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 이문구 전집 8 이문구 전집 8
이문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흔히 어떤 책에 대해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생겨버리면 손에 잡기가 굉장히 부담스러워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왠지 그 느낌만으로도 너무 어려울 것만 같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이라던지, 문학사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 뭐 그런 경우들. 내게 있어서 이 책이 그랬다. 왠지 어려울 것 같아서 읽을까 말까 고민만 하던. 하지만, 명색이 국문학도인데, 국문학 작품들을 너무 안 읽어본 것 같아서 마음을 굳게 먹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술술 잘 넘어가는 페이지에 놀래버렸다. 이문구의 글솜씨 정말 굉장하다 !

  이문구 스스로의 어린 시절을 쓰거나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가 바탕이 된 이 책 속에는 총 8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일락서산, 화무십일, 행운유수, 녹수청산, 공산토월, 관산추정, 여요주서, 월곡후야와 같이 한자로 된 제목들은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지만, 그 내용만은 너무도 정답고, 또 때로는 서글픈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는 한 때는 우리네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사라고 볼 수 있을테고, 작게는 마을에서 한가닥했던 집안 출신인 내가 형편이 바뀌어 고향을 떠나살다가 다시금 들른 고향에서 옛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회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어린 시절 접했던 많은 사람들 중에 시대의 흐름 속에서 오롯이 사대부로의 자세를 유지했던 할아버지와 좌익운동가로 활동했던 아버지, 부엌일을 도맡아 했던 옹점이, 평소 화자의 부친을 따랐던 석공, 이상하게도 자신을 늘 아껴주던 친구인 대복이 등등. 많은 인물들의 삶의 배경 속에는 전쟁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있었고, 그 전쟁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저마다 성격이 변하가기도 하고, 또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도 됐다. 하지만 이문구는 이런 비애, 혹은 절망감을 대놓고 드러내면서 이래서 전쟁은 나쁜 것 !이라는 걸 표현한 것이 아니고 그저 마음씨 좋은 사람들을 보여주며 독자 스스로 전쟁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해줬다.

   많은 현대인들, 그리고 요즘의 어린 아이들은 점점 더 고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시골에서 살아보지 못하고 아파트에서 줄곧 살아온 이들에게 이웃간의 정, 친구와의 추억들은 너무도 먼 얘기가 아닐까 싶다. 그런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마음 속의 고향이라도 찾았으면하는 마음이다. 너무도 따뜻하고 푸근함과 정겨움을 주는 사람들. 그 때문에 너무도 마음이 아려왔던 책이었다.

  아. 이 책 뒤에는 어휘 해설이 가나다 순으로 붙어 있어서 몇 몇 이해가 가지 않았던 방언 어휘에 대해서는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냥 등장하는 페이지 밑에 각주를 달아서 표시하거나 괄호 속에 넣어서 설명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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