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조용한 숲 속 마을에 요리 레시피가 하나씩 하나씩 없어지며 시작된다. 숲에서 가장 뛰어난 레시피를 가지고 있는 할머니를 걱정한 레드(빨간모자)는 레시피를 보호하기 위해 산을 넘어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 기껏 고생 끝에 할머니 집에 도착했지만 벌써 늑대가 할머니로 변장하고 있었고, 빨간모자와 늑대가 싸우던 중 갑자기 도끼를 든 한 남자가 창문으로 날아들어온다. 이런 사건 속에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 각각의 증언을 들으며 진실을 찾게 되는데... 과연 레시피 도둑도 잡고, 사건의 진상도 파악할 수 있을까.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는 빨간 모자가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뭐 '빨간모자, 알고보니 늑대와 공범' 뭐 이런 식의 비틀기랄까.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빨간모자는 다소 당돌한 소녀로 등장할 뿐이다. 되려 빨간모자의 할머니의 정체가 그나마 좀 신선했다랄까.
많은 사람들이 예고편을 보고 '슈렉'을 떠올리며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 두 영화 모두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동화비틀기를 그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슈렉의 유머 강도가 성인들에게까지 먹혔다면 빨간모자의 유머 강도는 어린이 수준. 추리 애니매이션이라는 장르는 신선했지만 내용은 그렇게 신선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영화는 기존에 우리의 머릿속에 있던 캐릭터(노쇠한 할머니, 친절한 빨간모자, 험악한 늑대와 같은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나름의 노력은 했지만 각각의 캐릭터로 봤을 때는 괜찮다싶은 캐릭터들을 모아놓으니 영 어색한 조합이었다랄까. 어쨌거나 시도는 신선했지만 결과물은 그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