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 만들기 - 미인 강박의 문화사, 한국에서 미인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영아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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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을 추앙하고 아름다움을 권하는 사회. 끊임없이 자신을 관리할 것을 종용하고, 자신의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이는 게으르다고 치부하는 사회. 외모가 돋보인다 싶으면 어김없이 '여신'이라는 호칭을 붙여 떠받는 사회. 자신의 아름다움을 무기 삼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한국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가 극도로 팽배한 '미인 권하는' 이런 풍토는 대체 언제부터 있어온 것일까? <예쁜 여자 만들기>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시대에 따른 옷차림은 변한다. 옷차림의 변화는 곧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시대에 따라 저고리의 길이나 치마의 모양 등 같은 한복이라도 시대에 따라 유행이 달라짐에 따라 변해간다. 하지만 한복이 어느 정도 제한된 선에서의 변화였다면 양복의 유입 이후에는 이런 변화가 가속화된다. 한국사회에서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유행에 민감하게 된 것은 서양문명의 유입과 언론매체가 탄생 이후부터였다. 실제로 그렇지 않음에도 남편을 살해한 여자를 미인으로 만들어 내서 사람들의 관심의 입에 오르내리게 하고, 서양 여인의 몸매 등을 언론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그려내면서 '예쁜 여자=서구적인 매력 있는 여자'라는 공식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근대 국가, 자본주의 체제라는 새로운 질서 속에 여성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단순히 유교적, 윤리적 질서를 체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미적인 목적을 위해 옷에 신경을 쓰게 되고, 기능상의 문제가 아닌 미관상의 문제 때문에 성형수술이 이뤄지게 된다. 

  <예쁜 여자 만들기>에서 저자는 결국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광이 일종의 '개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 말한다. '예뻐져야 한다'는 여성의 강박은 '개화가 되어야 한다'는 문명화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신문에서 노골적으로 유명 인사들의 외모에 대한 품평이 이뤄지고, S라인을 위해 각종 체조법이나 수술이 행해지는 모습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애초에 책을 읽기 전에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자료를 통해 20세기 초반의 미의식과 시대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20세기 초보다 오히려 더 여성의 외모가 권력이 되는 사회. 미인 추앙에 대한 시발점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미의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한국 근대 사회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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