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6 - 정조실록 - 높은 이상과 빼어난 자질, 그러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6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드라마나 영화에서 워낙 자주 만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인지 영정조 시대는 우리에게 꽤 익숙하다. 임진왜란 이후 쇠락해진 조선이 마지막 힘을 불태우던 시기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버지가 뒤주에 갇혀 죽었지만 연산군처럼 폭정을 한 것이 아니라 성군으로 칭송받을 정도로 개혁적인 면모를 선보였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폐쇄적인 조선시대에 서얼 등용과 같은 일을 행했기 때문인지 정조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후하다. 하지만 정조가 과연 무조건 칭송할만한 그런 임금이었을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정조실록을 통해 정조의 모습을 되짚어간다.

  열한 살 때 할머니가 청하고 할아버지가 명하고 외할아버지가 도운 아비의 비극을 접한 세손. 그는 이 경험을 통해 비정한 정치의 세계를 배웠다. 아버지와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기 위해 세손은 반듯한 자세와 성실한 공부, 빼어난 식견에 할아버지에 대한 효성까지 생존을 위해 할아버지 영조가 원하는 모습대로 성장한다. 탕평책을 실시하긴 했지만 여전히 당파 싸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하지만 세손이었던 정조는 외척이 권세를 잡는 것을 탐탁해하지 않는다. 영조가 늘그막에 세손에게 대리청정령을 내린 뒤 왕위를 이은 뒤에도 정조의 이런 면은 변하지 않는다. 과감하게 막강 세력을 가졌던 척신을 숙청하고, 영조와 달리 준론탕평(의리탕평)을 펴나가며 당파 간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 박시백은 당시의 복잡한 정치적 다툼에 대해 한 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보여주려 애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그동안 매체를 통해 가져온 정순왕후에 대해 재평가를 시도하고, 시파와 벽파에 대해서도 '사도세자 지지세력=세손보호세력=정조정책지지세력=시파'라고 도식화해 규정짓고 있는 혼동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정리를 시도한다.

  정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개혁'이다. 북경을 통해 새로운 학문과 기술 등이 들어오면서 실학이 성행한 시기였다. 우리가 정조가 규장각에 정약용, 이가환 등의 인물을 발탁하고 아낀 데서 '정조=실학자들의 후원자 또는 동지'였다는 평가를 내리는 데에 대해서 박시백은 정조 또한 세계사적 변동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가 사도세자의 일에 너무 매달렸다는 평가를 내린다. 나름대로 서얼허통법을 제정하고 공노비 처리를 개선하였으며 금난전권을 폐지하는 등 제도적 개혁을 강행했지만 환곡이나 과거제 등의 폐단에서 볼 수 있듯이 근본적인 해결은 이루지 못했다고 보았다. 그가 꿈꾼 조선의 모습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조선초로의 복귀였다고 하며 이것은 시대적 한계이자 정조의 한계이기도 하다고 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정조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야기인 문체반정이나 실학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이를 의아해할 독자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작가 후기에서도 "정치사가 주된 주제니만큼 문화, 예술 쪽은 그렇다 쳐도 실학과 실학자들에 대한 내용까지 없어 의아하게 여길지 모르겠다.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이 <실록>에는 실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이러니 설령 소개를 한대도 교과서의 지식을 끼워 넣는 것 이상이 도리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힌다.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여러 참고자료는 이용하되 큰 줄기는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소 복잡한 이야기가 얽혀 있었던 정조 실록. 시대와 아버지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그 시대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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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3-25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좋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이매지 2011-03-25 17:13   좋아요 0 | URL
하핫, 감사합니다^^

반딧불,, 2011-04-10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참 좋죠? 어지간한 역사서보다 나은 느낌이 들 적이 있습니다.한중록 때문에 더 와닿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매지 2011-04-10 23:54   좋아요 0 | URL
일단 만화라 그런지 쉽게 다가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전 요새 한중록에 관련 연재 담당도 하고 있어서 더 관심 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