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문고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어렵다'가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문고전은 학자들이나 읽는 책, 고리타분한 책이라는 생각을 많이 가진 것 같다. 내 주변의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도 고전문학은 읽는 경우는 있었지만, 철학서 같은 인문고전을 레포트 같은 외부적인 이유가 아닌 자발적으로 읽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득 드는 궁금증 하나. 대체 다들 어렵다고 손을 휘휘 내젓는 그 어려운 인문고전이 몇 백, 몇 천 년이란 긴 세월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 그 해답을, 그리고 인문고전의 독서의 이유를 나는 이 책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위인전을 읽을 때면 늘 '몇 살 때 사서삼경을 읽고 시를 지었으며' 류의 설정을 마치 관용구처럼 만나곤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사서삼경'이 뭔지도 몰랐으니 그저 '아, 똑똑한 아이였나보구나' 하고 어림짐작만 했지 나도 '사서삼경을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중고등학교 때 한문 수업에서, 대학교 때 교양 수업에서 사서삼경을 살짝 맛봤을 때에도 그저 '정말 좋은 구절이 많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원전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기엔 한글 세대인 내게 한문의 벽은 너무 높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일단 원전이 함께 수록된 <논어>를 시작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구입까지 하게 됐다. 10년만 빨리 인문고전 읽기를 시작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인문고전을 읽는 것이 앞으로의 10년을 좌우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때 서울대 수석 합격자가 인터뷰에서 <삼국지>를 언급하면서 <삼국지>가 날개 돋친 듯 팔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삼국지>를 제외하고는 소위 베스트셀러에 고전이 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고전에 대한 해설서, 고전에 대한 대중서가 원전보다 더 큰 인기를 끌며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그런 해설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누군가의 관점이 아닌 자기 자신의 관점으로 선인들의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역시 원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책 속에서 언어를 새로 습득하면서까지 그리스어, 라틴어 원전까지 읽은 리더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때론 조금 힘들게 돌아가는 것 같은 일이 사실은 가장 확실한 지름길임을 느꼈다. 

  인문고전은 어렵다. 저자 또한 이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평범한 두뇌를 조금이라도 변화시켜주는 책은 인문고전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며 오랜 세월 꾸준히 인문고전 독서를 해나간다면 언젠가는 두뇌가 혁명적으로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간절함과 사랑으로, 단순히 글자만 읽어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반복적으로, 사색하며 읽을 때 한 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도 조금은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면 늘 의지를 불태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느새 유야무야 원래의 생활에 안주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내 약한 의지를 자기계발서의 미미함 때문이라며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작지만 큰 발걸음을 떼었다. 인문고전을 향한 작지만 큰 발걸음말이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인문고전을 통해 변모해가는 이야기부터, 인문고전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 학생과 성인의 경우에 나눠서 제시된 추천도서 등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가며 시간이 없다고 출퇴근시간에 가볍게 읽을 책만 찾았던 내 자신의 독서습관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없을 지는 몰라도, 최소한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독서 인생을 바꿀 수 는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만의 성공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나아가 전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인문고전의 힘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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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고의 자기계발서로 '논어'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
    from 도서출판 예문당 - 함께 만드는 책 놀이터 *^^* 2010-11-29 08:02 
    제가 본격적으로 블로그에 독서후기를 올리기 시작한지 어느덧 10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권수를 세어보니 단행본으로 30권을 읽었습니다. 평균 한달에 3권을 읽고 리뷰를 올린 셈이지요. 그다지 책을 많이 읽지도 못하는 제가, 뜬금없이 고전을 읽겠다고 '논어'를 집어든지 반년이 되었습니다. 다 읽고나니 그 뿌듯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 :) 그렇다면, 저는 왜 뜬금없이, 갑자기 '논어'를 읽으며 고전 타령을 하고 있는걸까요? 제가 처음 리뷰를 올린..
 
 
글샘 2010-11-29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 고전들에서는 '리드'하라고 하지 않았을 건데요. ㅎㅎ
관계를 잘 살펴서 조심하며 살아라... 이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은 워낙 미끄러운 눈길 같은 곳이니, 인문 고전들이 감발이라도 되듯 조심하며 살라고 그러는 거 아닌지...

이매지 2010-11-29 09:20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제목처럼 인문고전을 통해서 리드하라(또는 리더가 되라)는 의미의 책이 아니예요. 오히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인문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ㅎㅎ 시대를 아우르는 지혜가 인문고전에 담겨 있는 거니까요^^;

stella.K 2010-11-2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렇군요. 그냥 자기계발선가보다 해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얼마 전부터 갑자기 눈에 확 들어 오네요. 읽고 싶어져요.^^

이매지 2010-11-29 11:40   좋아요 0 | URL
자기계발서랑 독서에 대한 가이드 경계의 책이 아닐까 싶어요.
뭔가 읽다보면 불끈(?)하게 되더라구요 ㅎㅎ

stella.K 2010-11-29 11:59   좋아요 0 | URL
오, 저 불끈하는 거 좋아하는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