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드 : 전 안개 속에 있고 싶어요. 정원을 반만 내려가도 이 집은 보이지 않죠. 여기에 집이 있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거죠. 이 동네 다른 집들도요. 지척을 구분할 수가 없어요. 아무도 만나지 않았죠.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들렸어요. 그대로인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바로 제가 원하던 거였죠. 진실은 진실이 아니고 인생은 스스로에게서 숨을 수 있는, 그런 다른 세상에 저 홀로 있는 거요. 저 항구 너머, 해변을 따라 길이 이어지는 곳에서는 땅 위에 있는 느낌조차도 없어졌어요. 안개와 바다가 마치 하나인 것 같았죠. 그래서 바다 밑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오래전에 익사한 것처럼. 전 안개의 일부가 된 유령이고 안개는 바다의 유령인 것처럼. 유령 속의 유령이 되어 있으니 끝내주게 마음이 편안하더라고요.
미친놈 보듯이 그렇게 보지 마세요. 맞는 말이니까. 세상에 인생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인생은 고르곤(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들로 세 자매이며 머리카락이 뱀으로 이루어져 있는 등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다. 메두사가 그중 하나이다. 셋을 하나로 합쳐놓은 것과 같아요. 얼굴을 보면 돌로 변해 버린다는 그 괴물들 말예요. 아니면 판이거나. 판을 보면 죽게 되고- 영혼이 말예요. - 유령처럼 살아가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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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 (시몬즈가 번역한 보들레르의 산문시 <취하라>를 신랄하고 풍자적으로 멋지게 낭송한다.) 늘 취해 있어라. 다른 건 상관없다. 그것만이 문제이다. 그대의 어깨를 눌러 땅바닥에 짓이기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무엇에 취하느냐고?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마음대로 그저 취해 있어라.
그러다 이따금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가 풀밭에서나, 그대 방의 적막한 고독 속에서 깨어나 취기나 반쯤 혹은 싹 가셨거든 바람에게나 물결에게나. 별에게나, 새에게나, 시계에게나, 그 무엇이든 날아가거나, 탄식하거나, 흔들리거나, 노래하거나, 말하는 것에는 물어보라. 지금 무엇을 할 시간인지 그러면 바람은, 물결은, 별은, 새는, 시계는 대답하리라. ‘취할 시간이다! 취하라. 시간의 고통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원하는 것에.
-162쪽