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을 들어봤음직한 인물들. 당대 최고의 탐정이라 할 수 있을 그들이 모두 살인사건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면? 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출발하는 이 영화는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패러디해서 등장시키고 거기에 유머와 추리적 기법을 적용시켜 재미있게 이어져간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탐정들은 총 5명(6명이라 해야하나?!).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속에 등장하는 탐정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양, 그리고 하드보일드 탐정인 샘 스페이드, 중국인 탐정 찰리 챈, 부부탐정인 닉크와 노라 찰스. 이들의 이름을 패러디했기에 그대로의 이름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이름으로 패러디하고 캐릭터의 성격이나 모습도 그대로 가져왔기에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한 예로, 샘 스페이드를 다이아몬드로 패러디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사실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라이오넬 트웨인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만찬 및 살인 초대'라는 초청장을 받은 탐정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묘한 분위기의 저택. 그 속에서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하마터면 떨어지는 석상에 맞을뻔하고 하마터면 독이 든 술을 마실 뻔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주인인 라이오넬 트웨인은 그것은 약간의 재미를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정확히 자정에 이 곳에서 한 사람이 살해될 것이며 그 중 한 사람이 범인일 것이라고 얘기하며 범인을 잡는 사람에게는 백만달러를 주겠노라고 얘기하고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정확히 자정. 그들 앞에 나타난 시체는 다름아닌 트웨인. 각자의 개성을 발휘해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탐정들. 그리고 정작 밝혀지는 진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탐정들을 알고 보면 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테지만 혹 이들을 모른다고 해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싶다.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고, 조금은 익살스럽기도, 가벼운 맛이 없지않아 있지만 그마저도 너무 재미있게 다가왔다. 여러 주인공이 등장해서 약간 산만한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도 보는 내내 즐거웠다. 특히나 마지막에 탐정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면은 그동안 추리소설을 보면서 가끔 뒤틀어진 내 속이 다 통쾌해질 정도. 1976년에 나온 영화였지만 의외로 오래된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작품과 자주 언급되는 '살인무도회'도 조만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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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7-1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그 날고 기던 탐정들은 모두가 바.보. 였다는 결론이 나는 영화랍니다..^^

이매지 2006-07-1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오늘은 살인무도회나 오리엔트 특급열차 살인사건 볼 예정^^
 



  어릴 때 한동안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많이 보던 때가 있었다. 일요일 점심무렵의 그 프로그램들에서 무슨 영화인지 모른채 인상깊은 장면으로 만난 영화가 있었다. 왠 해골분장을 한 사람이 케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 그 장면에 매혹되어 찾아보게 된 영화가 바로 이 영화 <파니핑크>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29살의 노처녀 파니 핑크. 그녀는 직장도 집도 친구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딱 하나 자신과 인생을 함께 할 남자가 없다. 하루하루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그녀에게 어느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심령술사가 등장한다. 그녀에게 한 남자가 그녀 앞에 나타날 것이고 23이라는 숫자가 그 남자의 징표라고 알려준다. 과연 머잖아 그녀 앞에 2323이라는 차번호판을 가진 남자가 나타나게 되고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적극적인 행동을 시작하는데...

  영화 속에서 "겁내지마. 과거는 죽음 뒤의 뼈 같은 거야. 미래가 네 앞에 있어. 과거와 미래가 함께 하며 가끔 너와 대화할거야. 너를 보고 좀 앉아 쉬라고 할거야. 휴식을 취하라고 할 거야. 네게는 무엇인가 마실 것을 주며 무슨 이야기를 할거야. 그러나 믿지마. 계속 앞으로만 가. 시계는 보지마 항상 '지금'이라는 시간만 가져"라는 말을 남겨놓는 심령술사 오르페오의 대사는 내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29살 노처녀 파니핑크의 모습도 꽤 재미있게 다가왔고 그녀의 행동들도 너무도 귀엽게만 느껴졌다. (특히나 사랑하는 남자를 덮치겠다고 속옷차림으로 차 트렁크 뒤에 숨어있었던 장면이란.)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파니 핑크의 모습을 보며 그녀 앞에 진정한 '한 남자'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앞으로 그녀의 삶을 좀 더 남들이 보기에 정상적이 될 것이고 그녀 자신도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것도. 

  독일 영화는 많이 접해보지는 않아서 사실 보기 전에는 다소 철학적인 내용이 아닐까하는 우려를 했었다. 하지만 정작 접해보니 헐리우드식의 감상에 치우친 영화도 아니었고, 지극히 철학적이라 따분한 영화도 아닌 꽤 흥미로운 영화였던 것 같다. 특히나 영화의 후반부에 몇 번이고 흐르는 non, Je ne regrette rien이라는 곡은 인상깊게 남았다.  

덧) 영화에 심령술사로 등장하는 오르페오의 이름에 약간의 호기심이 발동. 원래 오르페오는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의 제목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오르페오는 오르페우스와 같은 삶의 절차를 밟아가고 있었던 것일까?! 흠. 별게 다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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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인 오르페 라는 영화도 있답니다..^^

이매지 2006-06-24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영화는 예전에 <신화와 예술>이라는 수업할 때 오르페우스 부분에서 봤었어요^^

프레이야 2006-07-06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아갑니다.^^

이매지 2006-07-06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쑥쓰럽군요^^;

비로그인 2007-10-14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덕분에 어제 EBS에서 이걸 봤어요. 중간에 보다가 하박으로 가버렸지만, 차트렁트에서 나와서 충격먹고서 집에 돌아와 사진을 자른 스프를 먹는 장면까지 봤어요. 조금 아쉽네요. 다시 봐야겠어요. 근데 29살의 파니가 왜그러고 사는지 전 정말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이쁘고 귀엽기만 하더만.

...겁내지마. 과거는 죽음 뒤의 뼈 같은 거야. 미래가 네 앞에 있어. 과거와 미래가 함께 하며 가끔 너와 대화할거야. 너를 보고 좀 앉아 쉬라고 할거야. 휴식을 취하라고 할 거야. 네게는 무엇인가 마실 것을 주며 무슨 이야기를 할거야. 그러나 믿지마. 계속 앞으로만 가. 시계는 보지마 항상 '지금'이라는 시간만 가져...란 대사는 너무 좋네요.

이매지 2007-10-14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ebs에서 했군요 :)
몇 번을 봐도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
도리스 레싱의 다른 영화들도 괜찮더라구요~
새초롬너구리님은 벌써 보셨을 것 같지만 ^^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가이기도 한 파블로 네루다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네루다가 본국인 칠레에서 추방당하고 망명길에 올라 도착하게 된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보통의 사람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네루다의 망명생활이야기를 소재로 삼을 법도 하건만, 이 영화는 네루다에게서 잠시 포커스를 비껴 그에게 우편물을 배달해주는 네루다 전문 우편배달원 마리오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어촌에서 생활을 하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이 사내는 네루다를 만나고, 베아트리체란 여자와 사랑에 빠져 본격적으로 그의 도움을 받음으로 자신이 그간 발견하지 못한 그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게 된다.

  나같은 경우에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제목의 문학작품으로 이 영화의 내용을 먼저 만나봤기에 영화에서 책의 내용이 어떻게 보여지는가가 궁금했다. 영화를 처음 보고 가장 놀랐던 것은 주인공 우편배달부의 연령이었다. 책에서는 소년으로 등장했지만 영화에서는 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노총각이었으니 약간 내 상상이 깨지긴했지만 영화의 내용은 그의 연기로 인해 더 살아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네마 천국>에 출연했던 필립 노와레가 파블로 네루다로 등장했는데 그의 모습은 정말 네루다 그 자체로 다가올 정도로 인상깊었다. 세상만사에 눈을 뜬 시인과 세상사는 커녕 자신에 대해서도 눈을 뜨지 못한 우편배달부가 나누는 우정은 너무도 잔잔하게 내 가슴 속을 파고 들어왔다. 더불어 자신의 모습이나 사회의 모습에 눈을 뜨게 된 마리오가 세상으로 나와 맞서 싸우려는 모습은 그가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같이 느껴졌다랄까. 잔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평화로운 어촌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 음악과 화면, 그리고 스토리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영화였다.

   덧) 이 영화에 마리오로 등장한 배우인 마시모 트로이시는 이탈리아의 국민배우라고 한다. 영화는 그가 감독에게 제안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때문에 감독만 영국인이고 출연자나 제작자들 심지어 대사까지도 모두 이탈리아어로 되어있다.) 마시모 트로이시는 원래 지병때문에 영화에 참여하지 않으려 했으나 감독의 요청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영화를 다 찍고 난 뒤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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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조용한 숲 속 마을에 요리 레시피가 하나씩 하나씩 없어지며 시작된다. 숲에서 가장 뛰어난 레시피를 가지고 있는 할머니를 걱정한 레드(빨간모자)는 레시피를 보호하기 위해 산을 넘어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 기껏 고생 끝에 할머니 집에 도착했지만 벌써 늑대가 할머니로 변장하고 있었고, 빨간모자와 늑대가 싸우던 중 갑자기 도끼를 든 한 남자가 창문으로 날아들어온다. 이런 사건 속에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 각각의 증언을 들으며 진실을 찾게 되는데... 과연 레시피 도둑도 잡고, 사건의 진상도 파악할 수 있을까.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는 빨간 모자가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뭐 '빨간모자, 알고보니 늑대와 공범' 뭐 이런 식의 비틀기랄까.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빨간모자는 다소 당돌한 소녀로 등장할 뿐이다. 되려 빨간모자의 할머니의 정체가 그나마 좀 신선했다랄까.

  많은 사람들이 예고편을 보고 '슈렉'을 떠올리며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 두 영화 모두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동화비틀기를 그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슈렉의 유머 강도가 성인들에게까지 먹혔다면 빨간모자의 유머 강도는 어린이 수준. 추리 애니매이션이라는 장르는 신선했지만 내용은 그렇게 신선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영화는 기존에 우리의 머릿속에 있던 캐릭터(노쇠한 할머니, 친절한 빨간모자, 험악한 늑대와 같은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나름의 노력은 했지만 각각의 캐릭터로 봤을 때는 괜찮다싶은 캐릭터들을 모아놓으니 영 어색한 조합이었다랄까. 어쨌거나 시도는 신선했지만 결과물은 그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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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4-1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핫 이거 보셨군요. 재밌을거 같은데.

이매지 2006-04-1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재미없었어요 ^^;

아영엄마 2006-04-19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아이는 낄낄낄 거리면서 보더군요. 스토리 자체보다는 각 캐릭터의 우스꽝스러운 행동 같은 것이 웃음을 주는 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이매지 2006-04-1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중간 우스꽝스럽기는 했는데 그냥 그걸로 끝이라서 다소 민망했다랄까. 차라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훈성있는 만화였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

세실 2006-04-1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재미없군요. 아이들이 보길 원해서 가긴 가줘야 할텐데.....

이매지 2006-04-1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코멘트로 미뤄보건데 아이들은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싶기도-
그래도 지루하거나 졸립지는 않으니까 아이들이랑 함께 가보셔요^^

비로그인 2006-04-2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진짜 진짜 보고 싶었어요~!!!ㅎ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는 사토시군 하나만 믿고 덥썩 개봉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영화는 포스터부터 "사토시가 나옵니다!"라고 광고하고 있다. 정작 영화를 들여다보면 일상적인 하루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가고 있는 영화인데 포스터때문에 깜빡 속아버렸다랄까.

  이야기의 주축은 대학원때문에 교토로 이사를 간 마사미치의 집들이이다. 그 곳에서 마사미치의 7명의 친구들은 주거니 받거니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도 하고, 오락을 하기도 하고, 술에 취해 친구의 머리를 댕강 잘라놓기도 하며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한편, 다른 곳에서는 14미터나 되는 고래가 해변으로 올라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고, 건물 중간에 낀 사내가 등장하기도 한다. 뉴스에서 한 번쯤은 접해봤음직한 그런 이야기들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일본영화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 괜찮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볼 수 있을듯. 하지만 일본 영화 특유의 사소한 사건을 가지고 질질 끌듯이 영화를 만드는 듯한 구성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지겨워죽겠네'라고 느낄 것 같다. 다만, 일본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던간에 영화에서 제시하고 있는 '오늘'의 의미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오늘과 내일의 경계는 자정. 하지만 단순히 시간으로 오늘과 내일의 경계를 나누는 것은 뭔가 찜찜하지 않은가. 개개인에게 있어서 연속되는 날들이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오늘의 의미를 찾아보는 일은 이 영화가 내게 준 하나의 과제랄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비슷한 내용의 영화를 생각하고 봤다면 글쎄, 다소 실망하지 않을까. 되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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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6-04-18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볼 때 마다 느끼는거지만 어쩜 저리도 귀여울꼬.
'조제와 호랑이 -' 에서 캐릭터 정말 맘에 들었삼. ! ㅋㅋㅋㅋㅋ

이매지 2006-04-1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캐릭터는 비슷한 것 같은데 포스터처럼 단독 주인공은 아니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