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사냥꾼 - 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이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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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요를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너무 사랑 타령만 한다는 거다. 드라마를 보던 영화를 보던 사랑 사랑. 이거 원 대한민국은 사랑을 빼고는 대중에게 전달할 얘기가 없는건지. 그런 가운데 나름대로 신선한 가사(내용)로 다가온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적이었다. 패닉, 카니발, 긱스, 솔로 앨범까지 그는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고, 독특한 이야기들을 꾸며내기도 하는 등의 일들을 해왔었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다니. 제목부터 독특한 <지문 사냥꾼>. 복작대는 버스에서 그의 입담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 책은 12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시작부터 그림책에 실린 그림들이 활자를 먹어버린다는 황당한 내용으로 시작되서(활자를 먹는 그림책) 김영하의 작품에서도 얼핏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음혈인간에 대한 이야기(김영하의 작품에서는 흡혈귀였던 것 같은데...뭐 소재는 비슷하지 않는가.)이구소제사 제불찰씨의 이야기,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응징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자백), 표제작인 지문 사냥꾼 등 그리 긴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는 이야기들이 한 아름 실려 있었다.

   물론, 작가를 가수로 보고 '노래하는 사람이 이만큼 글을 썼으면 괜찮게 썼다'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무슨 소리 책을 냈으면 작가로 생각을 해야지.' 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는 독자가 이적을 가수로 보던, 신인 작가로 보던간에 분명한 것은 이정도면 괜찮게 썼다는 거다. 아직 그가 글로 밥벌어먹고 살만큼 전문적인 글(짜임새나 구성이 약간은 부족한 듯 느껴진다.)을 쓴 건 아니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이 정도면 갈고 닦으면 앞으로 발전할 것 같은 조짐이 느껴지는데. 이적이 또 다른 책을 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혹 다음 책이 나온다면 주저없이 그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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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6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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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표지에서부터 '무슨 이리 안 어울리는 동물의 조합인가' 싶었고, 제목을 보고선 '카스테라? 먹는 그 카스테라?'라는 생각을 하면서 박민규의 첫 소설집을 넘기기 시작했다. 차례를 쓱 보니 이거 또한 가관이다. <카스테라>,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아, 하세요 펠리컨>, <야구르트 아줌마>, <코리언 스텐더즈>, <대왕오징어의 기습>, <헤드락>, <갑을고시원 체류기>라니. 이거 제목만 봐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 궁금해 궁금해.'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 박민규의 이야기에 그렇게 또 다시 빠져들었다.

 박민규의 소설은 일단 재미 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마치 무슨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이 정신이 없어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혼을 쏙 빼놓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작가가 하는 말투에 감염되어버리고 말아버린다. 아. 몰라 몰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적으로는 좀 뭐랄까 삼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정도로 규정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우주적으로 (박민규도 이 책에서 계속 우주적 운운한다.)볼 때, 이들의 모습은 독특하다. 지구를 자세히 보려면 지구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처럼 이들도 한 발자국 물러서서 보면 그저 독특한 개성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인 것이다. 그러한 인물들이 겪는 일들은 황당무계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요란한 소음을 내는 냉장고때문에 냉장의 세계를 알게된 사람이 그 냉장고에 소중하거나 해악인 것을 넣어버리는 일(카스테라)라던지, 무슨 CF의 멘트처럼 어느 날 우연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대왕 오징어를 만났다는 이야기(대왕오징어의 습격)나, 헐크 호건에게 헤드락을 당한 사람의 이야기(헤드락)등과 같은 일들은 실로 황당무계하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웃어 넘기기에는 너무 서글픈이야기도 함께 있다. 다리도 제대로 펼 수 없는 고시원에서 방귀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조심 살아가는 생활기(갑을 고시원 체류기)나, 집안을 살리기 위해서 푸시맨으로 일하는 학생이 아침마다 아버지를 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이야기(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73번이나 회사에 원서를 냈다가 퇴짜를 맞고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해야지 하고 오리배가 있는 놀이동산에서 일하는 이가 겪는 이야기(아, 하세요 펠리컨), 한 달이 넘게 변비에 고생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야구르트 아줌마)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내게 때로는 잔잔한 즐거움을 , 때로는 서글픔을 , 때로는 눈물이 날만큼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박민규의 문체가 독특하거가 말거나. 난 이제 시장에 가서 카스테라나 하나 사서 먹어야겠다.



 고마워, 과연 박민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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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07-04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님 서재에서는 님의 나이가 안느껴져요. 너무하신거 아니에욧!!

이매지 2005-07-04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제가 너무 숙성해버렸다는 것입니까?
혹은 아직 철이 안 들었다는 것인가 -ㅅ-a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성석제 지음 / 강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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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에 읽은 책의 짜증을 씻겨보낼 유쾌한 책을 읽고자 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의 선택 또한 실패한 것 같다. 성석제 특유의 입담은 살아 있지만, 유쾌하지 않은, 서러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랄까.

 이 책은 이전에 나왔던 <새가 되었네>라는 책의 개정판으로, 총 7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표제작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시작으로 금과 은의 왈츠, 첫사랑, 이른 봄, 새가 되었네, 황금의 나날, 스승들로 이어지는 일련의 글 속에서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고, 그 아픔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어떤 이들은 그 아픔을 (주인공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죽음으로 마무리하고, 어떤 이들은 그저 그렇게 계속 살아가는 모습들을 마치 포장마차집에서 소주와 함께 하는 안주거리인양 보여주고 있다.

 슬로우머신을 보는 것과 같이 느리게 자동차가 추락하는 걸 보여주며 동시에 주인공의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그의 일생을 보여주는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와 작가의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스승들(단순히 학교 선생님 뿐만 아니라,여인, 군대, 술, 음악 등에 대한 언급도 등장한다)을 이야기하는 '스승들', 한 편의 우화 같은 '이른 봄', 돈이 없는 자의 비애를 보여주는 '새가 되었네','황금의 나날', 그리고 두 친구의 다소 묘한 우정을 보여주는 '첫사랑', 유년 시절에 대해서 다시금 돌아보게 해주는 '금과 은의 왈츠' 이 일곱편의 작품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느껴져서 좋았다. 다만 아쉬운 건, 내가 밝은 소설을 읽고 싶었었다는 것. 다른 날 읽었으면 더 좋았을껄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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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림
성석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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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읽은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이후로 푸욱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한국 작가. 인간에 대한 통찰을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은 분명 그가 가진 최대의 장점이리라. 여튼간에 이 책속에는 총 8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각각의 이야기 속에는 여전히 인간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좀 진지한 모습이라고 할까?

 각각의 작품에 대한 느낌을 적어보자면, <꽃피우는 시간-노름하는 인간>에서는 화자가 K라는 도시에 놀러갔다가 세계 최고의 도박사 피스톨 송 선생의 강연을 우연찮게 듣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성석제는 인간 세상을 도박판에 비유하고 있으며, 더불어 거짓이 팽배해있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하지만 날은 숨이고 있는) 비판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인 <해방-술 마시는 인간>에서는 주인공이 몇 명의 사내와 화가라는 한 여자와 술을 마시게 되고, 화가라는 여자가 갑자기 울자 그녀가 왜 우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함께 이야기한 것들을 다시 곱씹어보면서 진행되는 형식의 글로, 과거 교사 시절에 만난 '재떨이'라는 여자와의 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술을 일상의 해방의 도구로 인식하는 점은 익히 보아온 이야기이긴 하지만,어찌되었건 술을 통해서라도 쳇바퀴도는 것 같은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우리네가 술을 마시는 이유가 아닐까? 그건 그렇고 대체 그녀는 왜 울었던 것일까?

 세번째 이야기인 <소설 쓰는 인간>에서는 한 제비족의 이야기가 나타난다. 우리 세계를 춤, 춤방, 남자, 여자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그의 이야기는 춤에 홀랑 빠져서 결국 제비. 그것도 왕제비가 되지만, 꽃뱀에게 당하고 춤 인생을 결국엔 끝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어느 왕제비의 인생-내 운명을 바꾼 호두알 두 쪽.'이라는 제목의 소설로 쓰고자 한다.

 네번째 이야기인 <홀림>에서의 화자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분열, 복제된 다수로 만들어 각각의 상황에 맞춰가면서 홀린 듯이 살아간 인생을 보여주며 있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쳐다보는 것으로 그려지는 풍경은 뭐랄까. 나른한 오후같은 느낌이 들게 해주었다. 더불어, 이 이야기는 작가의 스스로의 자전적인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다섯번째 이야기인 <협죽도 그늘 아래>는 한 여자의 기구한 사연을 보여주고 있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쟁터에 끌려간 남편. 그리고 그의 돌아오겠다는 말에 하염없이 그를 기다리는 여자의 모습. "한 여자가 앉아 있다. 가시리로 가는 길목, 협죽도 그늘 아래."라는 반복되는 시작점을 통해서 왠지 시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 더불어 그녀의 슬픔이 아스란히 느껴져 왠지 서글퍼졌다.

 여섯번째 이야기인 <붐빔과 텅 빔>은 전혀 다른 두 형제의 삶을 대비하여 보여주면서, 두 형제의 인생을 그려주고 있다. 앞서간 형의 노선을 밟아가는 아우의 이야기를 통해 공허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살아온 방식은 전혀 다르고, 그 끝도 다른 두 형제이지만, 하나의 삶을 살고 있는 형제의 이야기. 왠지 그러고보면 우리네 인생도 결국은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였다.

 일곱번째 이야기인 <방>에서는 책으로 가득찬 한 방을 통해서 도무지 뭔소리를 하고 있는건가싶을 정도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이상한 소설. 확실치 않는 세계에 대한 풍자라고 해야 할까?

 마지막 이야기인 <이무기>에서는 바보 곽영출을 통해서 다양한 인생을 보여주고 있다. 바보의 눈으로 본 세상도 결국은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

 이렇게 총 8개의 단편 속에서는 성석제 특유의 인생에 대한 통찰이 가벼운 비판과 함께 담겨져 있다. 그리고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뭔가 비주류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눈으로 바라본 주류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어서 흥미도 있었지만, 그런 식으로 인생사를 비꼬아도 성석제의 소설은 웃음을 줄 수 있어서 좋다. 떨떠름한 기분만이 아닌 우선 문장 자체를 즐기고, 그리고 나서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식의 그의 작법에 당분간은 계속 빠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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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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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올 해 김영하에게 동인문학상을 안겨준 소설이다. 뭐 이미 오빠가 돌아왔다로 이산문학상도 받았고, 보물선으로 황순원문학상까지 더 받긴 했다만, 어쨋든간에 그에게 있어서는 그의 이름을 알리는데 한 몫을 한 작품이다.
 책을 한장씩 넘겨가면서 조금씩 멕시코 이민자들의 생활에 몰입해갈 수 있었다. 몰락해가는 조선의 왕손에서부터 도둑질을 하던 사람, 무당에 이르기까지 이 책 속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희망을 안고 멕시코로 떠난다. 그리고 에네켄 농장에서의 처절한 삶, 그리고 멕시코의 역사적 흐름 속에 몸을 맡긴 채 멕시코 혁명에도 가담하고 또 띠깔에서는 '신대한'이라는 국가를 세우는 등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되며 마음 한 켠을 묵직하게 만들었다.
 이번 학기에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와 역사'라는 과목에서 배웠던 멕시코 혁명사의 내용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서 그런지 시대적으로 익숙한 이름들의 등장에, 또 얼마전에 학교에서 했던 멕시코 이민 사진전을 본 탓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생활 하나하나가 너무도 가슴아프게 와닿았다. 저마다의 꿈을 안고 떠난 멕시코에서 짐승과 같은 노예생활을 했던 그들. 그들의 이야기를 김영하게 만들어낸 것이 아닌, 실재로 있었던 일이기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힘 없는 나라의 슬픔, 나라 잃은 슬픔도 더 절실히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왕손인 연수의 파란만장한 인생이나,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를 온전히 가질 수 없었던 이정의 이야기가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했고, 상황은 전혀 다르게 변해버렸는데도 여전히 사대부적 생활을 누리는 연수의 아버지 이종도의 모습은 조선이 일본에게 삼켜질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도 한심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너무도 변해버린 통역사인 권용준이나 연수의 동생 진우의 모습이나 도둑이었으나 어느새 농장주의 앞잡이가 되어버린 최선길의 모습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어쨋든 이 책 속에서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 그리고 약한 국가에서 살고 있음에 대한 울분이 느껴져서 마음이 경건해지는 듯 했다. 예전에 김영하 미니홈피에서 에네켄 농장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오늘 다시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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