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단편문학선 1 ㅣ 한국단편문학선 1
김동인 외 지음, 이남호 엮음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명색이 국문학도이지만, 사실 국문학 작품들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물론, 내가 국문학 안에서 현대문학보다는 고전문학을 좋아하는 탓도 있겠지만, 수업시간에는 대개 이론을 설명하고 그 이론의 예로 작품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로 들었을지라도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직접 작품을 읽어보는 게 가장 좋을 것이고, 지금이 아니면 그냥 전공을 날로 먹고 졸업을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괜히 조급한 마음으로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 속에는 예전에 읽었던 감자, 운수좋은날, 홍염, 동백꽃, 치숙, 모밀꽃 필 무렵등의 낯익은 작품에서부터 맹순사, 산, 밤길, 토끼 이야기, 성황당, 임종 등의 낯선 작품들을 고루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작품을 보여주기에 앞서 작가의 생애를 짤막하게 요약해놓아 작품을 읽는데 더욱 도움을 주었다. 대개의 작품은 작가의 성격이 반영되어 있는지라 작가의 생애를 훑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성향이 약간은 파악이 되고(그 때문에 과목중에는 작가의 생과 작품과의 관계를 조명하는 작가론도 있다), 그 파악된 내용이 어느 정도 맞아들어가는데, 그런 와중에 짝사랑때문에 우울이 거의 천성처럼 되어버렸다는 김유정의 일생과 그의 작품 사이의 관계와 같이 뭔가 매치가 되지 않는 것들도 있어서 그런 것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우울증을 앓고 있는 작가가 <동백꽃>의 순박한 주인공을 만들어내다니.)
물론, 우리 문학사에 뛰어난 단편들은 이 책에 소개된 것들 외에도 많다. 하지만, 적은 작품이나마 접해봄으로 한국 단편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더 많은 작품을 찾아 읽을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책인 것 같다. 또, 입시때문에 등떠밀려서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한국 문학이라면 괜히 수능 때문에 강제로 읽어야만 했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문학적 용어를 외움으로써 한국 문학은 딱딱하다고만 느낀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으면서 다시 문학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었으면 좋겠다. 문학은 머리로 외우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