기를 하기보다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말을 남기고 싶다.
회복한 이후에 쓴 모든 글이 그랬다.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하지 않기를 바라고 불행하거나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안그래도 상처받을 일투성인 세상에 적어도 자초하는 부분은없기를 바란다.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어른들의 사사로운 이 - P217

살아가기 어려운 공간이다. 지금만 그런 게 아니다. 원래 그랬다. 어제까지 청년이었던 사람들이 지킬 것이 생기면 돌변한다.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것들과 알아야 할 것들, 거쳐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대신 자신이 겪었던 가장 무의미한 형태의 부조리를 요즘 청년들은 피하고 싶어 한다고 타박한다.
한국만큼 청년의 치기 어림이 쉽게 공격당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만큼 청년의 시행착오가 용서받지 못하는 나라는없다. 한국만큼 청년이라는 말이 염가로 거래되는 나라는없다. 밥벌이를 하며 살아남아 세상을 바꿀 주체가 되려면끝까지 버텨야 한다. 그러니까 가면을 써라.
다만 가면을 쓴 채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다가는 미칠지도 모른다.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아도 좋은 친구들을 만들어라. 그런 친구는 많을 필요가 없다. 사실 많을 수도 없다. 간혹 인맥을 주식 투자하듯 관리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런 사람들은 언젠가 반드시 후회한 - P219

다. 내게는 가면을 벗고 있어도 좋은 친구들이 세 그룹 정도있다. 서로 성격도 생각도 하는 일도 다른 사람들이다. 거기서는 가면을 쓸 필요가 없다. 오랫동안 버티면서 언젠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 친구들과 모색하면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가면 안의 내가 탄탄하지 못하다면가면을 쓰든 안 쓰든 아무 차이가 없다. 비빌 구석이 필요하다. 생각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등대 노릇을 해줄 어른을 만나 지혜를 빼먹어라. 물론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런어른을 갈망했다. 하지만 그런 어른을 식별할 밝은 눈이 없었는지 아니면 단지 운이 없었는지 평생에 인연이 없었다.
그럴 때는 이미 죽은 어른의 글에 기대도 좋다. 나는 그렇게했다. 여의치 않으면 결코 닮고 싶지 않은 최악의 어른을 찾아내 그의 인생과 나의 선택들을 비교하며 늘 경계하는 것도 훌륭한 선택지다. 부디 청년들이 버거운 원칙이나 위악으로 스스로를 궁지에 몰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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