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갈 수 없는 그 곳. 남극이 그들을 시험하는 그 곳. 도달 불능점. 불가능에 도전하고, 그것을 성공해내야지만 살아갈 수 있다는 탐험대장 최도형, 그리고 각자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모인 5명의 사람들. 낮만 계속되는 동안 그들은 하얗게 뒤덮인 남극의 도달불능점을 향해 한걸음씩 한걸음씩 발을 내딛게 된다. 그러던 중 발견한 '남극일기', 그리고 그 일기 속에 있는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되어가는 대원들. 과연 그들은 도달불능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인가.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하얀 남극의 모습 (정확히는 뉴질랜드겠지만.)을 보여주고 있다. 태양이 내리쬐는 초여름같은 날에 상영시간동안 눈덮인 하얀 남극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서늘해짐을 느낄 수 있을 터인데, 게다가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까지도 몸을 서늘하게 만들어준다. 탐험이 계속되어갈수록, 이상한 현상이 생겨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사람이 얼마큼 환경에 의해 바뀔 수 있는가. 인간의 집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인간은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와 같은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이다.

 6명의 대원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그들의 심리변화를 보여준 점은 괜찮은 것 같았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지리하게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강한 햇살은 영화와 맞물려 묘한 느낌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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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선한 이미지의 박해일, 찍는 영화마다 평범치 않은 배역만 골라맞는 강혜정. 그들이 만난 영화 <연애의 목적>은 역시 평범치 않은 영화였다. 학교 선생인 유림과 그보다 1살 많은 교생 홍. 유림은 애인도 있으면서 홍에게 시도때도 없이 찝쩍거린다. 미친놈 아니야? 싶기도 하다가 귀엽군 싶기도 하고, 여튼 유림의 모습은 과도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솔직하다. 한편 홍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하지만 점점 더 유림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인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는 바로 이 영화의 제목과 관련되는 '연애의 목적은 무엇이냐?'라는 점이다. 대체 연애의 목적이 섹스인지, 아니면 사랑인지에 대해서 이 영화는 참 설득력없게 보여주고 있다. 대체 왜 다시는 사랑을 않겠다는 홍은 유림과 사랑에 빠지게 된단 말인가. 그저 홍은 몇 번 튕겨보는 정도이고, 결국엔 "세상에 섹스 싫어하는 사람도 있냐"라는 말을 하기에까지 이른다. 그리곤 자신이 살겠다고 유림을 바닥까지 끌어내려놓고는 다시 만나러 가기까지 한다. 아니 뭐가 이렇단 말인가.

 간단히 말하면, 이 영화는 재미는 있다. 그리고 언어를 통해 은근하게 보여주는 것까지도 괜찮았다고 본다. (다 보여주는 것보다는 살짝씩 보여주는게 더 감칠맛나지 않는가.)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기엔 부족한 영화이다. 좀 더 탄탄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으면 뒤에 둘이 다시 재회하는 모습을 빼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물론, 그 장면에서의 강혜정의 모습이 가장 예쁜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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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다소는 지루할 수 있다. 일상의 쳇바퀴 속을 하염없이 돌고 도는 우체국 여직원 정혜의 일상을 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는 매일 등기 우편물의 무게를 재고, 우편물을 분류하는 것과 같은 기계적이기도 한 일을 반복하고, 집에서 혼자 홈쇼핑을 보고, 키우고 있는 식물에 물을 주고,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는 정혜의 이야기이다. 정혜가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 그게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혜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고, 대사도 정말 몇 마디 안 된다. 하지만 대사가 없이도 영상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행동으로 그녀의 심경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매일 아침 시끄럽게 울리는 자명종 소리, 동료들과의 맥주 한 잔, 혼자서 먹는 밥, 잠들 때도 켜놓은 티비. 그것은 어쩌면 정혜 한 사람의 일상에만 규정되는 것은 아니리라. 그리고 상처를 갖고, 이제는 그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가려고 하는 과정(그 방법이 극단적이던, 그렇지 않던간에.)을 느낄 수 있기에 정혜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조용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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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1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게 영국영화의 미학이라고 하던데... 90년대 초반의 우리나라 영화들은 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얘기들을 하려고 하거나 극단에 치우치는 줄거리가 불만스러웠었는데. 그런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 혹은 멜로 영화의 틀을 처음으로 깬 영화는 "접속"이었다고들 하지요? 그러고 보면 지금의 여자, 정혜까지 먼길을 왔네요. 저는 외국에 살아서 이달에 한국가면 꼭 보려고 벼르고 있지요.

마늘빵 2005-07-1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소 지루하지만 일상의 캣취하는 이런 영화가 좋아요.

이매지 2005-07-1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치님: 전 우연히 인터넷 영화 사이트 이용권이 생겨서 봤어요^-^ 영국영화는 거의 본 게 없어서 낯선 느낌. ^-^ 이달에 한국 오시는군요. 오시거든 한 번 보시고 말씀해주세요^-^

아프락사스님: 다소 지루하긴 했지만 김지수가 새삼 연기를 괜찮게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살수검객 2005-07-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대종상에서 여자신인상 탈줄 알았는데,,그 결과가 좀 황당했죠..여자 정혜의 연기를 보면서 김지수의 역량을 다시금 느꼈는데 말이죠..

이매지 2005-07-1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이예요 - 저도 보면서 참 어이가 없어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