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가이기도 한 파블로 네루다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네루다가 본국인 칠레에서 추방당하고 망명길에 올라 도착하게 된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보통의 사람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네루다의 망명생활이야기를 소재로 삼을 법도 하건만, 이 영화는 네루다에게서 잠시 포커스를 비껴 그에게 우편물을 배달해주는 네루다 전문 우편배달원 마리오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어촌에서 생활을 하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이 사내는 네루다를 만나고, 베아트리체란 여자와 사랑에 빠져 본격적으로 그의 도움을 받음으로 자신이 그간 발견하지 못한 그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게 된다.

  나같은 경우에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제목의 문학작품으로 이 영화의 내용을 먼저 만나봤기에 영화에서 책의 내용이 어떻게 보여지는가가 궁금했다. 영화를 처음 보고 가장 놀랐던 것은 주인공 우편배달부의 연령이었다. 책에서는 소년으로 등장했지만 영화에서는 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노총각이었으니 약간 내 상상이 깨지긴했지만 영화의 내용은 그의 연기로 인해 더 살아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네마 천국>에 출연했던 필립 노와레가 파블로 네루다로 등장했는데 그의 모습은 정말 네루다 그 자체로 다가올 정도로 인상깊었다. 세상만사에 눈을 뜬 시인과 세상사는 커녕 자신에 대해서도 눈을 뜨지 못한 우편배달부가 나누는 우정은 너무도 잔잔하게 내 가슴 속을 파고 들어왔다. 더불어 자신의 모습이나 사회의 모습에 눈을 뜨게 된 마리오가 세상으로 나와 맞서 싸우려는 모습은 그가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같이 느껴졌다랄까. 잔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평화로운 어촌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 음악과 화면, 그리고 스토리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영화였다.

   덧) 이 영화에 마리오로 등장한 배우인 마시모 트로이시는 이탈리아의 국민배우라고 한다. 영화는 그가 감독에게 제안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때문에 감독만 영국인이고 출연자나 제작자들 심지어 대사까지도 모두 이탈리아어로 되어있다.) 마시모 트로이시는 원래 지병때문에 영화에 참여하지 않으려 했으나 감독의 요청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영화를 다 찍고 난 뒤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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