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kbs에서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23살 젊은 여성노동자의 죽음을 보았다.
역학조사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그 공장에서 밝혀진 것만 11명이(그중 8명이 이미 사망) 백혈병에 걸렸다니, 지구에 생명이 어찌 생겼을까 이후 가장 희한한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노후 생산라인에 가스가 세어나와도 일을 시키곤 했다는 그 공장노동자들이 일 해 번 돈으로, 이건희 일가는 수천만원짜리 옷사입고 미술품이며 땅이며 개인적 축재에 쓰고, 그 축재를 효율적으로 하려고 관, 민, 학 하여간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인맥에 돈을 뿌리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쓴 책이다.
나도 경영을 대학에서 전공했고, 관련한 일을 하고 있으니 이 글에 나온 이야기가 비단 새로울 것도 없다. 삼성물산의 비자금 형성은 몰라서 안건드리는게 아니라 덩어리가 너무 커서 못건드린다는 소리를 너나 없이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여기저기 위에 인간들이 삼성에 너무 많이 먹어서 안건드리는 것을 '나라를 걱정해서 못'건드리는 걸로 포장해 왔나보다.
우리 어머니가 백반 수백그릇을 나날이 팔아서 시킨 대학공부인데 막상 사회에 나와보니 안그래도 배운게 없다 싶던 대학의 지식이 쓰레기라는 사실이 더 명백해졌다. 시장의 기능이니 분석이니는 개뿔이고 이 놈으 나라의 주식회사는 어찌된게 사주 개인의 돈주머니고 직원은 사주의 하인처럼 부린다. 나 역시 대학졸업후 모 재벌 기업에 입사했을 때 사주의 자서전을 줄줄이 읽고 각 나라의 가족기업(?그러니까 한 가족이 계속 그 기업의 오너가 되는)이 얼마나 효율적인 구조인가를 읊어야 했다.
태생부터 정치에 빌붙어 성장한 이놈의 재벌들 중에 왕중왕, 사람을 줄줄이 죽여놓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삼성의 행태를 처벌하지 못한다면 이나라 사법은 정말 죽은 것이다. 법이란 모름지기 돈도 권력도 없는 무지랭이들이 마지막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을 처벌하지 못하는 법이 무슨 소용인가.
이건희가 아니면 안된다면 평창에 동계올림픽 유치하지 말자. 국가와 가정에서 잘키운 유능한 엘리트들을 데려다 범죄자로 만들고, 도대체 능력 검증도 안된 사주의 아들 경영권 승계할 뒷돈 만드느라 무수한 삼성노동자의 밥줄이 날라가게 해놓고도 처벌도 사과도 없이 '삼성의 위기' 타파를 한다며 슬그머니 복귀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나는 이런 종류의 경제범은 살인죄인 만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은 사회가 주는 온갖 혜택을 누리며 자기가 하는 짓을 명확히 인지하고 저지른다. 주가조작으로 한강에 뛰어들던 가장들 생각나는가? 실직으로 물로 뛰어든 가장들 생각나는가? 이런 인간들이 무지렁이 수백도 가뿐하게 죽이는 살인범들인게다.
저놈들은 다 그렇지 라며 체념하기에는 19살 고등학교를 채 졸업하기도 전에 들어간 첫 직장에서 병을 얻어 죽은 그녀가, 두 아이의 어미였던 그녀와 같은 조에서 일하다 서른살에 백혈병으로 죽은 또다른 그녀가 떠오른다.
그저 흔한 이야기를 한 책 같지만 이 책의 가장 무거운 의미는 냉소하지 말고 싸워야 한다는 진리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사는 삼성을 무죄판결했지만 야사인 이 책으로라도 진실은 기억돼야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