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 개국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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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에 도움이 되면서 가볍게 머리도 식힐만한 책이 없을까하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으니 바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나름 잘나가는 책이라 도서관에 행여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서가에 나란히 꽂혀있어서 1권을 시작하게 됐다.

  조선왕조를 다루고 있지만 1권에서는 조선의 세워지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어왔는지부터 그려진다. 국사 교과서(7차)에서는 역성혁명에 대해서 "이성계는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최영을 제거한 뒤, 군사적 실권을 장악하여 본격적인 개혁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성계를 중심으로 모인 급진 개혁파(혁명파) 사대부 세력은 우왕과 창왕을 잇따라 폐하고 공양왕을 세운 후, 전제 개혁을 단행하여 과전법을 마련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이성계와 급진 개혁파 사대부 세력은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였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내용에 대해서 이성계의 할아버지까지 올라가 집안의 내력을 보여주고, 이성계가 권력의 중심에 점차 다가가는 모습이나 급진 개혁파와 온건 개혁파의 대립에 대해서 생동감있게 보여주고, 그간 충절을 다해 고려를 섬겼다고 생각했던 정몽주나 이성계의 오른팔이었던 정도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줬다. 

  만화의 방식을 취해 그간 역사에 대해 어려움을 느꼈던 사람들이 조선의 역사(특히 정치사)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교과서에서는 멀게만 느껴졌던 인물들이 만화를 통해 살아 움직여서 성격을 파악하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재미와 교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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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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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법을 처음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일단 용어만 익히면 쉬워진다."였다. 법률 용어들은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일상 용어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기때문이다. 법령 하나만 봐도 이래저래 길게 써있긴 한데 따지고보면 내용은 간단하기 그지 없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쉬운 용어를 사용해서 쉽게 풀어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 왜 이렇게 어려운 문장을 사용하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궁금증에 대해 해결할 수 있었다. 

  김두식의 이름은 여기저기서 들어왔고, 이 책의 명성도 여기저기서 들어봤지만 어쩐지 '헌법'이라는 딱딱한 제목때문에 꺼려져 그간 읽기를 미루고 또 미뤄왔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 책이 너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냅다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이야기하듯 술술 써내려간 문체에 빠져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딱딱하게 헌법에 대해, 그리고 우리나라 법조계의 현실에 대해 '서술'한 것이 아니라, 존대말을 사용하며 '이야기'하듯 설명해줘 더 거부감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여기에 자신의 경험이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사건 등을 예로 들어 법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그간 뉴스나 신문 등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법조계는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래도 그런 경직된 와중에서 뭔가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됐다. 물론, 그 싹이 제대로 뿌리를 내려 커다란 나무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법의 경직성이나 배타성, 혹은 권위성에 대한 비판을 제외하고 이 책이 내게 남긴 것은 관용에 관한 고찰이다. 살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만 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으로 나와 다른 종교, 다른 취향의 사람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법조계가 깨끗해지는 것, 국민이 법에 대해 알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 나와 다른 남을 그 자체로 이해하는 것 등 갑자기 바뀌기엔 어려워 보이는 일들이지만 가랑비에 댓돌이 구멍나듯 조금씩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제 막 시작되는 로스쿨 제도가 우리나라에 어떻게 정착될지는 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법'이라면 그저 딱딱한 개념이라고,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온 이들에게 이 책은 우리가 법을 알고 이를 행사하는 것은 올바른 권리라고 말한다. <헌법의 풍경>이라는 제목만 보고 헌법의 전반에 대한 개론서라 생각하고 읽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생각과 다른 내용에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헌법의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이런 책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법에 대해 좀 알고 싶은데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꺼려진다는 분들이나 교양와 재미 둘 다 잡을 수 있는 책을 찾는 분들에게 더할나위없이 만족스러울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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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여신, 광장으로 나오다 - 법학 이야기 지식전람회 18
강정혜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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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국립중앙도서관이 선정한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77선'에서 알게된 책인데, 마침 행정법 외에 다른 법에 대해서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차라 머리도 식힐 겸, 상식도 쌓을 겸 보게 된 책이다. 지식전람회 시리즈는 처음 접해봤는데, 이 책만으로 단정짓기는 섣부르지만 대체로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에 초보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리즈가 아닐까 싶었다.

  흔히 사람들은 법을 외우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행정법을 공부하기 전에는 법이란 그저 어렵고, 외워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행정법을 공부하며 법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고, 외우기보다는 이해가 기본이 되는 학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법을 배우는 사람은 절대 현실과 유리될 수도 없고 유리되어서도 안된다. 법이 현실과 유리되는 순간, 법학은 그 고유한 특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을 연구하는 것은 더이상 참다운 법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도 모르고, 그야말로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는 격이다."라는 구절을 읽으며 법은 현실을 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오만과 편견>을 통해 민법에 대해 설명하고,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 형법을 설명하고, 현실에서 있을 법한 사례를 드는 등 비교적 쉽게 개념을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단순히 법에는 이런 이런 분야가 있다고 알려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영미법과 대륙법의 조화와 같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법이 어떻게 나가야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점도 좋았다. '정의의 여신, 광장으로 나오다'라는 뜬금없이 보이는 제목의 의미도 책을 다 읽고나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외국과 달리 한정된 장소에서만 볼 수 있는 정의의 여신이 광장으로 나와 모든 사람의 생활 속에 들어가길 소망하고 꿈꾸는 저자의 마음이 담긴 제목이었다.) 
  
  법은 너무 어렵고 딱딱한 것이라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이나, 법학을 전공해볼까하고 고민하는 학생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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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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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같이 서울 시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촛불 시위의 본질은 쇠고기 문제이다.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와 광우병의 관계,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사태들. 이 문제는 국민들에게 먹을거리의 위협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끼게 해줬다(정부에서는 괴담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있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위험들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두파동, 김치파동, 철가루 분유파동, 납생선 등등 숱하게 벌어지고 있는 식품 관련 사건들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냥 단순히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너무나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문제. 이 책에서는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이런 식품은 이러이러해서 나쁘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3가지 부류의 가족들을 보여주고, 그들의 식생활을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위험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근 월마트에서 잔뜩 식품을 구입하는 힐러드-니어스티머 가족의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 가족의 건강에 관심이 많아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는 양심적인 잡식주의자 매서렉-모타밸리 가족,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지키며 오직 채소류만을 먹는 완전 채식주의자 파브 가족. 이들의 케이스를 통해서  저자는 이들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을 역추적해서 어떻게 키워지고, 어떻게 도살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유통되는지 등을 보여준다. 

  항상 이런 류의 책을 읽고 나면 드는 생각은 '아, 대체 뭘 먹으란 말인가!'라는 것이다. 고기도, 생선도, 야채도 결국 모두 잠재적인 위험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A4 용지만한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닭의 고통, 몸을 돌릴 수도 없이 빼곡히 수용되어 있는 돼지의 고통, 2주간 굶겨 강제로 털갈이를 시킨 닭이 나은 달걀, 본성과 관계없이 갇혀서 양식되는 연어 등등. 좀 더 싼 가격에 좀 더 많은 것을 팔기 위한 기업의 탐욕, 그리고 자신이 먹는 것이 어떻게 크는 것인지 잘 모르는 소비자의 무지. 이런 조화가 결국 광우병, AI 등 정상적인 자연 환경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들을 유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 사회는 더이상 자급자족하는 사회가 아니다, 그럼 대체 어떤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냐?라는 의문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소비자의 의식이 바뀌면 생산 체계도 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비자 스스로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권리를 행사하며(투명성),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이용하고(로컬 푸드), 커피나 차, 초콜릿 등은 되도록 공정 무역 제품을 구입하고, 식품을 구입할 때는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등의 요소를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식생활에 적용할 수 없다고 이론적인 지식으로 무장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식탁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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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잔혹의 역사 매혹의 문화 - 우리가 몰랐던 특별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쿠바를 사랑한 사람들, 개정판
천샤오추에 지음, 양성희 옮김 / 북돋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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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 게바라를 비롯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같이 쿠바에 대해서는 문화적인 접근이 많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쿠바에 갖고 있는 이미지 또한 뭔가 열정적이면서도 현실과는 동떨어져있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남아있는 듯하다. 하지만 쿠바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런 시각은 조금 변화하게 된다. 이 책은 쿠바의 역사, 문화, 그리고 생활 등을 조금씩 보여주며 쿠바에 대해 습자지적인 지식을 쌓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제법 얇은 책 속에 쿠바와 관련한 많은 내용들을 집어넣다보니 이야기가 지나치게 개략적인 느낌이 들었다. 쿠바에 대해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 기본서로 보기에는 좋을 지 모르겠지만 깊이 면에서는 너무 얕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파고 들어간다고 해서 더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중요한 사실들에 대해서만 거의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아예 쿠바의 문화, 쿠바의 역사 등에 대해 따로 소개한 책을 만났더라면 이런 아쉬움이 덜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지나치게 사족이 많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쿠바하면 떠오르는 상품 중 하나인 '시가'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갑자기 담배의 효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불필요한 부분이 들어가 있어 글의 흐름을 깬 듯 싶었다. 

  쿠바가 어떤 나라인지 궁금하다면 한 번 훑어보기에는 적당할 듯 싶었다. 깊이감은 아쉽지만 아쉬운대로 이것 저것 쿠바에 대해 습자지 지식을 쌓기에는 충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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