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 만들기 - 미인 강박의 문화사, 한국에서 미인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영아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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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을 추앙하고 아름다움을 권하는 사회. 끊임없이 자신을 관리할 것을 종용하고, 자신의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이는 게으르다고 치부하는 사회. 외모가 돋보인다 싶으면 어김없이 '여신'이라는 호칭을 붙여 떠받는 사회. 자신의 아름다움을 무기 삼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한국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가 극도로 팽배한 '미인 권하는' 이런 풍토는 대체 언제부터 있어온 것일까? <예쁜 여자 만들기>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시대에 따른 옷차림은 변한다. 옷차림의 변화는 곧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시대에 따라 저고리의 길이나 치마의 모양 등 같은 한복이라도 시대에 따라 유행이 달라짐에 따라 변해간다. 하지만 한복이 어느 정도 제한된 선에서의 변화였다면 양복의 유입 이후에는 이런 변화가 가속화된다. 한국사회에서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유행에 민감하게 된 것은 서양문명의 유입과 언론매체가 탄생 이후부터였다. 실제로 그렇지 않음에도 남편을 살해한 여자를 미인으로 만들어 내서 사람들의 관심의 입에 오르내리게 하고, 서양 여인의 몸매 등을 언론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그려내면서 '예쁜 여자=서구적인 매력 있는 여자'라는 공식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근대 국가, 자본주의 체제라는 새로운 질서 속에 여성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단순히 유교적, 윤리적 질서를 체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미적인 목적을 위해 옷에 신경을 쓰게 되고, 기능상의 문제가 아닌 미관상의 문제 때문에 성형수술이 이뤄지게 된다. 

  <예쁜 여자 만들기>에서 저자는 결국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광이 일종의 '개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 말한다. '예뻐져야 한다'는 여성의 강박은 '개화가 되어야 한다'는 문명화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신문에서 노골적으로 유명 인사들의 외모에 대한 품평이 이뤄지고, S라인을 위해 각종 체조법이나 수술이 행해지는 모습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애초에 책을 읽기 전에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자료를 통해 20세기 초반의 미의식과 시대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20세기 초보다 오히려 더 여성의 외모가 권력이 되는 사회. 미인 추앙에 대한 시발점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미의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한국 근대 사회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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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6 - 정조실록 - 높은 이상과 빼어난 자질, 그러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6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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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나 영화에서 워낙 자주 만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인지 영정조 시대는 우리에게 꽤 익숙하다. 임진왜란 이후 쇠락해진 조선이 마지막 힘을 불태우던 시기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버지가 뒤주에 갇혀 죽었지만 연산군처럼 폭정을 한 것이 아니라 성군으로 칭송받을 정도로 개혁적인 면모를 선보였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폐쇄적인 조선시대에 서얼 등용과 같은 일을 행했기 때문인지 정조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후하다. 하지만 정조가 과연 무조건 칭송할만한 그런 임금이었을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정조실록을 통해 정조의 모습을 되짚어간다.

  열한 살 때 할머니가 청하고 할아버지가 명하고 외할아버지가 도운 아비의 비극을 접한 세손. 그는 이 경험을 통해 비정한 정치의 세계를 배웠다. 아버지와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기 위해 세손은 반듯한 자세와 성실한 공부, 빼어난 식견에 할아버지에 대한 효성까지 생존을 위해 할아버지 영조가 원하는 모습대로 성장한다. 탕평책을 실시하긴 했지만 여전히 당파 싸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하지만 세손이었던 정조는 외척이 권세를 잡는 것을 탐탁해하지 않는다. 영조가 늘그막에 세손에게 대리청정령을 내린 뒤 왕위를 이은 뒤에도 정조의 이런 면은 변하지 않는다. 과감하게 막강 세력을 가졌던 척신을 숙청하고, 영조와 달리 준론탕평(의리탕평)을 펴나가며 당파 간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 박시백은 당시의 복잡한 정치적 다툼에 대해 한 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보여주려 애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그동안 매체를 통해 가져온 정순왕후에 대해 재평가를 시도하고, 시파와 벽파에 대해서도 '사도세자 지지세력=세손보호세력=정조정책지지세력=시파'라고 도식화해 규정짓고 있는 혼동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정리를 시도한다.

  정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개혁'이다. 북경을 통해 새로운 학문과 기술 등이 들어오면서 실학이 성행한 시기였다. 우리가 정조가 규장각에 정약용, 이가환 등의 인물을 발탁하고 아낀 데서 '정조=실학자들의 후원자 또는 동지'였다는 평가를 내리는 데에 대해서 박시백은 정조 또한 세계사적 변동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가 사도세자의 일에 너무 매달렸다는 평가를 내린다. 나름대로 서얼허통법을 제정하고 공노비 처리를 개선하였으며 금난전권을 폐지하는 등 제도적 개혁을 강행했지만 환곡이나 과거제 등의 폐단에서 볼 수 있듯이 근본적인 해결은 이루지 못했다고 보았다. 그가 꿈꾼 조선의 모습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조선초로의 복귀였다고 하며 이것은 시대적 한계이자 정조의 한계이기도 하다고 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정조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야기인 문체반정이나 실학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이를 의아해할 독자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작가 후기에서도 "정치사가 주된 주제니만큼 문화, 예술 쪽은 그렇다 쳐도 실학과 실학자들에 대한 내용까지 없어 의아하게 여길지 모르겠다.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이 <실록>에는 실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이러니 설령 소개를 한대도 교과서의 지식을 끼워 넣는 것 이상이 도리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힌다.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여러 참고자료는 이용하되 큰 줄기는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소 복잡한 이야기가 얽혀 있었던 정조 실록. 시대와 아버지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그 시대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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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3-25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좋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이매지 2011-03-25 17:13   좋아요 0 | URL
하핫, 감사합니다^^

반딧불,, 2011-04-10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참 좋죠? 어지간한 역사서보다 나은 느낌이 들 적이 있습니다.한중록 때문에 더 와닿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매지 2011-04-10 23:54   좋아요 0 | URL
일단 만화라 그런지 쉽게 다가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전 요새 한중록에 관련 연재 담당도 하고 있어서 더 관심 있게 읽었어요^^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 - 단맛 쓴맛 매운맛 더운맛 다 녹인 18년 사랑
김찬웅 엮음 / 글항아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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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역사스페셜, 역사추적 같은 교양 프로그램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동안 잘 몰랐던 이야기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는데, 그 많은 이야기 가운데 '조선선비의 육아일기'라는 내용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남녀의 역할이 엄격히 구분되었던 조선시대에 직접 손주를 키워내고, 그것을 기록을 남긴 한 사대부의 남긴 책 <양아록>. 그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기에 엔딩 크레딧 속에 소개되는 참고 도서에 주의를 기울여 이 책을 만나게 됐다.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는 이문건의 기구한 삶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거 급제자가 수두룩한 명문가 사대부 이문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작은누나와 존경하는 스승 조광조, 두 형, 어머니, 자식들의 잇달은 죽음. 그렇게 이문건은 늘 죽음과 맞닿은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런 고단하고 외로운 삶이었기에 그의 희망은 하나 뿐인 손자였다. 늘그막에 얻은 귀하디귀한 손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손자에게 애정을 쏟았지만 한편으로는 가차 없이 잘못을 꾸짖기도 한 따뜻하지만 엄한 할아버지. 그것이 바로 이문건이었다. 그저 손자가 군자로 자라나 쇠퇴해가는 가문의 계통을 이어주기를, 손자가 인륜을 어기지 않는 사람이 되고 임금을 도와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쳐주기를 바라며 그는 자신이 죽은 뒤에도 손자가 할아버지의 뜻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기록을 남겼다.  

  몇백 년 전의 이야기지만,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는 단순히 사대부의 육아일기라는 의미가 아니더라도 오늘날 자식이 있는 부모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 무엇이 참된 가정 교육인지, 무엇이 우리가 아이를 키우며 지켜야 할 원칙인지 이문건은 자신의 손자 뿐 아니라 오늘날 독자에게도 그 메시지를 전한다. 이문건의 손자 숙길은 할아버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여느 아이처럼 공부보다는 놀이에 관심을 가졌고, 덤벙거리고 놀다가 생채기가 나서 돌아오기 일쑤였다. 좀더 나이가 들자 폭음을 하곤 했다. 자꾸만 엇나가려는 손자에게 이문건은 때로는 글로, 때로는 매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다. 아이를 엇나가게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도 매를 들어야만 한 할아버지의 모질지만 따뜻한 마음. 그 절절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양아록>에 남아 있었다. 

  이 책은 총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1부에는 이문건의 굴곡진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어떤 성품을 가진 인물이었는지, 그가 어떻게 <양아록>을 쓰게 된 것인지, 손자와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인지 등 그의 삶을 조망한다. 역사학자 또는 국문학자가 아닌 영화 시나리오 작가, 대기업 사보와 출판사 편집장을 거친 이력 때문인지 이야기는 쉽게 읽힌다. 2부에서는 조선시대의 과거제도, 여묘살이 같은 문화적인 배경이나 고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간다. 2부까지 <양아록>의 원문은 등장하지 않는다.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는 <양아록>을 번역한 책이 아니라 <양아록>을 바탕으로 이문건의 삶을 재구성한 책이기에 <양아록>을 제대로 만나고자 한 독자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부록으로 <양아록> 원문이 수록되어 있다. 한문으로 남은 기록이라 일반 독자가 해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한 문장 한 문장 직접 풀어가며 손주를 향한 할아버지의 따뜻한 속내를 되짚어보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을 듯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구나 싶은 생각을 하며 함께 웃고 함께 안타까워하며 읽어나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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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1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을 지난 지식들은 확실히 존중하고 되새길 값어치들이 있더군요.
사대부의 육아일기라니, 굉장히 흥미가 가네요.

이매지님, 좋은 하루 되세요.

이매지 2011-02-17 13:17   좋아요 0 | URL
손자 하나 바라보는 이문건의 안쓰럽기도 하고,
그 손자를 향한 마음에 애틋해지기도 하고 그랬어요^^
마녀고양이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프로필 사진 바꾸셨네요? ㅎㅎ)

순오기 2011-02-19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 시대에도 손주를 양육하며 기록을 남긴 할아버지가 계셨군요.
역시 선비들은 멋진 구석이 있어요~ ^^

이매지 2011-02-19 09:08   좋아요 0 | URL
선비라면 깐깐한 느낌이 드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미가 느껴졌어요 ㅎ

유부만두 2011-03-1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우리집 막내 홍삼 영양제 이름이 <양아록>인데요!

이매지 2011-03-11 18: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아마 여기서 힌트를 얻은(?) 이름인가보군요 ㅎㅎ
 
조선을 훔친 위험한 冊들 - 조선시대 책에 목숨을 건 13가지 이야기
이민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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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국방부에서 불온서적을 지정해 논란이 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불온도서 선정은 비단 오늘날에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조선시대를 뒤흔든 책들.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는 눈이 되어주었던, 현재의 폐단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조선시대의 불온서적. 그런 책에 관한 이야기가 <조선을 훔친 위험한 冊들>에 담겨 있었다.

  <조선을 훔친 위험한 冊들>에는 시대를 잘못 타고나 찢겨지고 불태워진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역사에는 '만약'이란 게 있을 수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그 '만약'을 떠올렸다. 한 권의 책이 과연 역사의 커다란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만약 어득강의 상소처럼 서점이 전국에 설치되어 독서가 일부 계급의 전유물이 아닌 가난한 선비들의 지적 목마름을 해소해줄 수 있었다면, 만약 『연병지남』 같은 병서를 받아들여 화차를 이용한 전술을 발전시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막을 수 있었더라면, 소현세자가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기록한 『심양장계』를 인조가 불길한 징조로 보지 않았더라면 조선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론에서는 진지하게 조선시대 위험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조선의 책 이야기에서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배치되어 있어 완급을 조절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지금으로 말하면 독서 대여점이라 할 수 있을 세책점에 대한 이야기나 책을 빌려달라는 사람도, 빌려주는 사람도, 읽고 돌려주는 사람도 바보라는 삼치설에 대한 이야기, 일종의 독서휴가라 할 수 있는 사가독서제, 천여 권의 책을 쌓아놓은 이에게 책을 팔아 아들을 장가보내라고 하자 차라리 자손이 없는 게 낫다며 거부한 이야기 등을 통해서 책을 사랑한 이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다양한 사진 및 그림 자료였다. 사실 이 부분은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을 듯하지만, 본문과 연관되는 이미지를 통해 본문의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오늘날의 불온서적과 비교해 여러 모로 비슷하게 느껴졌던 조선의 위험한 책들. 책을 덮으며 어쩌면 이런 위험한 책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힐 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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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1-12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런 종류의 불온 서적들도 있네요.전 조선시대 금서라고 해서 금병매와 같은 음서를 생각했네요^^;;;
어느 책에서 보니 흔히 중국에서 말한 음서란 책들이 조선시대에도 상당히 은밀히 들어왔다는 자료를 본적이 있읍니다.유학을 숭상하던 조선시대에서 사람 사는것은 다 매한가지 였나 봅니당^^

이매지 2011-01-12 23:26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것 같은 소설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회 변혁적인 내용을 담은 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ㅎㅎ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다 매한가지인 듯^^
 
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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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고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어렵다'가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문고전은 학자들이나 읽는 책, 고리타분한 책이라는 생각을 많이 가진 것 같다. 내 주변의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도 고전문학은 읽는 경우는 있었지만, 철학서 같은 인문고전을 레포트 같은 외부적인 이유가 아닌 자발적으로 읽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득 드는 궁금증 하나. 대체 다들 어렵다고 손을 휘휘 내젓는 그 어려운 인문고전이 몇 백, 몇 천 년이란 긴 세월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 그 해답을, 그리고 인문고전의 독서의 이유를 나는 이 책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위인전을 읽을 때면 늘 '몇 살 때 사서삼경을 읽고 시를 지었으며' 류의 설정을 마치 관용구처럼 만나곤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사서삼경'이 뭔지도 몰랐으니 그저 '아, 똑똑한 아이였나보구나' 하고 어림짐작만 했지 나도 '사서삼경을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중고등학교 때 한문 수업에서, 대학교 때 교양 수업에서 사서삼경을 살짝 맛봤을 때에도 그저 '정말 좋은 구절이 많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원전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기엔 한글 세대인 내게 한문의 벽은 너무 높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일단 원전이 함께 수록된 <논어>를 시작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구입까지 하게 됐다. 10년만 빨리 인문고전 읽기를 시작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인문고전을 읽는 것이 앞으로의 10년을 좌우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때 서울대 수석 합격자가 인터뷰에서 <삼국지>를 언급하면서 <삼국지>가 날개 돋친 듯 팔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삼국지>를 제외하고는 소위 베스트셀러에 고전이 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고전에 대한 해설서, 고전에 대한 대중서가 원전보다 더 큰 인기를 끌며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그런 해설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누군가의 관점이 아닌 자기 자신의 관점으로 선인들의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역시 원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책 속에서 언어를 새로 습득하면서까지 그리스어, 라틴어 원전까지 읽은 리더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때론 조금 힘들게 돌아가는 것 같은 일이 사실은 가장 확실한 지름길임을 느꼈다. 

  인문고전은 어렵다. 저자 또한 이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평범한 두뇌를 조금이라도 변화시켜주는 책은 인문고전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며 오랜 세월 꾸준히 인문고전 독서를 해나간다면 언젠가는 두뇌가 혁명적으로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간절함과 사랑으로, 단순히 글자만 읽어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반복적으로, 사색하며 읽을 때 한 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도 조금은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면 늘 의지를 불태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느새 유야무야 원래의 생활에 안주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내 약한 의지를 자기계발서의 미미함 때문이라며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작지만 큰 발걸음을 떼었다. 인문고전을 향한 작지만 큰 발걸음말이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인문고전을 통해 변모해가는 이야기부터, 인문고전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 학생과 성인의 경우에 나눠서 제시된 추천도서 등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가며 시간이 없다고 출퇴근시간에 가볍게 읽을 책만 찾았던 내 자신의 독서습관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없을 지는 몰라도, 최소한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독서 인생을 바꿀 수 는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만의 성공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나아가 전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인문고전의 힘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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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고의 자기계발서로 '논어'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
    from 도서출판 예문당 - 함께 만드는 책 놀이터 *^^* 2010-11-29 08:02 
    제가 본격적으로 블로그에 독서후기를 올리기 시작한지 어느덧 10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권수를 세어보니 단행본으로 30권을 읽었습니다. 평균 한달에 3권을 읽고 리뷰를 올린 셈이지요. 그다지 책을 많이 읽지도 못하는 제가, 뜬금없이 고전을 읽겠다고 '논어'를 집어든지 반년이 되었습니다. 다 읽고나니 그 뿌듯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 :) 그렇다면, 저는 왜 뜬금없이, 갑자기 '논어'를 읽으며 고전 타령을 하고 있는걸까요? 제가 처음 리뷰를 올린..
 
 
글샘 2010-11-29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 고전들에서는 '리드'하라고 하지 않았을 건데요. ㅎㅎ
관계를 잘 살펴서 조심하며 살아라... 이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은 워낙 미끄러운 눈길 같은 곳이니, 인문 고전들이 감발이라도 되듯 조심하며 살라고 그러는 거 아닌지...

이매지 2010-11-29 09:20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제목처럼 인문고전을 통해서 리드하라(또는 리더가 되라)는 의미의 책이 아니예요. 오히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인문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ㅎㅎ 시대를 아우르는 지혜가 인문고전에 담겨 있는 거니까요^^;

stella.K 2010-11-2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렇군요. 그냥 자기계발선가보다 해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얼마 전부터 갑자기 눈에 확 들어 오네요. 읽고 싶어져요.^^

이매지 2010-11-29 11:40   좋아요 0 | URL
자기계발서랑 독서에 대한 가이드 경계의 책이 아닐까 싶어요.
뭔가 읽다보면 불끈(?)하게 되더라구요 ㅎㅎ

stella.K 2010-11-29 11:59   좋아요 0 | URL
오, 저 불끈하는 거 좋아하는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