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
조이담.박태원 지음 / 바람구두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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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학기 현대소설론 수업을 들으면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우리나라 문학의 모더니즘에서 대표적인 작품인 만큼 구보씨는 유명하다. (수업시간에 예로 든 건 이거말고 이상의 '날개'정도 밖에는 없었다. 워낙 모더니즘 작품은 드물다나.) 하지만, 내가 구보씨를 처음 만났던 것은 워낙 오래되어 기억도 가물하고, 수업시간에 그렇게 귀에 박히게 들었으니 한 번쯤 읽어봐야지 해서 몇 십년전에 나온 책으로 읽었는데, 아무래도 구보씨가 지어진 때와 지금이 시대가 달라서인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어리둥절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 시대적인 요소들을 이 책에서는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크게 1, 2부로 나뉠 수 있는데, 1부에서는 '경성 만보객 新 박태원 전'이 소개되어 있고, 2부에서는 '소설가의 구보씨의 일일'이 실려 있다. 구보씨가 아즉 박태원일 때인 1934년 3월 1일부터 저자가 이 책을 쓰고 마지막 답사를 간 2005년 9월 17일에 이르는 이야기는 마치 하나의 영상처럼 눈 앞을 스쳐 지나간다. 사실, 1부에서는 자세한 삽화나 그림이 실려있지 않고, 다만, 박태원의 소년기에서 구보씨를 쓸 때까지의 성장소설이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혹, 지루해서 책을 섣불리 집어 던지려는 독자가 있다면, 차라리 2부만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1부의 다소 지루함과는 달리 2부는 흥미진진 그 자체다. (물론, 작가의 성장을 지켜봄으로써 구보씨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정 못 읽겠다 싶으면 2부로. 그래도 읽을만하다 하면 1부, 2부의 순서로) 원작인 소설적인 재미도 재미지만, 구보씨가 걸었던 그 길을 지도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그가 탔던 전차의 행적을 그리기도 하고, 또한 그 시대만의 독특한 문화는 따로 사진이나 신문기사를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기때문에 구보씨를 만나는 재미와 더불어 구보씨를 느끼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저자가 문학 전문가가 아니라 도시계획 전문가이어서 그런지, 공간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고, 문학에 대해서도 이해를 쉽게끔 했다. 혹, 구보씨를 만났다가 그 어려움에 포기를 했던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를 다시 만나봄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보씨를 현대적으로 다시 만나보는 기회. 제법 괜찮았다. 나도 날이 좀 풀리면 이 책을 참고로 청계천변을 거닐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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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문학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
김동인 외 지음, 이남호 엮음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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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색이 국문학도이지만, 사실 국문학 작품들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물론, 내가 국문학 안에서 현대문학보다는 고전문학을 좋아하는 탓도 있겠지만, 수업시간에는 대개 이론을 설명하고 그 이론의 예로 작품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로 들었을지라도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직접 작품을 읽어보는 게 가장 좋을 것이고, 지금이 아니면 그냥 전공을 날로 먹고 졸업을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괜히 조급한 마음으로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 속에는 예전에 읽었던 감자, 운수좋은날, 홍염, 동백꽃, 치숙, 모밀꽃 필 무렵등의 낯익은 작품에서부터 맹순사, 산, 밤길, 토끼 이야기, 성황당, 임종 등의 낯선 작품들을 고루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작품을 보여주기에 앞서 작가의 생애를 짤막하게 요약해놓아 작품을 읽는데 더욱 도움을 주었다. 대개의 작품은 작가의 성격이 반영되어 있는지라 작가의 생애를 훑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성향이 약간은 파악이 되고(그 때문에 과목중에는 작가의 생과 작품과의 관계를 조명하는 작가론도 있다), 그 파악된 내용이 어느 정도 맞아들어가는데, 그런 와중에 짝사랑때문에 우울이 거의 천성처럼 되어버렸다는 김유정의 일생과 그의 작품 사이의 관계와 같이 뭔가 매치가 되지 않는 것들도 있어서 그런 것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우울증을 앓고 있는 작가가 <동백꽃>의 순박한 주인공을 만들어내다니.)

   물론, 우리 문학사에 뛰어난 단편들은 이 책에 소개된 것들 외에도 많다. 하지만, 적은 작품이나마 접해봄으로 한국 단편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더 많은 작품을 찾아 읽을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책인 것 같다. 또, 입시때문에 등떠밀려서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한국 문학이라면 괜히 수능 때문에 강제로 읽어야만 했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문학적 용어를 외움으로써 한국 문학은 딱딱하다고만 느낀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으면서 다시 문학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었으면 좋겠다. 문학은 머리로 외우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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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1-15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공부하는 기분으로만 읽었지 문학 그 자체로 재미있게 접하지 못해 아쉬운 작품들입니다.

이매지 2005-11-1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도 언제 마음에 여유가 있으실때 찬찬히 읽어보셔요. 생각보다 괜찮아요^-^
 
칼의 노래 2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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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상반기 베스트셀러에 빠지지 않는 칼의 노래.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점과 이순신에 대한 내용이라는 점, 그리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는 점에서 과연 어떤 소설이길래 그런가 싶어서 집어본 책.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시절 위인전을 통해서 한 번 쯤은 접해봤을 것이고, 광화문 사거리에 가면 우뚝 서 있는 이순신장군상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인전에서는 이순신의 업적에 대해서 소개를 할 뿐이고, 이순신 장군상은 동상일뿐이니, 그 것을 보고 느낀다하여도 단순히 '이순신 장군=본받을만한 사람'으로 느낀다. 하지만 왜 본받을 사람이람? 단순히 나라를 위해 싸워서? 그렇다면 이순신말고도 본받을 사람은 많지 않은가? 왜 이순신이 부각되어야 되는 것인가? 여튼 이러한 생각은 어찌됐던간에 칼의 노래를 읽고 나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위인전처럼 이순신 장군은 이러이러하게 살았다가 아닌 인간 이순신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전쟁에 임하면서 단순히 왜구를 상대로 싸운 것이 아니라, 가깝게는 조정을, 그리고 멀게는 명나라까지 어찌보면 그의 적이었다. 조정에서는 끊임없이 그를 모함하는 자들이 있었고, 임금은 전쟁중에 그에게 징징거리는 소리를 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전쟁을 돕기 위해서 온 명군은 서해에 머물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왜군이 철수를 하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남해로 내려온다. 하지만, 명군은 전쟁을 도우러 온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몫을 챙기기 위해서 온다. 백성들은 끊임없이 울고, 임금도 끊임없이 울고, 도우러 온 명군은 자신의 이익을 남기기에 여염이 없고, 왜구의 수는 엄청나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늘 자신의 사지를 찾았던 이순신. 성치않은 몸을 이끌고 전쟁에 임해야했던 이순신.

 전쟁 속에서 끊임없이 두려움을 접했지만, 그 두려움이 있었기에 싸울 수 있었던 이순신. 그의 고독한 고뇌, 고독한 두려움, 고독한 삶이 안타까웠다. 전쟁중에 어머니의 상을 당하고, 자신의 아들은 자신때문에 적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비단, 이런 일은 이순신에게만 있었던 일은 아닐 것이다. 모든 백성은 굶주렸고, 돌아갈 고향을 잃었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전쟁에 대한 씁쓸함. 비통 등이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통해 극대화되어 표출된 것 같다.

 칼의 노래 양장본에는 이런 글이 써 있다. '한국 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 오랜동안의 신문기자 생활을 마치고 작가로 나타난 김훈. 그가 '한국 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으로 여겨지기에 칼의 노래 한 권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다. 군더더기가 없는 그의 문체는 때때로 건조한 맛을 느껴지게 하지만, 그래도 김훈이라는 작가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점에서는 반론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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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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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태어나보니 개였다는 주인공 보리. 그 녀석의 탄생에서부터 성장에 이르는 과정이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어린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글씨로 혹은 다른 어른들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삶을 배운다면, 보리는 몸으로 부딪히면서 삶을 배워간다.

   의인화 소설이라서 그런지 보리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나름대로 집중을 하면서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는데, (확실히 김훈의 다른 책들보다 읽기에는 쉬웠다.) 단 하나 거슬린 점이 있다면 말투가 계속 바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첫 시작에는 "내 이름은 보리, 진돗개 숫놈이다. 태어나보니, 나는 개였고 수놈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나오지만, 두페이지 뒤에는 "그때, 엄마는 우리 형제 다섯 마리를 한꺼번에 낳았어. 우리 엄마 젖꼭지는 모두 열 개인데, 그 열 개에서 모두 다 젖이 콸콸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라는 식이다. 단순한 서술형으로 나오다가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오다가, 솔직히 왔다갔다하는 그 말투때문에 집중도가 좀 떨어지기도 했다. (설령, 그런 변화를 통해서 어떤 효과를 기대했다고 한다고 해도 난 확실히 집중이 덜 됐다.)

  예전에 우리집에서 아빠 친구분이 맡긴 개 한 마리를 키운 적이 있었다. 보리처럼 누런 털을 가진 진돗개와 똥개의 피가 섞인 그런 개. 그 녀석 이름은 땡순이였는데, 이 책 속에서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땡순이를 타고 놀기도 했고, 같이 다녔던 기억이 났다. 그 녀석도 보리가 마음 속에 담았던 흰순이처럼 땡순이에서 고기로 변해버렸지만, 문득 그 녀석이 생각이 났다.

   개의 눈으로 바라본 가벼운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그런 이야기가 더 생각해볼 여지를 남겨준 것 같다. 과연 보리는 어떤 주인을 만나서 어떤 삶을 계속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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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 이문구 전집 8 이문구 전집 8
이문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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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어떤 책에 대해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생겨버리면 손에 잡기가 굉장히 부담스러워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왠지 그 느낌만으로도 너무 어려울 것만 같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이라던지, 문학사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 뭐 그런 경우들. 내게 있어서 이 책이 그랬다. 왠지 어려울 것 같아서 읽을까 말까 고민만 하던. 하지만, 명색이 국문학도인데, 국문학 작품들을 너무 안 읽어본 것 같아서 마음을 굳게 먹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술술 잘 넘어가는 페이지에 놀래버렸다. 이문구의 글솜씨 정말 굉장하다 !

  이문구 스스로의 어린 시절을 쓰거나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가 바탕이 된 이 책 속에는 총 8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일락서산, 화무십일, 행운유수, 녹수청산, 공산토월, 관산추정, 여요주서, 월곡후야와 같이 한자로 된 제목들은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지만, 그 내용만은 너무도 정답고, 또 때로는 서글픈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는 한 때는 우리네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사라고 볼 수 있을테고, 작게는 마을에서 한가닥했던 집안 출신인 내가 형편이 바뀌어 고향을 떠나살다가 다시금 들른 고향에서 옛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회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어린 시절 접했던 많은 사람들 중에 시대의 흐름 속에서 오롯이 사대부로의 자세를 유지했던 할아버지와 좌익운동가로 활동했던 아버지, 부엌일을 도맡아 했던 옹점이, 평소 화자의 부친을 따랐던 석공, 이상하게도 자신을 늘 아껴주던 친구인 대복이 등등. 많은 인물들의 삶의 배경 속에는 전쟁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있었고, 그 전쟁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저마다 성격이 변하가기도 하고, 또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도 됐다. 하지만 이문구는 이런 비애, 혹은 절망감을 대놓고 드러내면서 이래서 전쟁은 나쁜 것 !이라는 걸 표현한 것이 아니고 그저 마음씨 좋은 사람들을 보여주며 독자 스스로 전쟁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해줬다.

   많은 현대인들, 그리고 요즘의 어린 아이들은 점점 더 고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시골에서 살아보지 못하고 아파트에서 줄곧 살아온 이들에게 이웃간의 정, 친구와의 추억들은 너무도 먼 얘기가 아닐까 싶다. 그런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마음 속의 고향이라도 찾았으면하는 마음이다. 너무도 따뜻하고 푸근함과 정겨움을 주는 사람들. 그 때문에 너무도 마음이 아려왔던 책이었다.

  아. 이 책 뒤에는 어휘 해설이 가나다 순으로 붙어 있어서 몇 몇 이해가 가지 않았던 방언 어휘에 대해서는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냥 등장하는 페이지 밑에 각주를 달아서 표시하거나 괄호 속에 넣어서 설명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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