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여름 휴가 때 난생 처음으로 배를 타고 멀리 바다 낚시를 갔었다. 그 날 태양은 작렬했고, 바람이 한 점 없어 파도도 잔잔했다. 이런 날 고기잡이를 나가면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그래서였을까. 배멀미를 약간하는 와중에도 갯지렁이를 미끼로 놀래미를 세 마리나 잡았다. 고기를 낚은 기쁨으로 배속의 울렁느글함이 눈 녹듯 사라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이후로 꼬박 1년을 별렀다. 팽팽한 낚시줄에서 고기가 입질을 할 때 느껴지는 손맛을 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올 여름에도 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배를 타게 될 대망의 날 몇일 전부터 날은 흐렸고, 바람은 남서풍이 계속 불어왔다. 서해에서 출어를 나갈 때 남서풍이 불면 배가 뜨기 어렵다고 한다. 맞바람과 높은 파도를 무릅쓰고 항해를 해야 하니까,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던 당일은 여전히 하늘은 구름을 잔뜩 끼고 앉아 있었지만, 남서풍은 좀 자자들어 갔다. 다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배를 띄워보자는 말이 나왔고, 기어이 배를 타고 바다 낚시를 나갔다.


그런데 파도가 그렇게 무섭다는 것을 난생 처음 겪었다. 그동안 나를 물로만 보았냐고 시위라도 하는 것 같았다. 배가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파도를 따라 2미터도 더 되게 올라갔다가 떨어졌다가를 반복했다. 같이 탔던 다른 가족들은 바이킹이라도 탄 기분이었는지 환호성 비슷한 소리를 질러댔고, 나는 경악의 비명을 질러댔다. 작은 섬 주변에 고기가 많다고 해서, 배가 멀리까지 나아갔다. 정말 공포스러웠다. 육지와 멀어지는 것이...  그 이후로는 말하지 않으련다. 다른 이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줄을 드리우고 줄의 감촉을 느끼고 있을 때, 나는 배 한 켠에서 배타기 세 시간 전에 챙겨 먹은 아침밥을 위장에서부터 뿜어 바다 속 물고기들에게 밑밥으로 나누어주느라 정신을 잃고 있었으니까. 내가 멀미를 심하게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탓에 출항한 지 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입항했다.    

다시는 바다낚시 간다고 설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또 모르겠다....

 

새로운 세상의 꿈을 품고 캐나다로 이민길에 나아갔지만 배가 표류하고 하루아침에 부모형제 모든 것을 잃은 파이가 느끼는 슬픔과 고통, 아니다 그보다 무서운 건 두려움이었겠지.

상냥한 네가 공포를 만나다니 이건 맞지 않는 일이야. 네가 그대로 죽었다면 차라리 나았을걸. 너를 보니 얼마나 가슴 아리도록반가운지.

때론 성난 듯, 때론 한없이 잔잔한 무섭도록 막막한 망망대해가 배경이다. 그리고 구명보트안에서 위풍도 당당한 뱅골 호랑이 리차드 파크와 지내며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파이에게 남은 숙제다. 이것은 파이가 호랑이 리차드 파크보다 그야말로 심리적으로 우세한 위치에 놓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싸움이다. 그밖에 악조건이 널렸지만, 일단은 급한 것이 한 배를 탄 호랑이를 견제하는 일. 파이가 이 싸움에서 지는 순간, 귀머거리에 장님 후각을 잃은 살덩어리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공포심에 대해 천착하게 되었다. 공포심, 그것 공포심만이 생명을 패배시킬 수 있다. 그것은 명민하고 배반 잘하는 적이다. 관대함도 없고, 법이나 관습을 존중하지도 않으며, 자비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가장 약한 부분에 접근해, 쉽게 약점을 찾아낸다. 공포심은 우리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언제나 우리는 잠시 차분하고 안정되고 행복을 느낀다. 그러다가 가벼운 의심으로 변장한 공포심이 스파이처럼 어물쩍 마음에 들어선다.
공포심에 대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성? 이성은 최신 병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과 부인할 수 없는 여러 번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이성은 나자빠진다. 우리의 힘이 빠지고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초조감에 끔찍해진다.
인상에 불과한 공포심이 드디어 승리를 거둔다.
이것은 말로 옮기기가 어렵다. 근본을 흔드는 공포, 생명의 끝에 다가서서 느끼는 그것에 대한 말까지도 썩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힘껏 싸워야 한다. 거기에 말의 빛이 비추도록 열심히 싸워야 한다. 공포는 욕창처럼 기억에 둥지를 튼다. 그것은 모든 것을 썩게 한다.
절망은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 아닌가. 파이가 아직도 살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리처드 파커 덕분이었다.
 
파이는 말한다. “멍청하거나 못생긴 동물과 끝을 맞이해야 했다면 어땠을까? 멧돼지나 타조, 칠면조 떼와 생을 마감했다면”

파이는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 않았다.

난 죽지 않아. 죽음을 거부할 거야. 이 악몽을 헤쳐나갈 거야. 아무리 큰 난관이라도 물리칠 거야. 지금까지 기적처럼 살아났어. 이제 기적을 당연한 일로 만들테야. 매일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힘들어도 필요하다면 뭐든 할 테야.

그 이후 파이는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신 분은 책을 보십시오. 이 책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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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18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 직전에서도 파이는 미모를 따지는군요! (역시 이쁘고 볼 일인가!!) 나 자신을 이겨내는 삶에의 굳센 의지가 본능일 수도, 희망일 수도 있겠어요. 글고 절망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 에 한 표요. 몸과 마음을 완전히 아작내버리더라구요. 문득 사십대에 들어서 느끼는 절망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갑자기 초조해지는 느낌..

hanicare 2005-08-1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동물이란 것이 못내 괴롭더군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8-1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의 파이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운데요. 가끔 배를 타고 중국으로 건너가봤음 좋겠단 생각을 해볼 때가 있는데 아직 배멀미를 겪어보지 못해서 그런 편한 상상이 가능한지도 모르겠군요. 리뷰 멋져요. 절망이 호랑이보다 무섭죠. 암요.

인터라겐 2005-08-1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계속 뒷전으로 밀려 있어요.. 앞장 읽다가 자꾸 다른것에 밀려서 말이죠...
빨리 보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어요..

히피드림~ 2005-08-18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리뷰가 하도 강렬(?)해서 어떤 책인가 하고 방금 구경하고 왔습니다.
유명한 책인거 같더군여^^;; 영화화도 준비되고 있다고 하고.
위에 이안님 말씀처럼 절망이, 공포가 호랑이보다 무섭죠.^^

icaru 2005-08-1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언니의 사십대에는 어떤 절망이 찾아올까 하는 물음에 저, 감히 이런 대답을 드립니다~ '마음은 미래에 머물고 모든 것은 순간이다..' ----푸쉬킨 '삶' (제대로 '반사'지요?)

하니케어 님... 내가 동물처럼 먹어댄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아팠던 날 내가 얼마나 밑바닥까지 추락했는지 분명히 알았다... 저 이 문장에 밑줄 쫙~ 그었더랬죠...

이안님...전 공포심에 대해서만 좔좔좔 거렸고~ 님은 넓게 아우르셨어요~ 이안 님은 참으로 넓어라~ 배를 타고 중국으로요? 흐아...전 좀 생각해봐야겠슴돠 ^^?

인터라겐 님..제가 딱...그랬어요... 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내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앞부분은...자꾸 중간에 정신이 딴 길루 새는 바람에 읽은 데 또 읽고 그러다가 건너뛰고 막 그랬거든요... 그러던 게 어느새...중반을 달리며...두두두두... 가슴이 뛰더군요...

펑크 님.. 강렬...? 하하 제가 오바이트 한 걸 주저리 썼기 땜에 더..^^?
사마란트 감독의 영화로 나오면...꼭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perky 2005-08-19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이후 파이는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신 분은 책을 보십시오. 이 책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 한참 재밌게 읽고 있는데, 갑자기 이문장으로 끝나니까 더 궁금해져요. ㅎㅎ 아, 정말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리뷰입니다. ^^

잉크냄새 2005-08-1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망보다 더한 것이 좌절이지요. 절망하더라도 한조각의 희망함이 남아있으면 인간은 다시 일어섭니다. 두려움, 공포...그러한 것이 인간을 진화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 싶네요. 저도 조만간 파이를 만납니다.

icaru 2005-08-1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우차우 님..흐흐...다시 보니 저 멘트 좀 웃긴 구석이 있네요~ 마치 책장수처럼 ^^
잉크냄새 님---- 하! 파이 녀석 제게 참 여러 얘기를 들려 주었죠~ 님에게도 그런 책이었음 하네요~

비로그인 2005-08-1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너무.. 좋은 리뷰에요..;;

2005-08-19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네르바 2005-08-1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이 책을 읽으셨군요. 지난번 제 페이퍼에 읽고 있다는 글을 보았는데... 정말, 파이는 읽는 사람마다 보는 눈도, 감동받는 부분도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오랫동안 전 그 책에서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리뷰에요

2005-08-19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8-2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 좋은 책이지요~ 마자요 ^^ 아.. 21:20에 속삭이신 님..귀신이야... 리뷰로는 잘 표현할 수 없었지만.. 읽으면서 즐거웠고...어인일인지 모르게 책과 교감하는 뿌듯한 느낌요... 그런 거 있었거든요... 아...인생은 정말 왤케 헤쳐나가얄게 많은건지..조금은 빌어먹을 이지만...푸힛.. 좀 용기를 내서 살아보는거지요 뭐... ^^
흐흐...미네르바 님도~ 그렇게 느끼셨군요.. 십인십색..그러나 우리가 파이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부분에서는 찌르르르 통하지 않았겠나요~

icaru 2005-08-2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3:12 속삭님.. <친절한 금자씨> ㅎㅎ

icaru 2005-08-26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효주 님 오셨구랴...!
맞아요 맞아... 저도 리처드 파커 그 이후에 무지 궁금했는데...좋은 곳...훌륭한 초원(?)에 가서 느름히 잘 살고 있겠죠?
효주 님아...얼굴 좀 자주 보여 주소!

2005-09-0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09-0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의 마이리뷰] 당선 추카추카!!^^

2005-09-01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01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들...그리고 펑크 님..정말 고맙습니다. ㅠ.ㅜ

panda78 2005-09-02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제사 봤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

아영엄마 2005-09-0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카루님, 축하!!축하!!

설박사 2005-09-0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이주의 리뷰에 당선되시네요..축하합니다. ^^

icaru 2005-09-0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러게요...판다 님도...축하드립니당 ^^*...
아영엄마 님 고맙심더... 고등어는 맛나게 드시고 계신 중이시래요?
설박사 님..고맙습니다... 이번에는 눈먼 행운의 여신이 저에게 온 것 같네요.. 에구...남의 말씀 하십니다..

인터라겐 2005-09-0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오늘에서야 봤어요.. 축하 드립니다..

하루살이 2005-09-0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빰빠빠빰빰빰빰 축하의 트럼펫 소리입니다. 근데 이거 자판 두드리기 힘드네요.ㅋㅋ 님의 당선에 혹 제가 한몫 하지 않았을까 괜히 으쓱^^ 우리 모두 희망을 잃지 말자구요하고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희망의 깊이만큼 떨어질 절망의 늪이 두렵기도 합니다. 으, 성격 나오네 ㅎㅎ.

비로그인 2005-09-0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도 지금 봤어요..;;
축하드려요^^

야클 2005-09-0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보고도 전 어째서 이런 리뷰를 못쓸까요? 부럽고, 축하드립니다. ^^

icaru 2005-09-0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 님 고맙습니다... 스팀청소기 사용 소감 올려 주셈!! 참고 많이 할께요!!

하루살이 님 흐흐.. 희망의 깊이만큼 떨어질 절망의 늪이라... 크흑..
사는 게 마치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거 같단 생각 드네요.. 아무리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어도... 외부의 환경에 따라...기복이 생겨요... 그나저나..님의 덕도 있지요... 그럼요..
속삭님 당신의 행복은 나의 플레져여요...
비숍 님...고맙습니다. 꾸벅!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가 드디어 도착했어요...재고가 없었는지..주문하고 5~6일 만에야 받았습니다.
야클 님 이런 해석도 가능합니다요..정말 같은 책을 읽고도 전 님처럼 재미나게 못 쓰지요~ 부럽고요.. ^^

icaru 2005-09-0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캘리 님 고마워요~ 잘 지내시죠?

humpty 2005-09-0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싸, 뒷북!!! 축하축하~~ 사람들 인삿말 남긴거 보고서 뒤늦게 알았구만요.
지금 가방에 저거 들어 있는데, 들어간 지가 언젠데 통 나오질 못하고 있네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지고 있는데, 일이며 놀거리며 발목 잡는 게 너무 많네 --;;

icaru 2005-09-07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프티 그러게...우린 너무 발목 잡는 게 많다...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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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8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08-18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두 수덕사에서 찍으신 건가요? 근데 왜 옥수수를 말리죠?^^;; 사료로 쓰나?

비로그인 2005-08-18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아마 내년에 씨를 뿌리려고 종자를 내려했던 것은 아닐까요?
캬..토실토실한 강냉이를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생각이 납니다. 밭에 가서 옥수수 딸 때 똑, 소리가 나면서 한 번 살짝 비틀어주면 그대로 치맛자락 안으로 떨어지거든요. 마루에서 껍질 벗기다 아래를 내려보면 고말고말 기어오는 옥수수 애벌레들이 징그러워 도망치던 기억두 나구요. 저희 엄니는 젊은 시절부터 이가 부실하셔서 손가락을 비벼 알맹이를 털어 드시고, 전 뜨거운 게 싫어 일단 찬물에 적신 후, 갉작갉작 긁어 먹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8-1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찰옥수수보단 노란 옥수수를 더 좋아하는데요, 이런 말 하면 누군 꼭 그러더라구요. 노란 옥수수는 원래 사료용으로 많이 쓰거든. 입 다물어야죠. 큭.

파란여우 2005-08-18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려둔 옥수수 네 자루 있슴돠!!
내년엔 많이 심어야 할텐데..그래야 택배로 부쳐 드릴 수 있을텐데..
울 조카녀석은 저 말린 옥수수 알갱이를 보고 진주알같다고 하더군요.

icaru 2005-08-1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혹시 옥수수 드시다 체 하신 건 아니구요~? 기억해 봐봐요!!
펑크 님...옥수수는 음...복돌언냐가 말씀 다 해주셨넹... 글구 가루내서 먹기두 한다고... 참.. 물 끓일 때 넣기도 하죠...
복돌안냐 뜨거운 거 잘 못드시는구나... 언제 제가 뜨거운 커피 한 잔 꼭 사드립죠!!

이안 님..하하하... 누군...이 누굴까... 궁금해 죽겠네요~

조카 분 표현 딱이십니다... 알갱이를 보고있노라면 뭐가 연상된다 싶더니...진주알이었어요...

잉크냄새 2005-08-19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이야기지만 저 어릴때 옥수수 가루 주식으로도 먹고 개밥도 하고 그랬어요.
밥위에 얹어 옥수수 빵 만들어 먹고 또 개밥 끓일때 넣어주고....개밥은 제 전문이었어요.

icaru 2005-08-19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잉크냄새 님 막내셔요? 개밥 주는 거는... 쫄다구가...
훈훈한 이야기네요~

실비 2005-08-2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시골에서 느낄수 있는 풍경 같아요^^
저거 쪄먹을수 있는거죠?+_+( 먹는생각만 하다가 도망감==3)

sayonara 2005-08-23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수수는 소화가 잘 안돼서... 그래서 먹는 즐거움은 모르지만, 님 덕분에 보는 즐거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네요. ^_^

icaru 2005-08-23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 님...아마도요~ 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요~~~!!
사요나라 님..에구 고맙지 뭐유~ 옥수수는 소화가 잘 안 되는군요... 흠...맛있는뎅..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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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7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8-17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토리 정말 귀여워요.
그러나 그래봤자 도토리일 뿐인데...작품 사진 같잖아요.^^

하이드 2005-08-17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풉. 정말 귀여워요. 이 페이퍼

인터라겐 2005-08-1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토리 뚜껑열리는거 첨봐요... ㅎㅎ 너무 귀여운걸요....

잉크냄새 2005-08-1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도토리 뚜껑을 열어서 알맹이는 새총 총알로 쓰고 뚜껑은 또 뭘로 사용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8-1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도토리요, 꼭 빵모자 쓴 예술하는 아자씨 같은데요. ^^

2005-08-17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08-1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자 벗은 도토리~~

superfrog 2005-08-1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옴팡지게도 생겼어요..ㅎㅎㅎ

2005-08-17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8-17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5-08-17 08:20 에 속삭님 그냥 이대루 살까 생각중여요..^^
도토리 귀엽죠...토토로를 보면, 두 자매가...똥그리...! 라면서 도토리에 열광하지요~ 생긴 것처럼 이름도 도토리..
하이드 님 흐헤헤...고마워요~
인터라겐 님 글쵸...근데 저거 제가 벗긴 거 아닙네다...지가 벗었어요 지가...
잉크냄새 님...제가 숙제하나 내 드려두 되겠습니꺼... 도토리 머리뚜껑은 무엇에 쓰는지. 기억해 내 보세요...!! 음..스머프네 동네에서 야구할 때 타자가 머리에 모자로 쓰면 딱이겠다~!!
이안 님...글찮아도...예술하는 아자씨처럼 만들까 하는 생각에... 도토리 면상에다가 눈코 입을 그려 넣을까 하다가...기술이 워낙 미천하여서...그만.. -
펑크 님.. 조 녀석 참 구엽죠?
도토리 왈, "금붕어 님 그 말...좋은 뜻이죵?"


플레져 2005-08-17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토리 모자를 벗으니 인물이 죽어요. 다시 모자 써! ^^

파란여우 2005-08-1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모자다!!
우리 여고때 저 모자썼어요. 그렇다면 나 도토리?

비로그인 2005-08-1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하하..화가 많이 났었나 봅니다. 정수리 부근이 벌겋게 익었어요!

줄리 2005-08-1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도토리가 저리 구엽군요. 도토리같이 생겼다는 말이 딱 연상되네요.

실비 2005-08-17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ㅎㅎㅎㅎ
전 심각한 이야긴줄 알고 봤더니 넘 귀여버요^^

icaru 2005-08-18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토리 나와봐...! 얼른 모자 다시 써! "
플레져 님 됐지라아~?

와아...파란여우 님 진짜요? 억수로 보고 싶네요... 아구똥 구여운~ 빵모자 여고생 블루 팍스 님...
글게요 복돌언니...모자는 지가 벗고...왜 민망해 헌댜 참...고정해라 똥그리..

줄리 님... 그죠...깎아놓은 밤톨이거나..도토리처럼 생겼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 알법하죠~
실비 님..크크 머리뚜껑 열렸다구 해서 구랬군요~

어룸 2005-08-18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ㅂ< 넘 구여워요!!!!!!!!!

icaru 2005-08-1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구엽죠? 투풀 님의 그런 반응 음, 뭐 예상했다지요...(거만거만)~
 
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3월
구판절판


물론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대다수 남자들은 하루하루의 일이 너무 바빠서, 다른 일에는 손댈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게 현재의 실정이 아닐까 싶다. (...)

그래도 나는 앞으로 다시 일본에 자리를 잡으면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가까이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자원 봉사나 사회 활동같은 걸 하면 대단하고, 안하면 그렇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자기의 의문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압축시킬 수 있는지가 될 것이다.

미국에 와서 많은 사람(특히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런 일에 대해서 꽤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세대 따위는 상관없다, 개인이 전부다'라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그 주관을 지켜 왔지만, 우리 세대에는 역시 우리 세대 나름의 독자적인 특징과 경험이 있으니까, 그런 측면을 재검토하고 나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고려해 봐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든다.
-69-70 쪽

'아무튼 실제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겠지. 만일 마음속으로부터 절실하게 무엇인가를 쓰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전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비록 지금은 잘 쓸 수 없다 하더라도, '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 시기는 반드시 온다고 생각해. 그때까지는 현실의 경험을 벽돌을 쌓아 올리듯 하나하나 소중하게 쌓아 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213쪽

프리스턴 대학에는 일본 관청이나 회사의 사람들이 꽤 많이 파견되어 공부하고 있다. 체류 기간은 대개 1년으로 회사나 관처이 그동안의 경비나 월급을 지불하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엘리트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인 모양이다. (...)

그런데 더 알 수 없는 건 자기 소개 대신, 1차 시험 점수 얘기를 꺼내는 사람의 심리 상태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런 사람들이 일본에서 엘리트 관료로서 세력을 떨치며 잘난 척하는 걸 생각하니(미국까지 와서도 꽤 잘난 척하고 있다), 그건 좀 곤란한 일이구나 싶었다. (...)

내 생각에는 그런 사람들은 미국의 엘리트 대학 같은 곳에 파견하지 말고, 1년 정도 그들이 근무하는 빌딩의 청소라도 시키는 게 괜찮을 것 같다. 아니면 벽지에서 자원 봉사 활동을 시키는 것도 괜찮겠다. 그렇게 하는 편이 기업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좋다.
-240쪽

그런 다양한 언어를 공부할 때는 꽤 재미있었고, 그 당시에는 나 자신도 스스로 어학에 소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그것은 아무래도 나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나는 경향적, 성격적으로 외국어 습득에 별로 소질이 없고, 특히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 소질 없음이 내 안에서 점점 뚜렷해지는 느낌이 든다.
요즘에는 ‘이젠 안 되겠는데. 더 이상 어학 공부를 할 수 없겠어’라고 새삼스레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내 안에서 외국어 습득이라는 항목의 우선 순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어학에 투자하는 시간이 아까워진 데 있다. 젊었을 때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고, 미지의 언어를 습득한다는 정열 같은 것도 있었다.

-167쪽

나는 미국에서 벌써 2년 이상 살고 있고, 10년 간 줄곧 영어 소설을 번역해 왔기 때문에, 물론 어느 정도의 영어 회화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어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건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고역스럽다. 나는 일본어로도 얘기를 그다지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지껄이면 지껄일수록, 하면 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기 일쑤인데, 영어로 말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영어를 써가며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일어나지 않고 있으니, 말할 것도 없이 영어 회화 실력이 나아질 리가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자기의 생각을 모국어로 거침없이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은, 외국어를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다 해도, 역시 언어로 능숙하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168쪽

내 경험에 비춰 보면, 외국인에게 외국어로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비결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된다.

(1)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먼저 자신이 확실하게 파악할 것. 그리고 그 요점을 되도록 빠른 기회에 우선 짧은 말로 명확하게 할 것.
(2) 자기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쉬운 단어로 이야기할 것. 어려운 말, 멋들어진 말, 상대의 마음을 끌려고 하는 말은 필요하지 않다.
(3) 중요한 부분은 되도록 한번 말하고 또 바꿔 말할 것. 천천히 말할 것. 가능하면 간단하게 비유를 하며 말한다.

이상과 같은 세 가지 점에 유의하면, 그다지 유창하지 않더라도, 당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비교적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이 주의 사항은 그대로 '문장 쓰는 법'이기도 한데 어떨까.

-171쪽

자네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 양파를 서는 비결이 뭔지 아나?
나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묻곤 한다.
학생들은 "아뇨"라고 대답한다.
"눈물이 나오기 전에 재빨리 썰어 버리는 거야."
(...)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내게는 어떤 가능성이 있는 걸까에 대한 불안일 텐데, 그들의 불안을 이해할 수 있다.

-209쪽

"나는 지금까지 벌써 몇 권이고 몇 권이고 소설을 쓸 만큼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가끔 만나곤 한다. 생각해보니, 꽤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다.
특히 미국에 살게 되면서부터 그렇다. 그렇다고 그 말을 미국인들이 하는 건 아니고, 미국에 살고 이는 일본인들이 곧잘 그렇게 말한다. 아마도 그건 맞는 말일 거라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모국을 떠나서 남의 나라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꽤나 힘든 일일테고, 그러다 보니 틀림없이 여러 가지 흥미로운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장차 실제로 소설을 쓰게 될는지, 물론 나로써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곰곰이 생각게 되는 건데, 나 자신은 이제까지 꽤 많은 여러 편의 소설을 써왔지만, 현실의 내 삶 속에서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일 같은 건 거의 경험한 적이 없다.
-203쪽

(...) 현실은 소설보다 기이하다고 하지만 정말 그렇다. 그러나 그렇게 재미있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그 기가막힌 경험에 필적할 만한 소설을 쓸 수 있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에 지나지 않지만, 일단 어떤 압도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사람들은 그 경험이 압도적일수록 그것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심한 무력감에 사로잡히는 게 아닐까 한다. (...) ‘나는 이러이러한 것을 이런 식으로 쓰고 싶다’라는 마음이 강하면 막상 책상 앞에 앉아도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는 법이다. 그것은 아주 선명하고, 현실감 있는 꿈을 기억하면서, 남에게 설명할 때의 초조함과 비슷하다.
그와는 반대로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경험을 한 적은 없지만, 작은 기쁨이나 슬픔 같은 걸 남다른 관점에서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런 체험들을 뭔가 다른 형태로 바꿔서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좀더 소설가 쪽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204쪽

스물아홉 살 때, 갑자기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학생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어느 봄날 오후, 진구 야구장에 야쿠르트 대 히로시마 팀의 대항전을 보러 갔었다. 외야석에 눕다시피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힐튼이 2루타를 쳤고, 그때 갑자기 '맞아, 소설을 쓰는 거야' 하고 생각했다고 말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대체로 학생들은 모두 멍한 표정을 짓고 이렇게 묻는다.

'저...... 그럼 그 야구 시합에 뭔가 특별한 요소가 있었던 건가요?'

나는 학생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그런 게 아니라 그것은 계기에 불과했지. 태양의 빛이라든지 맥주 맛, 2루타 공이 날아가는 모양, 그런 여러 가지 요소가 딱 맞아 떨어져 내 안에 있는 뭔가를 자극했겠지. 말하자면 내게 필요했던 것은 자기라는 실체를 확립하기 위한 시간과 경험이었던 거야. 그것은 뭐 특별하고 유별난 경험일 필요는 없어. 그저 아주 평범한 경험이어도 상관없지. 그 대신 자기 몸에 충분히 배어 드는 경험이어야만 해. 나는 학생 때 뭔가를 쓰고 싶었지만, 무엇을 쓰면 좋을지 몰랐던 거야. 무엇을 써야 하는지를 발견하기 위해서, 나에게는 7년이라는 세월과 고된 일이 필요했던 거겠지. 아마도.'
-209~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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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31 17: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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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7-3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절 인용한 게 길어서 그랬는지... 한번에 안 올라갔네요~ 흠냐...
오늘 무신 빚청산 하듯이 몰아서...써재끼고 있는데...
ㅎㅎㅎ 님...질보다 양입니다~ 님은 질로 승부하시는 분이니 전 나눠 줄 수가 읎답니다 (야박하게스리 ^^) 제 허접한 걸 갖다가 어디다 쓴답뎌~
모처럼... 밑줄긋기 입력 노가다가 즐거웠던 작품입니다...^^ 모처럼~

아하...그 책...뒤로 갈수록 사람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는구만요~ 그렇게 말씀하시니...더 동하네요~

2005-07-31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3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보통 노가다가 아니랑게요...근데 오타나면... 잉크냄새 님이 바루 교정 들어오시더랍니다...
한 번은 너무 많이 지적 당해서 민망할 적이 있는데... 그래서...다시 교정 봤어요 ^^

이제...한 일주일은 저도 공백기 갖을려고요...^^

인터라겐 2005-07-3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키 책을 보다 보면 너무 허무해져서 (내용이 허무한게 아니라 마음이...) 기분 처질까봐 무서워요.. 그런데 이건 자전적인 얘기같기도 하고.....

비로그인 2005-08-01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표 '영어완전정복가이드' 패키지 상품인가요, 흐..^^* 특히 168페이지에 절대 공감! 저처럼 어리버리 말주변 없는 사람들.. 이런 류는 윙~글리쉬 마스터, 무리겠군요..

icaru 2005-08-0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하루키 작품은 읽으면...가슴에서 슁하니...바람 불게 하는 구석이 많죠오~ 이 책은 그가 미국에서 몇년 살면서 느낀 것을 적은 에세이인데... 이 책을 읽음서...아 하루키도 아주 특별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려 하는 사람이구나 했지요~

복돌언니..으아~ 정말 복돌언니 어케..그 영화 생각을 해냈다유? 글게 영어소설을 몇 권 번역해 낼 정도면...영어실력은 대단한 것인디... 역시 국외자로 사는 것은 기죽는 일인 거 같음...말발 면에서요~

로드무비 2005-08-0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석원, '혜화동 할머니집'  액자. 이것도 양에 안 차면 클릭해서 보세요. 호호~~

로드무비 2005-08-0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왜 이렇게 밑줄 긋기를 많이 하세요?
전 밑줄 긋기는 안 읽어요.
언제든 내가 직접 읽겠다는 야심이 있기 때문에...호호~

icaru 2005-08-0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어휴...요즘 리뷸 못 쓰겠더래요...
읽은 흔적은 남기고 싶어...밑줄 긋기로 발악 중입니다...^^

근데...이렇게 세심하시다니~ 로드무비님도 참...그림...첨부해 주셔서... 잘 감상합니다... 샤갈의 그림 같네요~ 샤갈 그림 아는 거 하나 읎지만...^^;;

2005-08-03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8-06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요, 밑줄긋기는 잘 안 읽게 돼요. 미리 김을 빼는 느낌. ^^
하루키는 밑줄 긋게 하는 문장 만드는 데 선수지만요...
그런데 저 며칠 전에 사석원님의 책을 한 권 읽었거든요.
대폿집 이야기는 어떨랑가 모르겠는데 여행기는 좀 성에 안 차데요.
왠지 그림도 좀 마음에 안 차고... 아니, 여기서 왜 로드무비님 보여주신 그림에
퉁을 놓는 게야? 로드무비님, 너그럽게~ ^^

2005-08-06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06 0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8-0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 님...미리 김을 뺀다~ 흠.. 잘 안 읽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죠...
하루키가 밑줄 긋게 하는 문장 만드는 데 선수라는 말에도 깊은 공감을 해요...
아직은 전 하루키에게서 위안받고 즐거워할 여지가 많은 거 같아요~ 하하...
양을 쫒는...과 댄스댄스댄스...를 집에 두고 도통 읽히는 책이 없는 날~ 꺼내 볼려고 아끼는 중이랍니다 ^^

그 아래 속닥님... 에구...김연수 책을 만날 생각을 하니...떨려버려...하시는 일 마무리 대략 하시고~ 천천히....주세요~^^

2005-08-07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8-0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판 영어완전정복기군요. 나이가 들어서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구절에 공감이 가네요.
어, 근데 이번판 교정은 누가 했을까요? ^^;

icaru 2005-08-10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굴까요~

히피드림~ 2005-08-11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참 오랜만에 읽어보네요. 이렇게 님 서재에서 보니, 이 소설의 에센스만 접한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지네요, 잘 봤습니다.

icaru 2005-08-1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펑크 님... 님 서재에서 다케시와 사카모토와 드림씨어터 기타 등등을 만날 때의 내 기분이 그랬담다!!~

2005-08-14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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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 전 안개 속에 있고 싶어요. 정원을 반만 내려가도 이 집은 보이지 않죠. 여기에 집이 있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거죠. 이 동네 다른 집들도요. 지척을 구분할 수가 없어요. 아무도 만나지 않았죠.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들렸어요. 그대로인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바로 제가 원하던 거였죠. 진실은 진실이 아니고 인생은 스스로에게서 숨을 수 있는, 그런 다른 세상에 저 홀로 있는 거요. 저 항구 너머, 해변을 따라 길이 이어지는 곳에서는 땅 위에 있는 느낌조차도 없어졌어요. 안개와 바다가 마치 하나인 것 같았죠. 그래서 바다 밑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오래전에 익사한 것처럼. 전 안개의 일부가 된 유령이고 안개는 바다의 유령인 것처럼. 유령 속의 유령이 되어 있으니 끝내주게 마음이 편안하더라고요.
미친놈 보듯이 그렇게 보지 마세요. 맞는 말이니까. 세상에 인생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인생은 고르곤(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들로 세 자매이며 머리카락이 뱀으로 이루어져 있는 등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다. 메두사가 그중 하나이다. 셋을 하나로 합쳐놓은 것과 같아요. 얼굴을 보면 돌로 변해 버린다는 그 괴물들 말예요. 아니면 판이거나. 판을 보면 죽게 되고- 영혼이 말예요. - 유령처럼 살아가게 되죠.


-160 쪽


에드먼드 : (시몬즈가 번역한 보들레르의 산문시 <취하라>를 신랄하고 풍자적으로 멋지게 낭송한다.) 늘 취해 있어라. 다른 건 상관없다. 그것만이 문제이다. 그대의 어깨를 눌러 땅바닥에 짓이기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무엇에 취하느냐고?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마음대로 그저 취해 있어라.
그러다 이따금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가 풀밭에서나, 그대 방의 적막한 고독 속에서 깨어나 취기나 반쯤 혹은 싹 가셨거든 바람에게나 물결에게나. 별에게나, 새에게나, 시계에게나, 그 무엇이든 날아가거나, 탄식하거나, 흔들리거나, 노래하거나, 말하는 것에는 물어보라. 지금 무엇을 할 시간인지 그러면 바람은, 물결은, 별은, 새는, 시계는 대답하리라. ‘취할 시간이다! 취하라. 시간의 고통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원하는 것에.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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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31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3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 아직 정확히는 몰라도~ 아마...히히 ^^

2005-07-31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3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역쉬...프랑스통!!
전요...사실은... 베를레느(랭보랑 얼레리꼴레리 좋아지냈던 그...사람..ㅋㅋ)와 보들레르가 항상 헷갈려서리...

비로그인 2005-08-0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 깊어지면 지금 비워진 시골집이 있는 제 고향도 아주 숨이 막힐 정도로 자욱해져요. 강가를 끼고 있는 곳이라면 안개는 더 짙어지더라구요(바다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전, 이 알라딘 마을도 유진 오닐이 표현한 안개마을 같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해요. 뭐, 그런 거 있쟎아요. 그의 말대로 '진실은 진실이 아니고 인생은 스스로에게서 숨 쉴 수 있는, 다른 세상..' 표현 쥑여요!

icaru 2005-08-0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산 가고 싶네요 ^^ 강을 끼고 있는 님의 고향 동네~
익산은 변산반도 간다고 버스 타고 내려 갈 때,.... 지나간 기억이 나는데? 제 기억 맞아유? 안개는 참...문학적으로 좋은 소재인 거 같아요...아슴프레한 게...

비로그인 2005-08-0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익산 지나고 김제 지나고 그 담이 부안이죠. 캬..익산이 목뒷덜미살 굵직한 오야붕들 때문에 폭력의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데 알고보면 사실 매우 아담하고 조용한 동네거든요. 언제든 함 오세요! 우리, 보신탕 한 그럭 때리게요!

비로그인 2005-08-05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1학년 여름 방학 때 웃기지도 않게 가출한 적이 있어요. 그때 가장 먼저 간 곳이 이리(지금은 익산이겠지만)였어요. 원광대 공대 건물 뒤에 벤치에 앉아 하룻밤을 노숙했죠. 크흐흐. 근데, 여보야 말쓈 들어보니께 제가 큰일날 뻔 했구먼요. 목뒷덜미살 굵직한 오야붕덜 안 만났으니 다행이지만.

2005-08-11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