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게 서로 마음이 통해서 쿵짝이 맞는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대개는 어느 한 쪽의 짝사랑으로 시작되어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사랑하게 되지만 어느 한 쪽의 이별 통보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게 된다. 여기 맨날 출발선에만 서서 짝사랑만 몇 년째 하고 있는 소심한 남자 광식과 마음은 왼쪽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육체적 사랑에 급급한 광태. 이 형제들이 있다.

  이야기는 두 형제의 각기 다른 연애 방식, 그리고 그들의 상대역인 두 여자의 연애에 대한 담론이 등장하며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가 됐다. 이 형제 비록 남의 일을 망치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형제지만(결혼식 축가로 그런 노래를 부르다니. 맙소사!) 나름대로 그들의 솔직함은 매력으로 느껴졌다. 캐스팅도 적절하게 잘 됐고(특히 그 광식이는 김주혁이 아니면 누가 했을까 싶기도 하더라, 광태는 류승범이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봉태규도 만족.), 구성도 참 좋았는데. 몇몇 말도 안 되는 설정이 좀 깨는 느낌을 줬다랄까. 예를 들어, 커피숍에서 도장을 찍는 부분에서는 좀 기분이 나빴었고, 광식이가 새로운 여자를 만나는 마지막 부분은 좀 황당했었다. 그리고 그동안 가볍게 여자를 만나왔던 광태가 변했는지에 대한 개연성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괜찮은 대사. 괜찮은 구성. 적절한 캐스팅이 잘 어울려 볼만한 연애 이야기가 한 편 만들어진 것 같다. 다만, 어떤 무거운 주제의식을 안겨준다거나, 연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안겨주는 것은 아니라 그저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것이 본디 어렵고 복잡하고 다양하기에 뭐라 딱히 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광식과 광태.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남자들 아니겠는가. 그냥 그들의 연애담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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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붙었던 영화. 나름대로 끌리는 면도 많았고(내가 좋아하는 황배우가 나오지 않는가!)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 봐야지 봐야지하다가 그만 놓쳐버린 영화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다소 산만하다고도 할 수 있다. 워낙 여러 커플들이 나오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각각 진행되다보니 그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랄까. 하지만 그걸 너무 산만하지 않게 잘 이끌어나간 점은 참 괜찮았다.

  흔히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들을 한다. 노래 가사에도 숱하게 나오는 것이 '사랑을 하니 내가 달라졌어요~'라는 것이고 주위를 둘러봐도 그런 사람들이 눈에 띄는 걸 보면 꼭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서 조금씩 예전의 모습에서 벗어나 좀 더 긍정적인 인간이 되어갔다. 전형적인 마초 형사의 숨겨진 어눌함이 드러났고, 깐깐할 것 같았던 정신과 의사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불치병에 걸린 아이에게 마음이 움직인 남자는 놓았던 공을 다시 잡게 되고, 차갑고 계산적인 남자는 그동안 숨겨왔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렇게 사랑의 힘으로 한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뿐만 아니라, 가난하지만 서로를 너무도 사랑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등장시켜 '그래도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건 사랑'이라는 메세지도 전하고 있다.

   적당히 네 커플 정도의 이야기만 중심적으로 얘기했으면 산만하지 않고 좀 더 집중력있었을 것 같긴 한데. 그 점이 조금 아쉽다. 그들의 다음 일주일. 그리고 그 다음 일주일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아름다운 날들도 잠시. 사랑에 아파할 날들도 다가오겠지. 하지만, 행복한 그 순간의 기억으로 그들은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우리네 인생이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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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만든 것은 배우들의 쟁쟁함도 아니요, 사극에 대한 사랑도 아니요, 오로지 입소문때문이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이준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감우성의 연기는 괜찮다 싶다가도 어딘가 좀 부족해보이는 감이 있어서 늘 아쉬웠기때문에 선뜻 손은 가지 않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본 영화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시골판에서 광대짓을 하던 장생. 그는 자신의 상대역을 하던 공길이 늘 양반들의 장난감이 되버리는 것이 싫어 저항하다가 공길과 도망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왕이면 큰 물에서 놀자는 생각에 한양으로 간 두 사람. 두 사람은 그 곳에서 또 다른 광대를 만나게 되고 크게 한 번 놀아보기 위해 왕을 소재로 삼기에 이른다. 왕을 희롱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죽을 목숨이 된 그들. 장생은 베짱좋게도 왕이 웃으면 희롱이 아니지 않느냐. 왕 앞에서 공연을 하게 해달라고 한다. 다행히 왕은 그들의 놀이판을 보고 호탕하게 웃게 되고, 왕은 그들에게 친히 궁에 거처를 마련해준다. 그 안에서 광대패들의 공연은 계속된다. 마치 흔들리는 줄을 아찔하게 타듯이 그들은 적당히 균형을 맞추며 줄타기를 계속한다.

 

  스토리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왕과 공길, 장생의 삼각관계가 좀 더 깊숙하게 파고들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기사 아직까지 동성애는 민감한 소재이기도 했기에 감독이 적당한 선에서 잘라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니 이 작품이 세번째 작품인데, 그 전 두 작품은 본 적이 없어서 감독의 역량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기 참 그렇다. 황산벌과 키드 캅의 감독이다.) 또한, 공길이라는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원작인 연극에서는 공길이 주인공이요 장생은 주변인물이었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공길은 주변인물이요 장생이 주인공이 되버렸다. 물론, 원작과 다르게 표현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가 만든 사람의 마음이지만, 공길의 속내를 알 수 있게 어느 정도 그를 준주인공 정도로 만들어놨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는 왕의 총애를 받으면서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정도를 장생과의 대화에서 살짝살짝 비춰줬더라면 더 괜찮았을 것도 같은데... (그렇게 되면 좀 산만해졌을라나?!)



 

  영상면에서는 일단 마치 장생의 시선을 보는 것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이 꽤 많았다. 그 때문에 아찔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장생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도 많이 받았다. 초반에는 시골이 배경이라 그런지 그렇게 화면의 색감이 예쁘지 않았지만, (그냥 향토적인 느낌.) 중반에 들어 그들이 입궁하고 나서는 꽤 쏠쏠한 보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화려한 색감, 자수의 아름다움 등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열연도 한 몫했는데, 특히나 연산군으로 분한 정진영의 연기가 참 멋졌다. 아버지에 대한 애증, 궁중 여인들의 시기로 죽게 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잘 표현한 그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이준기도 신인치고는 쓸만한 연기를 보여줬고, 감우성도 가끔씩 부족한 면이 보이긴 했지만, 장생이란 캐릭터를 생각해볼 때 그 나름대로 잘 소화한 것 같았다. 강성연도 장녹수의 캐릭터를 잘 소화한 것 같고...

 

  신명나는 놀이판.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그리고 감동깊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보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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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1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입소문때문에 너무 재미났습니다

세실 2006-01-1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내용이었군요~ 저도 궁금했어요~~~

마늘빵 2006-01-17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봤어요. 어제. 나두 써야지 이따가.

이매지 2006-01-1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 역시 입소문은 밑져야 본전이예요 ㅋㅋ
세실님 / 저는 일부러 내용을 안 봐서 극장에 가서 알았어요. 그냥 재미있다는 말만 듣고 갔는데 그래도 괜찮았어요^^

아프락사스님 / 저도 어제 봤는데. 같이 보셨군요 ㅋ 아프락사스님의 리뷰야 워낙 멋져서 -ㅅ-;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리포터의 네번째 이야기를 만났다. 책을 읽을 때도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불의 잔이었던지라,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극장으로 쫄래쫄래 보러 갔다. 

  일단 이 영화의 시작은 약간은 공포영화 같은 느낌이었다. 리들하우스에서 모종의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공포를 집어삼키게끔 해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쑥 커버린 주인공들의 모습. 해리는 약간은 징글맞게 변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론은 더 징글맞게 변해버렸지만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탄탄한 몸(?)을 볼 수 있었고, 헤르미온느는 정말 예쁘게 커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끔 해줬다.(특히나 무도회 장면에서의 헤르미온느의 모습은 ! 아아 !)

  이 영화의 내용은 세 개의 명문 마법학교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그간 중단되었던 트리 위저드 대회가 주가 된다. 트리 위저드 컵을 획득하기 위해서 각 학교를 대표하는 이들이 3개의 시험을 치루는 것이 주가 된다. 퀴디치 경기의 히어로 빅터 크롬, 예쁘장하게 생긴 플뢰르 델라쿠르, 호그 와트의 매력남 캐드릭이 불의 잔의 호명으로 선발되고, 이에 또 한 명 나이 제한때문에 이름 조차 넣지 못했던 해리가 불의 잔의 호명으로 선발된다. 불의 잔의 결정을 거부할 수 없다는 원칙에 규정보다 3살이나 적은 나이였지만 참여하게 된 해리. 그는 치뤄지는 시험을 무사히 통과해내고 마지막 관문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닥치는 볼드모트와의 만남.

  전 편에서도 약간 어두운 기색이 보였다면, 이번 편에는 좀 더 어두운 기색이 완연하다. 선과 악이라는 대립은 여전히 작품의 뼈대로 작용하고 있고, 해리는 악몽에 숱하게 시달리게 되지만, 사춘기 소년으로의 고민도 시작된다. 초챙을 보고 설레여하는 모습이나, 다음 미션의 힌트를 얻기 위해 황금 알(?)을 들고 목욕탕에 갔을 때 부끄러워하던 모습, 론과의 사이가 틀어져 마음아파 하는 모습같은 건, 그 나이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랄까?

  영화의 러닝타임은 156분이나 된다. 하지만, 전체적인 집중도보다는 순간 순간의 집중도를 높게 만드는 화면이나 내용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해줬다. 이전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접하면서 약간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면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해리포터 시리즈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책의 내용도 불의 잔이 가장 좋았지만, 영화 또한 불의 잔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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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동화는 '초콜릿 공장의 비밀'이었다. 정말 그 책을 읽는 동안에는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속에 푹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으니. 그렇게 내 마음 한 구석에서 도사리고 있던 윌리 웡카는 2005년. 팀 버튼과 조니 뎁에 의해서 눈 앞에 나타난다.   사실 이 영화의 내용은 다소 빤하다.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되는지도 뻔하게 알게되고, 동화라는 것이 그렇듯이 착한 애들이 복을 받는다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기에 내용에 대해서는 슬쩍 넘어가버릴 수 있었다. 



  영화가 책과 다른 점이라면 윌리 웡카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아픔때문인지 윌리 웡카는 아이들을 지독히도 싫어한다. 아이들이 윌리 웡카에게 안길 때는 마치 벌레가 건드린 것처럼 그는 기겁을 하고, 아이들에게 독설을 퍼붓기도 한다. 심지어 아이들이 공장에서 사고를 당하는데도 그는 움파룸파족의 노래를 들으며 멋지지 않냐고 얘기하기까지 한다. 으음. 이기적이고 잔인한 윌리 웡카 같으니라고. 사실 그 때문에 이게 전체 관람가라고 하는게 옳은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공장에 들어갔을 때 인형이 불타고 눈이 이상해지는 장면은 아이들이 보기에 썩 좋아보이지는 않던데...



   조니 뎁이 표현한 윌리 웡카나 팀 버튼이 만들어 낸 초콜릿 공장의 모습들, 그리고 움파룸파족의 노래를 듣는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그래도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 영화였던 것 같다. 잔인한 동화의 세계로의 초대였다랄까? 



   그나저나 나중에 알고보니 상영시간은 114분이구만 난 왜이렇게 짧게 느껴졌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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