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Rumo & Die Wunder im Dunkeln



 

어느 날 젖먹이 루모는 악마바위로 끌려간다. 그 섬의 주인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 산 채로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들! 어린 루모는 그들의 식량창고에서 스승 스마이크를 만난다. 스마이크는 루모가 타고난 전사 볼퍼팅어라는 걸 알아보고 그에게 차모니아의 모든 전쟁과 전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루모가 성장하자 외눈박이 거인들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광란의 축제가 벌어지는 밤, 루모는 외눈박이들과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여 승리하고 극적으로 악마바위를 탈출한다.

악마바위를 벗어난 루모는 언제나 그의 앞에서 나부끼던 은띠의 냄새를 따라 오랜 방랑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볼퍼팅어들의 고향 볼퍼티에 도착하고, 사랑하는 랄라와 친구들을 만난다. 그러나 지상세계에서의 행복도 잠시. 루모가 볼퍼팅을 비운 사이 볼퍼팅어 모두가 홀연히 사라진다. 루모는 그들이 지하제국으로 끌려갔다는 것을 알고는 홀로 말하는 검 하나만을 들고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이 모든 지상의 냄새 위로 저 높은 곳에서 은빛 띠가 하나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얇고 부드러운 띠였다.

 



스마이크는 루모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쳤다. 아니 그보다는 루모는 이미 말을 할 줄 알았지만 제대로 된 단어를 말할 줄 몰랐다는 것이 맞겠다. 그래서 웅덩이 옆에 떡 하니 앉아서 상어구더기가 하는 말에 귀기울임으로써 단어들을 얻었다. 스마이크는 해 줄 얘기가 많았다.

 



 

"마지막 망치 소리가 멈추고, 용광로의 불이 꺼지고 엘릭시르가 다 떨어졌을 때 누르넨 숲 공터에는 반짝이는 새 용병군단이 서 있었다. 당시에는 무기를 구리로 장식하는 것이 유행이었어. 그래서 이 불그레한 금속은 어디서나 번쩍번쩍 빛을 냈고, 그걸 만든 자들은 그들을 구리병정이라고 불렀지."

 



루모도 이제 아가리를 벌렸다. 턱을 쩍하고 열더니 온 이빨을 다 드러냈다. 처음으로 완변한 이빨 구조를 드러내면서 볼퍼팅어의 주등이에서만 자라는 이빨이 조합을 과시한 것이다. 송곳니, 앞니, 앞어금니, 어금니 등등 여든여덟 개로 하나같이 아주 새것이었고 눈처럼 희고 매끈한 법랑질에는 단 한 점 흠도 없었다.

사위는 꽤나 어두워졌건만 이빨들에서는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다. 볼퍼팅어의 이빨에는 미량의 인 성분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빨은 맨 끝 긴 엄니에서 미세한 연마용 이빨에 이르기까지 한 줄, 두 줄, 또는 세 줄로 겹으로 배열돼 있었다. 송곳니는 낚싯바늘 형태였고, 어금니는 번쩍이는 다이아몬드 가루로 덧씌운 것 같았다. 앞니는 얇고 날카로워서 면도날 같았다. 여기에 바늘처럼 얇고 잘 보이지 않는 이빨들이 다른 이빨들 사이의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복장은 똑 같았다. 가죽바지에, 조끼, 가죽상의, 그리고 리넨셔츠. 그러나 어쩐지 훨씬 잘 어울렸다. 그들은 눈이 달랐다. 더 크고 더 아름답고 더 은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동거지가 훨신 우아했다. 이 모든 게 루모의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볼퍼팅어들은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그는 자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특히 검에 관해서는 전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또 우샨 데루카의 눈에서 번뜩이는 불꽃을 보았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늦었다. 통증이 왔다. 그렇게 느닷없고 강렬한 통증은 딱 한 번밖에 겪어본 적이 없었다. 악마바위 동굴에서 외눈박이가 던진 횃불에 얼굴을 맞았을 때였다. 우샨은 칼끝으로 루모의 코를 찔렀다.

 



가우납 아글란 이지다하카 벵 엘렐 아투아 99세는 그 이름이 분명히 말해 주듯이 헬의 아흔하홉 번째 통치자였다. 이것은 여러 가지 권리와 의무 외에도 그의 직계 후손이 붉은 예언을 성취해야 할 지하세계의 100번 째 왕이 된다는 것을 이미했다.

 



프리프타르는 마지막 가우납의 최고 자문관으로 가우납 왕의 궁정에서 오래 일한 외교관 가문 출신의 정치적, 전략적 조언자였다.

가우납은 땅딸막하고 추악한 반면 프라프타르는 인상이 훨씬 우아했다. 날씬하고 창백한 데다 훌쩍 큰 키에 얼굴 표정과 몸짓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가우납의 추악합과 비교한다면 프리프타르는 상이 좋았다. 다른 환경에서라면 데몬 같은 골상에 매부리코, 뻐드렁니로 진짜 허수아비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연금술사와 의사와 엔지니어들은 황급히 실험실과 작업장으로 돌아가서 이 날 이 때까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과제에 매달렸다. 장군의 요구는 미친 짓이었다. 투명인간을 만들거나 금을 만드는 기계를 조립해내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여러 달 작업에 몰두했다. 밤낮 없이, 온 힘과 정력을 다해. 누구도 그토록 죽기 살기로 일해 본 적은 없었다.

짹깍짹깍 장군이 정기적으로 작업장과 실험실에 들르는 것도 효과가 있었다. 그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풀기 위해 사력을 다하도록 하는 데 충분했고, 피로를 지칠 줄 모르는 열성과 바꾸기에 족했다. 반년이 지나자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이루어졌다. 구리처녀가 완성되자 짹깍짹깍 장군은 대만족이엇다.

 



루모는 둘 앞에 유령처럼 나타났다. 숨바꼭질하듯이 돌로 된 거대한 줄기 뒤에 숨었다가 살그머니 다가가고 다시 숨었다가 다가가는 식이었다. 그는 칼을 들고 기둥 사이에 튀어나와 두 방랑객의 길을 가로마고 섰다.

그들은 놀라 자빠질 뻔했다. 하기야 루모도 적잖이 놀랐다. 둘의 생김새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족속과도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쪽은 키가 루모의 가슴에 오는 정도였다. 호리호리하고 알비노처럼 하얀 피부에 머리에는 뿔이 두 개 달렸다. 야릇한 검은 옷에 앙상한 나무 창을 들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이 팔린 발터 뫼르스Walter Moers 의 작품들 중에서도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들녘 출간)은 더 특별하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독자들이 확인했듯이 이 책의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상상력이다. 차모니아 대륙뿐 아니라 수많은 도시들, 족속들은 어느 전설이나 신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작가의 끝없는 상상력으로 창조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각 도시의 전설과 유래, 각 족속의 독특한 캐릭터까지 완벽하게 창조해냈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안개에 둘러싸인 네벨하임을 묘사한 부분이나, 완전히 우매하지는 않은 계급과 아주 우매한 계급으로 나누는 블루트쉰크들의 계급 구분법, 지하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가우납 왕가의 이야기나 어미죽에서 태어나는 호문켈의 탄생 과정을 읽다보면 그 생생함과 세밀함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나 족속들만 창조된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과학적인 상상력이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문학을 상상력의 기반으로 삼았다면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은 과학적인 상상력의 토대 위에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뭇잎을 들추면 작은, 아주 작은,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도시가 나온다. 콜리브릴 박사는 그곳의 주민들을 비존재의 미세존재라 부르고, 그들의 과학적인 성과물을 자신의 머릿속에 저장한다.

스마이크는 박사의 머릿속으로 공간 이동을 해 비존재의 마이크로머신을 불러낸다. 비존재의 미세존재는 이 마이크로머신을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쓰기 위해 만든 걸까? 마지막 부분에 가면 이 기계가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발터 뵈르스 특유의 유머도 한층 돋보인다. 스마이크가 비존재의 미세존재의 마이크로머신을 작동시키기 위해 가르릉 거리고 긁어주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그리고 강력한 전사이지만 헤엄을 못 치는 볼퍼팅어들이 헤엄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랄라에게 보내는 경의는 그야말로 커다란 웃음으로만 읽어낼 수 있다. 지하세계의 왕 가우납은 말을 뒤죽박죽해서 그가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아무도 알아 듣지 못한다. 그래서 그의 말을 알아듣는 자가 그의 총애를 받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 상상력과 유머만 돋보이는 건 아니다. 이 책에는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녹아 있다. 강에 뛰어든 랄라를 구하기 위해 헤엄도 못 치면서 무작정 물로 뛰어든 루모의 애틋한 사랑은 지하제국으로 끌려가 죽음의 문턱에 선 랄라에 대한 복수로까지 이어진다.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가족, 친구 간의 따뜻한 애정도 곳곳에 배어 있다. 그리고 평범한 나무로 자라다가 누르넨 숲 전투에서 사형대가 된 위그드라질이 루모에게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는 독자들의 가슴속 깊이 파고든다.

"네가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걸 내가 부러워한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그건 허무한 거야. 내 철학으로는 모든 생명체는 나무야, 알겠니? 누구나 언젠가는 뿌리를 내리게 되지.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거야. 그러면 너도 나이테가 쌓이고 나이가 들고 퉁퉁해질거야. 나처럼 말이야."

무한한 상상력으로 창조된 루모의 세계가 허황한 판타지로 전락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발터 뫼르스의 이런 인생철학 때문이다. 수많은 놀라운 것들을 만들어내면서도 저자는 인간적인 열망과 욕구, 사랑, 그리고 인생에 관한 성찰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다.

 

발터 뫼르스 Walter Moers









 1957년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출생했다. 고교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이후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해 만화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그림과 함께 소설, 어린이 책, 시나리오 등을 쓰기 시작했다. 독일 작가 중에서 최근 10여 년간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독일 영국 프랑스 한국 등 14개 국에서 출판돼 1,000만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차모니아라는 상상의 대륙을 무대로 해서 쓴 <푸른곰 선장의13과 1/2 인생>, <엔젤과 크레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후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잇달아 발표해 세계 독서계를 놀라게 했다.

뫼르스는 인터뷰와 사진 찍기를 극도로 혐오하는 등 괴팍한 성격과 베일에 싸인 사생활로도 유명하다.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기 이전인 1990년대에 만화 <작은 똥구멍>,<아돌프 - 나치새끼> 등으로 선풍을 일으키며 '막스와 모리츠 상' '아돌프 - 그리메 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한 <푸른곰>으로 독일 청소년 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푸른곰 선장>에서 <꿈꾸는 책들의 도시>까지 차모니아를 무대로 한 4부작은 2008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뫼르스도 대본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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