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그네>와 <인더풀>, 그리고 <라라피포>로 접해본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인 점도 관심을 끌었지만 그보다 더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과 <밤의 피크닉>의 뒤를 이어 2006년 서점대상을 수상했다는 점때문에 관심이 간 책. 책의 표지도 다른 책들과는 달리 만화틱하면서 개성넘치는 듯해서 마음에 든다. (왠지 오쿠다 히데오와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여튼 이번에도 익살스러움과 정곡을 찌르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파이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의 2003년 작품이 출간되었다. <파이이야기>에서는 호랑이와 소년이 태평양을 표류하는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 책에서는 하룻밤 만에 성별이 바뀐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한다. 의도하지 않게 성별이 바뀌어버린 주인공의 삶이라. 이번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듯.





인테리어 관련 도서들을 보면 DIY용이라고 해도 따라하기에 너무 어려워보이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요새는 비전문가들의 인테리어 도서들이 부쩍 많이 출간되는 듯하다. 이 책 <혜나네 집에 100만명이 다녀간 까닭은?>도 직장여성의 8년간의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실질적인 내용의 구성도 좋지만 홈페이지에 오른 질문들의 Q&A를 담은 것도 꽤 도움이 되는 듯.




<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와 <프로파일링>의 저자 브라이언 이니스의 신작. 수백장의 컬러사진으로 과학수사의 세계를 생생한 현장감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번 책에서도 실제 CASE와 함께 여러 이론을 보여주고 있는 듯. 차례를 보니 내용적인 면에서는 <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와 <프로파일링>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 듯. 물론 이 책이 더 뒤에 나온 책이니 좀 더 최신식의 과학수사기법을 수록하였겠지만 왠지 찝찝한 느낌이 들기도.



1940년대부터 시작된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이 이제 1990년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비교적 가까운 시대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 거리감없이 읽어갈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1990년대라는 최신 현대사를 세밀하게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서문에서 "100년 전보다는 10년 전을 알 때에 이 세상에 대한 이해가 선명해지는 경우가 아주 많다. 10년 전 역사에 대한 이해는 대단히 실용적이고 유익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과연 그가 바라본 지난 10년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궁금해진다.


뉴토익에 발맞춰 꾸준히 나와주는 Superb Elite TOEIC이 벌써 3권째 출간되었다. 앞선 2권과 같게 테잎과 모의고사로 구성된 책은 뉴토익 뚜껑이 열린 후에도 꾸준히 나와줘 현재로서는 부족하기만 한 뉴토익 모의고사 분야를 채워주는 듯 하다. 좋은 문제들로 감을 익힌다면 실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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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07-0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강준만 교수의 열정은 당췌!!! ^^

이매지 2006-07-0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것 같아요. 1년에 책을 당췌 몇 권을 내는지.
기억이 흐릿해질만하면 한 권씩 툭툭.
심지어 이렇게 3권이 한꺼번에.

마태우스 2006-07-03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하러 왔습다.

이매지 2006-07-0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취향에 맞는 책이라면 남쪽으로 튀어! 사신건가요? ^^

마태우스 2006-07-0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삽니다..어제는 주문하다가 뭔가 잘못되서요^^

이리스 2006-07-10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나네... 이거 땡투 했어요. ^^;

이매지 2006-07-1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기다릴께요^^
 

<하인들에게...>는 스위프트가 수십년간 하인들의 행동과 심리를 관찰해 기록한 작품. 현대에서는 예전과 같은 그런 하인은 없지만 직장에서, 학교에서 하인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숱하니 오늘 날의 이야기과 영 동떨어진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않을까 싶다.

<쉰 살의 남자>는 갓 스무살 먹은 여인의 사랑을 받게 된 쉰 살 남자의 연애담. 남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사실 괴테는 좀 부담스러운 작가이긴 하지만 책도 얇은 편이고, 게다가 반양장본이라 휴대하기가 쉬울 듯.

두 책 모두 30-40대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고전문학 시리즈인 '평사리 클래식 시리즈'에 속하는 책으로 내용적인 면은 둘째치고 휴대가 간편하다는 점이 매력인 듯 싶다.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에서는 연인의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칠 때 빚어질 수 있는 일들을 소재로 한 책. 배우 출신의 여자와 재혼한 역사학자가 아내의 과거를 의심하여 캐들어가면서 점점 수렁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연인의 과거를 한 번쯤 궁금해본 사람, 그것을 뒤쫓아보려고 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0 1/2장으로 쓴 세계역사>에서는 노아의 방주, 테러리즘, 종교재판 등 각각의 10편의 이야기와 1/2편의 단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하게 사건을 서술한다는 느낌보다는 노아의 방주의 밀항한 좀벌레가 진실을 폭로한다거나 주교의 의자를 갉아먹었다는 죄로 종교재판을 받는 좀벌레의 이야기 등 독특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책.  

열린책들에서 나오는 줄리언 반스의 책들은 판형이나 디자인이 비슷해서 나름대로 모아놓으면 보기에도 좋은 책이 될 듯 싶다. 물론 책은 책장에 꽂아두고 보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지만 ^^


만화가 강모림이 일러스트레이터로 변신해 그리고, 쓴 재즈 이야기. 재즈의 세계를 편안하고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재즈는 자유로움이 핵심이지만 국내에서는 어려운 음악으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 사실. 이에 강모림은 보다 많은 분들에게 재즈의 문을 열어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책을 썼다고. 가장 대표적인 재즈 아티스트 25명의 에세이, 재즈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들, 재즈 역사, 작가가 재즈와 만나게 된 사연 등을 담고 있다. 매니아보다는 대중을 타켓으로 하고 있는 재즈이야기.  



 이 책을 새로나왔다고 표현해야할 지 다소 좀 애매한 감이 없지않다. 이전에 이미 나왔던 책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기에. 예전에 <도날드 닭 에펠탑에서 번지점프하다>, <로날드 닭 피라미드에서 롤러블레이드 타다>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책이 다시 등장했다. 예전에 읽었을 때 나름대로 303일간 신혼여행을 한다는 발상도 독특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재미도 쏠쏠했었다. 아마 똑같은 내용으로 다시 나온 게 아닐까 싶긴 한데, 아직 보지 못한 독자라면 한 번쯤은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장영실, 이이, 최치원, 김시습, 지눌 스님 등 13명의 인물들을 시대적 조건과 한계에 놓여있었지만 이를 뛰어넘은 천재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천재의 사전적 의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이 책에서는 '시대의 상식과 맞서 싸워 시대정신의 물꼬를 튼 사람'으로 규정되어 당대에 인정을 받지는 못했어도 그들의 앞선 생각이 우리시대의 상식이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한국사의 천재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 지 궁금해진다.  





새로나온 제프리 디버의 작품. 전신마비 법과학자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중국에서 온 인신매매범이자 잔혹한 살인마인 고스트와 링컨 라임의 승부가 펼쳐진다. 아직 링컨라임 시리즈는 <본 콜렉터>밖에 안 읽어서 <돌원숭이>를 읽으려면 두 작품쯤 더 거쳐야하지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스카페타 시리즈와 함께 나오는 링컨라임시리즈도 쏠쏠한 재미가 있는 책. (두 작품 모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이 전에 진중권의 책으로 나왔던 미학오디세이가 이번에는 만화와 함께 등장했다. 1권에서는 현태준이 원시시대부터 근대까지의 미와 예술을 다루고 있고, 2권에서는 이우일이 모더니즘 미와 예술세계를 다루고 있으며, 3권에서는 김태권이 포스트모더니즘 미와 예술을 다루고 있다. 만화의 장점을 십분 살려 작가의 개성과 생각을 적극 개입시켜 과감히 생략 또는 추가하기도 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지루한 설명을 소화하기도 하고, 원작을 극화 형식으로 재창조하기도 하며 각 권에서 각 만화가의 개성을 녹여 표현하고 있다. 이전의 책도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만화로 나온 책을 통해 청소년들도 좀 더 쉽게 미학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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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6-1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사의 천재들은 보고 싶네요... 미학오디세이는 이미 책으로 있고...

이매지 2006-06-1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로 나오면서 원작의 내용은 가져가면서 만화가들에게 어느 정도 자율성을 부여한 것 같은 느낌이더라구요. 야로님이라면 <한국사의 천재들>에 관심있으실 것 같았어요^^;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Rumo & Die Wunder im Dunkeln



 

어느 날 젖먹이 루모는 악마바위로 끌려간다. 그 섬의 주인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 산 채로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들! 어린 루모는 그들의 식량창고에서 스승 스마이크를 만난다. 스마이크는 루모가 타고난 전사 볼퍼팅어라는 걸 알아보고 그에게 차모니아의 모든 전쟁과 전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루모가 성장하자 외눈박이 거인들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광란의 축제가 벌어지는 밤, 루모는 외눈박이들과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여 승리하고 극적으로 악마바위를 탈출한다.

악마바위를 벗어난 루모는 언제나 그의 앞에서 나부끼던 은띠의 냄새를 따라 오랜 방랑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볼퍼팅어들의 고향 볼퍼티에 도착하고, 사랑하는 랄라와 친구들을 만난다. 그러나 지상세계에서의 행복도 잠시. 루모가 볼퍼팅을 비운 사이 볼퍼팅어 모두가 홀연히 사라진다. 루모는 그들이 지하제국으로 끌려갔다는 것을 알고는 홀로 말하는 검 하나만을 들고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이 모든 지상의 냄새 위로 저 높은 곳에서 은빛 띠가 하나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얇고 부드러운 띠였다.

 



스마이크는 루모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쳤다. 아니 그보다는 루모는 이미 말을 할 줄 알았지만 제대로 된 단어를 말할 줄 몰랐다는 것이 맞겠다. 그래서 웅덩이 옆에 떡 하니 앉아서 상어구더기가 하는 말에 귀기울임으로써 단어들을 얻었다. 스마이크는 해 줄 얘기가 많았다.

 



 

"마지막 망치 소리가 멈추고, 용광로의 불이 꺼지고 엘릭시르가 다 떨어졌을 때 누르넨 숲 공터에는 반짝이는 새 용병군단이 서 있었다. 당시에는 무기를 구리로 장식하는 것이 유행이었어. 그래서 이 불그레한 금속은 어디서나 번쩍번쩍 빛을 냈고, 그걸 만든 자들은 그들을 구리병정이라고 불렀지."

 



루모도 이제 아가리를 벌렸다. 턱을 쩍하고 열더니 온 이빨을 다 드러냈다. 처음으로 완변한 이빨 구조를 드러내면서 볼퍼팅어의 주등이에서만 자라는 이빨이 조합을 과시한 것이다. 송곳니, 앞니, 앞어금니, 어금니 등등 여든여덟 개로 하나같이 아주 새것이었고 눈처럼 희고 매끈한 법랑질에는 단 한 점 흠도 없었다.

사위는 꽤나 어두워졌건만 이빨들에서는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다. 볼퍼팅어의 이빨에는 미량의 인 성분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빨은 맨 끝 긴 엄니에서 미세한 연마용 이빨에 이르기까지 한 줄, 두 줄, 또는 세 줄로 겹으로 배열돼 있었다. 송곳니는 낚싯바늘 형태였고, 어금니는 번쩍이는 다이아몬드 가루로 덧씌운 것 같았다. 앞니는 얇고 날카로워서 면도날 같았다. 여기에 바늘처럼 얇고 잘 보이지 않는 이빨들이 다른 이빨들 사이의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복장은 똑 같았다. 가죽바지에, 조끼, 가죽상의, 그리고 리넨셔츠. 그러나 어쩐지 훨씬 잘 어울렸다. 그들은 눈이 달랐다. 더 크고 더 아름답고 더 은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동거지가 훨신 우아했다. 이 모든 게 루모의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볼퍼팅어들은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그는 자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특히 검에 관해서는 전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또 우샨 데루카의 눈에서 번뜩이는 불꽃을 보았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늦었다. 통증이 왔다. 그렇게 느닷없고 강렬한 통증은 딱 한 번밖에 겪어본 적이 없었다. 악마바위 동굴에서 외눈박이가 던진 횃불에 얼굴을 맞았을 때였다. 우샨은 칼끝으로 루모의 코를 찔렀다.

 



가우납 아글란 이지다하카 벵 엘렐 아투아 99세는 그 이름이 분명히 말해 주듯이 헬의 아흔하홉 번째 통치자였다. 이것은 여러 가지 권리와 의무 외에도 그의 직계 후손이 붉은 예언을 성취해야 할 지하세계의 100번 째 왕이 된다는 것을 이미했다.

 



프리프타르는 마지막 가우납의 최고 자문관으로 가우납 왕의 궁정에서 오래 일한 외교관 가문 출신의 정치적, 전략적 조언자였다.

가우납은 땅딸막하고 추악한 반면 프라프타르는 인상이 훨씬 우아했다. 날씬하고 창백한 데다 훌쩍 큰 키에 얼굴 표정과 몸짓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가우납의 추악합과 비교한다면 프리프타르는 상이 좋았다. 다른 환경에서라면 데몬 같은 골상에 매부리코, 뻐드렁니로 진짜 허수아비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연금술사와 의사와 엔지니어들은 황급히 실험실과 작업장으로 돌아가서 이 날 이 때까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과제에 매달렸다. 장군의 요구는 미친 짓이었다. 투명인간을 만들거나 금을 만드는 기계를 조립해내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여러 달 작업에 몰두했다. 밤낮 없이, 온 힘과 정력을 다해. 누구도 그토록 죽기 살기로 일해 본 적은 없었다.

짹깍짹깍 장군이 정기적으로 작업장과 실험실에 들르는 것도 효과가 있었다. 그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풀기 위해 사력을 다하도록 하는 데 충분했고, 피로를 지칠 줄 모르는 열성과 바꾸기에 족했다. 반년이 지나자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이루어졌다. 구리처녀가 완성되자 짹깍짹깍 장군은 대만족이엇다.

 



루모는 둘 앞에 유령처럼 나타났다. 숨바꼭질하듯이 돌로 된 거대한 줄기 뒤에 숨었다가 살그머니 다가가고 다시 숨었다가 다가가는 식이었다. 그는 칼을 들고 기둥 사이에 튀어나와 두 방랑객의 길을 가로마고 섰다.

그들은 놀라 자빠질 뻔했다. 하기야 루모도 적잖이 놀랐다. 둘의 생김새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족속과도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쪽은 키가 루모의 가슴에 오는 정도였다. 호리호리하고 알비노처럼 하얀 피부에 머리에는 뿔이 두 개 달렸다. 야릇한 검은 옷에 앙상한 나무 창을 들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이 팔린 발터 뫼르스Walter Moers 의 작품들 중에서도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들녘 출간)은 더 특별하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독자들이 확인했듯이 이 책의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상상력이다. 차모니아 대륙뿐 아니라 수많은 도시들, 족속들은 어느 전설이나 신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작가의 끝없는 상상력으로 창조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각 도시의 전설과 유래, 각 족속의 독특한 캐릭터까지 완벽하게 창조해냈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안개에 둘러싸인 네벨하임을 묘사한 부분이나, 완전히 우매하지는 않은 계급과 아주 우매한 계급으로 나누는 블루트쉰크들의 계급 구분법, 지하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가우납 왕가의 이야기나 어미죽에서 태어나는 호문켈의 탄생 과정을 읽다보면 그 생생함과 세밀함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나 족속들만 창조된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과학적인 상상력이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문학을 상상력의 기반으로 삼았다면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은 과학적인 상상력의 토대 위에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뭇잎을 들추면 작은, 아주 작은,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도시가 나온다. 콜리브릴 박사는 그곳의 주민들을 비존재의 미세존재라 부르고, 그들의 과학적인 성과물을 자신의 머릿속에 저장한다.

스마이크는 박사의 머릿속으로 공간 이동을 해 비존재의 마이크로머신을 불러낸다. 비존재의 미세존재는 이 마이크로머신을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쓰기 위해 만든 걸까? 마지막 부분에 가면 이 기계가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발터 뵈르스 특유의 유머도 한층 돋보인다. 스마이크가 비존재의 미세존재의 마이크로머신을 작동시키기 위해 가르릉 거리고 긁어주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그리고 강력한 전사이지만 헤엄을 못 치는 볼퍼팅어들이 헤엄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랄라에게 보내는 경의는 그야말로 커다란 웃음으로만 읽어낼 수 있다. 지하세계의 왕 가우납은 말을 뒤죽박죽해서 그가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아무도 알아 듣지 못한다. 그래서 그의 말을 알아듣는 자가 그의 총애를 받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 상상력과 유머만 돋보이는 건 아니다. 이 책에는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녹아 있다. 강에 뛰어든 랄라를 구하기 위해 헤엄도 못 치면서 무작정 물로 뛰어든 루모의 애틋한 사랑은 지하제국으로 끌려가 죽음의 문턱에 선 랄라에 대한 복수로까지 이어진다.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가족, 친구 간의 따뜻한 애정도 곳곳에 배어 있다. 그리고 평범한 나무로 자라다가 누르넨 숲 전투에서 사형대가 된 위그드라질이 루모에게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는 독자들의 가슴속 깊이 파고든다.

"네가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걸 내가 부러워한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그건 허무한 거야. 내 철학으로는 모든 생명체는 나무야, 알겠니? 누구나 언젠가는 뿌리를 내리게 되지.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거야. 그러면 너도 나이테가 쌓이고 나이가 들고 퉁퉁해질거야. 나처럼 말이야."

무한한 상상력으로 창조된 루모의 세계가 허황한 판타지로 전락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발터 뫼르스의 이런 인생철학 때문이다. 수많은 놀라운 것들을 만들어내면서도 저자는 인간적인 열망과 욕구, 사랑, 그리고 인생에 관한 성찰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다.

 

발터 뫼르스 Walter Moers









 1957년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출생했다. 고교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이후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해 만화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그림과 함께 소설, 어린이 책, 시나리오 등을 쓰기 시작했다. 독일 작가 중에서 최근 10여 년간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독일 영국 프랑스 한국 등 14개 국에서 출판돼 1,000만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차모니아라는 상상의 대륙을 무대로 해서 쓴 <푸른곰 선장의13과 1/2 인생>, <엔젤과 크레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후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잇달아 발표해 세계 독서계를 놀라게 했다.

뫼르스는 인터뷰와 사진 찍기를 극도로 혐오하는 등 괴팍한 성격과 베일에 싸인 사생활로도 유명하다.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기 이전인 1990년대에 만화 <작은 똥구멍>,<아돌프 - 나치새끼> 등으로 선풍을 일으키며 '막스와 모리츠 상' '아돌프 - 그리메 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한 <푸른곰>으로 독일 청소년 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푸른곰 선장>에서 <꿈꾸는 책들의 도시>까지 차모니아를 무대로 한 4부작은 2008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뫼르스도 대본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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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출간되어 네티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게임 스릴러. 한국 장르 소설을 이끌 작가라는 평을 들으며 기대를 모았으나, 당시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출판 시장에선 큰 호응을 받지는 못해 '저주받은 걸작'이라 불린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최고의 국내 장르 소설을 꼽을 때 반드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재출간 작업을 위해 참여한 직원들이 작품의 재미에 빠져 일부러 편집 교정지를 찾아 가며 단숨에 읽기도 했다. 저자 김민영씨는 이 작품을 출간한 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고 현재 맥킨지컨설팅 실리콘밸리 사무소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재발간을 위해 일주일의 휴가까지 내며 작품 전체를 다시 손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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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어 나왔을 때 읽어야지하고 생각해놓고 그만 까먹고 있었다. 3권이라는 두께의 압박(?)이 있지만 서평이나 다른 기사들을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도서관에 갔을 때 눈에 띄면 빌려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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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2006-06-0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가는 도서관에 있더라구요. 나중에 빌리려고요~ ㅋ

이매지 2006-06-0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찾아보니까 없어요 ㅠ_ㅠ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 신청 ! ㅋ

가넷 2006-06-0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네요. 흠.
 

러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의 장편소설 <아르세니예프의 생>이 완역출간됐다. 프랑스로 망명한 부닌이 조국 러시아에 대한 향수와 사랑을 써내려간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낯선 이름의 작가이지만 부닌은 시인으로 출발하여 푸슈킨 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여러 단편을 통해 러시아 문단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볼셰비키 혁명으로 제정러시아가 붕괴한 후 프랑스로 망명하였고 이 작품은 1927년부터 집필해 1933년 완성했으며 그 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러시아 문학은 아직 많이 소개되지 않아 어떤 문학을 담고 있는지 궁금함이 앞선다. 꽤 부담스러운 두께라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6월 15일 개봉예정인 유하감독의 비열한 거리를 책으로 먼저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삼류조폭조직의 2인자 병두. 조직의 뒤를 봐주는 황회장이 미래를 보장할테니 그를 괴롭히는 부장검사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병두는 위험하지만 빠른 그 길을 선택하는데...유하감독은 이전에 <말죽거리 잔혹사>나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같은 작품에서도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역시 각본과 감독을 함께 맡고 있다. 조인성이란 잘생긴 배우가 나와 내용만 괜찮다면 어느 정도 흥행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월드컵이란 변수가 있어서 어떻게 될런지. 일단은 책으로 먼저 만나보는 것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 좋을 것 같다.

원서와 같은 표지로 이제서야 국내에 출간되었다. 세계 곳곳의 가봐야할 곳들을 기록한 책으로 유럽과 미국 중심의 책. 아시아 지역 여행지는 중국와 일본을 비롯해 부탄, 인도, 이란, 네팔, 스리랑카, 터키, 캄보디아, 인도네이사 등의 여행지가 모두 124곳 소개되어 있다고 한다. 중국은 18곳. 일본은 7곳이나 있건만 한국의 여행지는 단 한 곳도 소개되지 않았다고. 꽤 상세하게 각 장소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는 데 우리나라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앉아서 세계여행하는 느낌을 느끼게 해줄 수는 있을 듯 싶다. 여행시에도 도움이 될 듯하고.











관심가는 여행서적들. 먼저 <하늘로 열린 땅 티베트, 타클라마칸 기행>은 50일간 중국 서부 지역의 탐험을 담은 책이다. 남극, 북극에 이어 '제 3의 극지'로 불리는 티베트 고원과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땅'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는 지역을 한국산 자동차를 이용하여 여행하며 그 곳의 삶과 문화를 살펴보고 있다. 왠지 베일에 쌓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지역이라 실제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에 몸을 싣고 80일 동안 미국을 혼자 횡단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동차나 기차 등의 이동수단을 이용할 때보다 더 몸도 힘들지만 그만큼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한겨레신문에 연재되었던 글을 묶어 책으로 출간하였다.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출신의 저자가 어떻게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는지, 어떻게 자전거 여행을 성공리에 마쳤는지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을 듯.

<아메리카 여행 23개국>은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멕시코 등의 북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의 여러나라, 브라질, 칠레, 페루 등의 남아메리카까지 아메리카의 남북을 관통한 여행기이다. 이전에 <유럽여행 40개국>과 <아시아여행 38개국>을 펴낸 저자가 이번에는 아메리카를 파고들고 있다.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체험여행 31>에서는 30대 샐러리 맨이 13개월에 걸쳐 장기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보통 여행이란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 책 속의 주인공은 실제로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해본다. 벨리댄스를 배우기도 하고, 스쿠어다이빙, 말달리기, 사막투어, 온천여행 등. 그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를 직접 몸으로 체험했다고.

<마냐나 에스파냐>는 한 가족의 스페인 배낭여행을 담고 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과 여행지에 대한 지식, 그리고 각종 배낭여행 정보를 나누고 있다고. 부록에는 여행 일정과 지출 내용을 공개해 실제로 여행할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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